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자금 실체 드디어 밝혀지나?
DJ 비자금 실체 드디어 밝혀지나?
  • 선태규 기자
  • 입력 2008-10-28 09:44
  • 승인 2008.10.28 09:44
  • 호수 757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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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대 양도성 예금증서의 비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지난 10월 20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100억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사본을 확보했다며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주 의원은 전직 검찰 관계자에게 전달 받았다며 모 은행의 '발행사실확인서'도 함께 공개했다.

의혹에 싸였던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드디어 ‘사실’로 밝혀지나.

그동안 설로만 난무했던 DJ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여권이 칼끝을 정조준했다. 한나라당 공성진, 주성영 의원의 의혹제기와 함께 검찰도 수사에 나섰다. DJ쪽에서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만이 반박하고 있지만, 권력을 쥐고 있는 여권 전체가 의혹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여 ‘바람 앞의 등불’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DJ 측이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을 고발키로 하는 등 적극 반발하고 있고, 오랜 의혹에도 지금까지 실마리가 잡히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결실’을 거둘지는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DJ 비자금과 관련한 의혹을 심층 조명해 봤다.

국감을 계기로 여권에서 DJ비자금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막대한 DJ비자금의 조성 출처를 IMF 당시 금융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찾았다. 이런 이유로 공 의원은 산업은행의 산업증권 퇴출과정을 예로 들며,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산업증권을 퇴출할 당시 산업은행은 증권거래법에 따라 30일 전 미리 공고도 하지 않고 산업증권 자체의 이사회도 없는 상황에서 산업증권 주주총회를 소집해 산업증권을 강압적으로 해산하고 청산을 개시했다. 해산 당시 산업증권은 청산가액 기준으로 자산이 부채를 1000억 원 정도 초과했었다.

특히 산업증권의 청산이 개시된 상황에서 산업증권의 자금을 당시 증권감독원 직원 개인명의로 관리하다 감독원 감사 종료 후 산업은행 직원 개인명의로 계속 관리했고, 그 거래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거액의 개인명의 통장 거래내역은 일부 존재하나 그 거래원인을 알 수 없고, 전산서버가 이미 매각 파기되었다는 것과 거액을 현금으로 인출했다는 사실이다.

산업은행은 산업증권 해산 후 바로 산업증권 발행어음 1041억 원을 산업증권에게 지급 제시했으나, 산업증권은 지급하지 못했다.


국감서 터져 나온 DJ 비자금 의혹

이어 산업은행은 영화회계법인에 산업증권의 재산실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부채가 자산을 약 240억 원 초과하게 됐다.

이와 관련, 공 의원 측은 “산업은행이 영화회계법인을 통해 서류를 위조해 산업증권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것처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공 의원은 “산업증권 뿐 아니라 DJ정부 초기 금융기관 구조조정 당시 퇴출된 5개 은행과 장은증권, 기타 강제 구조조정으로 퇴출당한 금융기관들 대부분이 자산을 현저히 낮게 평가해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게 만든 후 퇴출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천문학적 공적자금 투입의 원인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되었다면 이는 천인공노할 국기문란행위”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100억 원짜리 CD(양도성 예금증서)를 공개해 DJ 비자금의 실체 가능성을 짙게 했다.


전직 검찰관계자 제보

주 의원은 “DJ 비자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며 “2006년 3월 초 전직 검찰관계자로부터 CD를 제보 받았고, 이 증서에는 기업은행 영업부의 도장이 찍힌 발행 사실확인서까지 첨부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DJ 비자금 문제는 전부 해외계좌와 연결이 돼 있다”면서 “검찰에서 의지가 있다면 특별전담팀을 꾸려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제보자와 관련, “현재도 다른 공직에 있고 알만한 분”이라며 “그분에게 공적인 울분에서 제보를 했던 기업은행 관계자도 문제가 되면 내가 사법기관에 나가서 증언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공 의원의 주장과 주 의원의 폭로는 연관성이 크다”면서 “DJ의 엄청난 비자금은 금융기관 강제조정 등을 통하지 않고는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주의원의 CD도 그 자금의 일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는 “DJ 비자금을 파헤치기 위해 당을 포함한 정권 전체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추가적인 폭로 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는 듯하며, 이 같은 여권 움직임은 DJ, 노무현 세력 등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여권의 의혹제기에 검찰도 수사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현재 주 의원으로부터 CD사본을 넘겨받아 진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밝혔다. 검찰은 CD의 진위여부를 확인한 뒤 사본을 넘겨준 전직 검찰관계자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비자금 파문이 커지자 야권도 대응에 나섰다.

