불법대선자금, 무엇이 문제인가?
불법대선자금,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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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3-12-23 09:00
  • 승인 2003.12.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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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난 대선 당시 재벌 기업들이 정치권에 제공한 수백억원 대의 거액의 현금뭉치들이 문제가 되면서, 재벌 기업들의 경영진, 사주들이 연일 검찰청을 들락거리고, 전·현역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재벌 기업들은 검찰의 수사로 인하여 기업의 투자의욕이 떨어지고, 외국의 한국에 대한 신인도가 추락하는 등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정치권은 정기국회의 마감과 동시에 임시국회를 개회하는 등 소위 방탄국회라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불법대선자금,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은 대통령선거라는 절차는 우리 민주주의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권력기관의 구성절차이며 동시에 국민들의 축제이다.

이러한 대통령선거에 천문학적인 거액의 자금이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헌법상 대통령이 가지고있는 권력과 관계된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수반으로서 행정권력의 통수권자이다. 특히 우리 법체제에서 경제영역에 관한 대통령의 권한은 유례가 없을 정도의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결국,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는 경제적 이해관계라는 측면에서 볼 때 사안관계자들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고, 어떤 수단을 사용하더라도 반드시 획득하여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한편,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와 관련하여, 수백억원이라는 현금을 ‘차떼기’로 보내는 등의 행위를 하는 재벌기업들은 어떤 이익이 있기에 수백억원이라는 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일까? 기업은 본질적으로 손해보는 장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보험을 든다”라고도 이야기하지만, 결국 제공한 자금보다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반대급부로 요구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재벌체제가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제공한 자금이상의 이익이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재벌’이라는 단어는 경제학적 현상으로서 한국의 경제현실을 설명하는 경제학적 용어가 되었다. 특정 가문 또는 특정인이 대규모의 기업집단을 지배하면 왕조와 같이 운용하는 이러한 형태는 분명 서구의 경제학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라 할 것이다.재벌기업의 체제는 우리 주위의 주요한 소비재와 생산재, 자본재의 공급자들이 누구인가만 보면 분명해 질 것이다. 우리가 사용한 이동통신, 자동차, 금융, 보험, 선박 등 필수 불가결한 대부분의 산업들이 몇몇 가문의 전유물이 되어있고, 그 가격조건을 소비자가 설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기업이 이동통신이라는 한 부분에서 분기별로 1조가 넘는 순이익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기업이 영업을 잘 해서 그러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고 신설기업이 그 산업에 진입하기 위하여는 정부부처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사업의 수익구조를 변경하는 중요한 정책결정권을 정부가 가지고 있는 이상, 정부가 어떻게 산업구조를 계획하고, 누구에게 초기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가는 엄청난 경제적 부의 소유권을 누구에게 주는가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IMF 외환사태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공적자금이라는 명분아래 사실상 국유화되어 버린 상태에서 정부의 경제에 대한 관여정도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많은 괴리가 있다. 정부가 과도한 권한을 가지고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몇몇의 재벌기업들이 사경제의 대부분을 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불법 대선자금의 수수는 너무나 당연히 예상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헌법상의 권력구조의 문제와 합리적인 경제권력의 구축, 경제에 대한 정부간섭의 축소와 적정한 행사가 선행될 때, 불법 대선자금은 역사속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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