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들은 ‘저임금 노동력’보다 ‘현지 시장 진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해외 진출 이유로 완화된 규제와 유연한 노동시장, 해외 매출처 다변화 등을 꼽았다. 특히 해외에서는 무궁한 성장 기회 발전 가능성과 저임금 구조와 활용, 기술의 발달로 인한 통신 및 물류비용 감소 등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부담이 적어졌다. 이에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은 단순 고객 확대를 넘어 글로벌 경쟁 시장 진출이라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며 활약하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美서 920억 규모 시설 투자·공장 건설… “난방 한류 주도할 것”
러시아 국민 브랜드 선정… 업계서 인정·현지 진출 노하우 소개
경동나비엔은 가스보일러, 기름보일러 및 가스 온수기 등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이다. 1988년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 보일러’를 출시한 후 1992년 1백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02년에는 국내 업계 최초로 콘덴싱 가스보일러를 미국에 수출하고 2006년 냉방 사업과 환기시스템 사업에 진출해 미국 법인 ‘나비엔아메리카’를 설립했다. 2008년에는 가스 온수기 국제인증(미국·캐나다) CSA를 획득해 업계 최초로 순간식 가스 온수기를 북미 시장에 수출했다. 북미와 중국, 러시아, 영국 등에 판매 활동을 담당하는 자회사도 설립했다.
경동나비엔은 사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나가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매출 57%도 해외에서 발생했다. 경동나비엔은 최근 3년간 북미 시장에서 연평균 16.9%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북미 시장 매출은 전체 매출의 43%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2월 북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버지니아주 제임스 시티 카운티에 1차로 동부 물류창고를 건설하고 2024년까지 시설투자를 통해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만5000평 규모의 현지 생산공장은 인수 비용과 설비 및 건물 증축을 위한 비용을 포함해 최종 투자 예상 금액이 총 92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난방 시장서
존재감 드러내
이번 투자로 경동나비엔은 단기적으로 물류비 감소와 함께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일러와 온수기 모두 수요가 높은 동부 시장과 인접해 있고, 버지니아 항구와 거리도 가까워 자재 수급과 물류 배송이 모두 용이하다. 또한 버지니아주에서 항만 경제 및 인프라 개발구 교부금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현지에서도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고객 우호도 향상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미 북미에서 새롭게 ‘콘덴싱’ 기술을 기반으로 친환경 고효율 시장을 만들어 낸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일반 온수가 ‘NPN’을 출시하고 ‘캐스케이드’ 시스템을 통해 상업용 시장을 확대하는 등 북미 난방 시장에서 지속해서 무대를 넓히는 중이다.
이상규 경동나비엔 미국법인장은 “이번 투자로 현재 캘리포니아를 통해 공급되던 물량을 미국 내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배부할 수 있게 되면서 북미 시장에서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뤄 갈 수 있는 또 다른 원동력을 얻게 됐다”며 “북미 시장 공략의 마지막 단계로 구상했던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를 통해 고객 접근성을 강화하며, 난방 한류를 주도하는 넘버원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러시아 후발 주자 진출
업계 최초 100만 대 판매
북미에서의 성공은 러시아에서도 통했다. 경동나비엔은 유럽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러시아 시장에 후발 주자로 진출했음에도, 현지에 최적화된 제품과 뛰어난 품질을 기반으로 시장을 선도했다. 기후가 불안정한 러시아는 사회 인프라마저 열악해 안정적으로 난방 기기를 사용하기 어려웠고, 이에 경동나비엔은 안정적인 연소가 가능한 공기감시장치(APS)를 적용했다. 그 결과 러시아 현지 벽걸이 보일러 부문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2016년에는 소비자가 직접 선정하는 러시아 국민 브랜드에 보일러 분야에서 최초 선정된 이후 지난해까지 3회 연속 수상했으며, 2018년과 올해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선정하는 ‘올해의 기업’에 선정됐다. 또한 러시아에 진출한 보일러 회사 중 최초로 100만대 판매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시장에서 K-보일러 위상을 증명하며 업계에서도 인정을 받는 경동나비엔은 국내 다른 기업들의 러시아 진출 활성화를 위해 ‘한·중·러 포스트코로나 경제협력포럼’에서 현지 진출 노하우를 소개했다. 지난달 24일에 진행했던 포럼은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 기업의 러시아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동나비엔은 ‘한국 기업의 러시아 진출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김택현 러시아법인장이 화상을 통해 직접 참여했다. 현지 진출 과정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고 시장 1위에 오른 성공 전략, 러시아 시장을 개척한 과정에 대한 노하우 등 현지 진출 경험을 공유했다. 김택현 러시아법인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기업으로서 러시아 시장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을 넓히는 데 앞장서겠다”며 “현지에 진출하는 기업들에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유진 기자 yjsh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