DJ의 최측근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주 의원의 DJ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검찰이 CD를 주 의원에 넘기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죄이고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면서 “만약 검찰이 비자금 CD를 갖고 있다면 수사를 해야지 왜 사본까지 만들어 주 의원에게 전달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또 “DJ비자금 CD를 갖고 있으면 수사를 하고, 외화도피를 해서 부동산 투기를 했다면 그것도 수사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DJ 측, 주 의원 명예훼손 고발 등 정면 대응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주 의원이 폭로한 내용은 이미 재탕, 삼탕을 거듭한 한약 찌꺼기 같은 것”이라며 “아니면 말고 식의 묻지마 폭로는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 측은 내주 초께 주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다.

김 전 대통령 측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 내외분은 단 한 푼도 부정한 비자금을 만든 일이 없고, 돈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주 의원의 주장을 무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국민 일부나마 걱정할 수 있고 정계와 사회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으며 국민인권 보호차원에서 묵과할 수 없었다”고 고발 방침 배경을 설명했다.

여권의 DJ비자금 집중 포화에 대해 정치적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전 정권의 탓으로 돌리기 위한 방편으로 볼 수 있다”면서 “현재처럼 경제적 체질이 약화된 것은 경제가 좋을 때 비자금을 챙겼기 때문이고, 이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DJ비자금은 미국에 있고, 문제가 된다면 그거 하나다”는 민주당 전 관계자의 주장처럼, DJ비자금 실체 의혹이 계속 쏟아지고 있어, DJ비자금이 마침내 드러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DJ 대북정책 잦은 훈수 왜?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MB(이명박 대통령) 정부에 대한 대북정책관련 훈수가 잦아지고 강도가 세지고 있다. 최근에는 MB 정부에 5대 결단을 촉구하고, 이달 중국에서도 같은 발언을 할 것으로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한신대 ‘평화와 공공성 센터’ 개소식에서 ▲6.15와 10.4 선언 인정 ▲인도적 쌀 지원 ▲개성공단 노동자 숙소 건설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정상회담 제안 등 5가지 결단을 현 정부에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금 정부는 남북 대화를 열지 못해서 국제적 흐름에서 소외된 처지에 놓여 있다”면서 “남북 대화는 시급히 재개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고립과 손실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눈에 띄는 점은 문희상 의원, 박지원 의원 등이 김 전 대통령의 말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부의장인 문희상 의원은 “현 정부는 국가 원로의 말씀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고, 박지원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확실하게 대북문제에 대해 직접 말할 때”라고 압박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달 말께 중국 선양시가 주관하는 ‘동북아지역 발전과 협력포럼’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6자 회담, 한반도 비핵화 등 남북문제를 다시 언급할 것이라고 측근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의 훈수가 잦아지고 세지면서, 그 배경에 정치적 의미를 담으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남북문제를 강조함으로써 MB 정부에 이반된 민심을 DJ쪽으로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면서 “현 정부가 남북문제를 경색국면으로 몰아갈수록 이반현상은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DJ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기 때문에 남북문제를 언급하는 것이고, 현 정부가 가장 아파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지적하는 것”이라며 “현 정권에 대북관련 뚜렷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DJ가 목소리를 높여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여권에서 DJ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DJ의 이 같은 움직임을 제어하려는 의도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분석연구소인 홍곡문화재단 이백희 이사는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이 남북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정치적 이유보다는 국가원로이자 전문가로서 나라를 염려하는 차원의 의도가 더 크다”면서 “남북관계가 나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국민의 지지도 잃고 있어 정치적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본질은 통일문제”라고 밝혔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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