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폐지” vs “유례없다…부자감세, "왜들 난리래?”]①
["상속세 폐지” vs “유례없다…부자감세, "왜들 난리래?”]①
  • 이범희 기자
  • 입력 2020-12-04 08:55
  • 승인 2020.12.07 08:30
  • 호수 1388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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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집 팔아 상속세? 남일 아니다...1주택자도 세금 비상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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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세제당국은 상속세 폐지는 유례가 없고, 부자감세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속세의 명목세율이 높은 건 맞다면서도 세율 조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을 증여받을 때 내야하는 증여 취득세율은 현행 3.5%에서 최고 12%까지 인상된다. 상속세 공제(기본 5억+배우자 5억)를 적용해도 과세 대상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평생 모은 재산으로 서울에 주택 한 채를 마련한 중산층마저 상속세 부담을 안게 된다는 얘기다. 살던 집 팔아 상속세를 내야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수십 억짜리 집 물려받고 누군 세금내고 누군 안내고
증여 주택에도 최고 12% 취득세…'세대별 합산' 과세 추진 


우리나라에서는 상속 금액에 따라 5~65%의 상속세율을 차등 적용한다. 할증률이 꽤 높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도 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0.1%보다 4배 높다. 대신, 소득세율이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낮으니 단순 비교는 어렵다.

지난 1월20일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에 상속세를 낸 사람과 총납부세액은 8002명, 2조5197억원으로 2000년(1389명, 5137억원)에 비해 5.8배와 4.9배로 확대됐다. 최고 세율(50%)이 적용되는 30억원 이상 재산 상속자(225명→1142명)도 5.1배로 늘었다.

과거 초고소득층에 한정됐던 상속세 납부자는 점차 중산층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0년 1억9393만원이던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해 9억3421만원으로 치솟았는데도 일괄공제(5억원) 등 주요 공제는 20년째 그대로다. 

3년전 비과세도 올해는 상속세 내야 해  

실제로 서울 강남에 있는 30억원짜리 아파트를 홀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자녀(1명)는 각종 공제를 고려해도 8억원 안팎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 강남4구와 마포, 용산 지역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5억원을 훌쩍 넘는 만큼 통상 5억~10억원 정도인 각종 공제를 감안해도 상당수 자녀는 상속세 납부 대상이 된다. 2018년 8002명이던 상속세 납부자 수가 조만간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세무업계가 내다보는 배경이다.

최고세율 대상자도 크게 늘고 있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적용될 수 있는 30억원 초과 재산 상속자는 2000년 225명에서 2018년 1142명으로 5.1배까지 확대됐다. 40% 세율이 붙는 10억~30억원 상속자도 484명에서 3334명으로 6.9배로 늘었다. 

집값 상승 영향으로 3년 전 비과세 대상이었던 1가구 1주택자도 배우자 사망 시 적지 않은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 매체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에 살았다면 3년 전에 배우자 사망 시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 당시 시세가 8억5000만원으로 공제 한도를 넘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최근 시세(14억5000만원)를 반영하면 상속세 5571만원이 부과된다. 배우자가 없거나 동시 사망한 경우 자녀들에 부과되는 상속세는 약 2억2698만원에 달한다.

같은 단지 전용 84㎡의 경우 배우자가 있을 때는 3년 전엔 상속세 비과세 대상이었지만 최근 시세를 반영하면 약 7788만원의 상속세가 부과된다. 배우자가 없을 때는 세부담이 3억원을 넘어선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18년간 경제 규모가 세 배로 커지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는데도 과세기준을 그대로 놔둔 건 사실상 증세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항의성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은 “다주택자의 증여 ‘꼼수’를 막겠다며 증여에 대한 취득세를 올리겠다고 하는데, 언제부터 증여가 ‘꼼수’가 됐습니까. 최대 50%의 증여세를 내고 자식에게 증여하는 것이 언제부터 범죄시된 겁니까”라는 취지였다. 

이 글이 올라온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수백 명이 동참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증세 방안에 반발하는 글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징벌성’ 세금을 물리면서 시장의 불만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상속세 폐지...경제·사회 이목 쏠려

20년 전만 해도 상속세는 극소수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었다. 2000년 상속세를 낸 사람은 1389명에 불과했다. 적어도 유산이 10억원 이상은 돼야 상속세 납부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고인이 대기업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면 세율이 60%로 높아진다. 주식평가액에 20%의 할증이 붙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기준, 이건희 회장의 지분이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인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 유족의 상속세는 10조9000억원 가량이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적용되는 할증률은 ‘경영권 프리미엄’에 과세하기 위한 제도로 1993년 도입됐다. 재계에서는 최대주주가 과반의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추가 할증률 10%까지 적용할 경우 상속세가 최대 65%까지 달한다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지난달 27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란 제목의 청원 글이 게제됐다.

익명의 청원인은 글을 통해 "우리나라를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끌고 도와준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셨다"며 "나라를 위해 일하셨던 분으로 존경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재산 18조원 중에서 10조원을 상속세로 가져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이라는 기업이 무너지면 우리나라에 엄청 큰 타격이 올 것"이라며 "18조원이라는 자산도 세금을 다 내면서 벌어들인 돈"이라고 했다. 아울러 청원인은 "제발 삼성도 생각해달라"며 "삼성은 우리나라를 위해 일했는데 우리나라는 삼성을 위해 이런 것도 못해주냐"고 글을 맺었다.

실제 전날 이 회장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포털사이트에는 국내 최고 부호로서 18조원에 달하는 이 회장의 자산의 상속에 대한 기사가 일제히 쏟아졌다. 주요 언론보도의 상세한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이 회장의 유산을 상속할 경우 최대 10조원 이상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회장이 생전에 보유했던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주요 상장사 지분 가치는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약 18조원에 이른다. 이 자산이 모두 이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에게 상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상속세율은 최대 60%에 이른다.

이렇게 계산할 경우 이 회장 유산에 부과될 유산은 약 10조6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비용 총계(10조5851억원)보다 많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난 4월 통과된 1차 추경 예산안(11조7000억원)에는 약간 모자란 수준이다.

만약 이 부회장이 분할 방식의 상속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10조원을 넘는 규모의 상속세에 경제·사회 각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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