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기가 막혀
공무원이 기가 막혀
  • 오경섭 기자
  • 입력 2008-10-21 09:38
  • 승인 2008.10.21 09:38
  • 호수 756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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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 공무원 뇌물성 해외 출장 의혹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중소기업청 공무원들이 업체의 돈으로 ‘뇌물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논란이 된 중기청 공무원들은 39명으로 이들은 2004년 이후 최근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장비운용교육을 목적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그런데 이들은 공식일정과 실제 행선지가 다를 뿐 아니라 2006년과 2008년도에 다녀온 출장팀의 출장귀국 보고서가 똑같이 작성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른쪽 사진은 충북지방중소기업청의 공무원 해외연수 결과 보고서이다. 소속 공무원 2명이 2006년 4월24일부터 9일간 체코 프라하를 다녀왔는데, 목적과 교육내용 등이 기록돼 있다.

그 옆 사진은 2008년 6월 부산울산지방중기청의 연수 보고서다. 2년의 시차를 두고 다녀온 출장팀의 보고서가 거의 똑같이 작성된 것이다.

보고서 옆 사진은 출장 공무원들의 여권에 기재된 출입국기록이다.

당초 제출한 여행계획서와 다른 공항을 통해 출입국했을 뿐 아니라 연수국과 관련 없는 인접국을 비행기와 철도 등으로 드나든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연수를 핑계로 해외 관광을 다녔다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다음날 연수 일정에도 불구하고 모 공무원이 1박 2일의 일정이 불가피한 체코 프라하에서 오스트리아 호엔하우를 기차로 다녀온 것은 이 같은 의혹을 더욱 짙게 한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김태환 의원(한나라당 구미을)은 이와 관련 “공무원에게 물었더니 밤에 갔다가 새벽에 왔다는 변명을 했다”며 “그래서 자세한 일정과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기청 공무원들은 또 공무원 해외 출장 규정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규정 8조는 ‘국외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면 30일 이내에 귀국보고서를 행정자치부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www.btis.mogaha.go.kr)에 등록’해 공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 중기청 소속 공무원들의 해외 출장은 장비구입 업체인 T사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중기청은 지난 2005년부터 3년간 T사로부터 매년 1억5천여만원짜리 장비를 구입했는데, 이 때문에 장비 구입을 매개로 한 업체와의 유착 비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태환 의원은 이와 관련 "2004년 이후 중기청 직원의 장비운용교육을 목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으로 해외출장을 떠난 것은 총 20회로, 직원 39명이 타기관 지원으로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기청이 100% 자체 부담한 해외 연수에 있다. 2006년도 연수팀은 업체 지원 없이 중기청 돈 150만원으로 열흘간 유럽출장을 수행했다고 보고했다. 이 돈은 항공권 등 교통비에도 미치지 못해 업체의 지원을 고의로 숨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태환 의원은 “자체비용으로 해외출장을 다녀 온 수십명도 사실은 업체 지원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관계제도의 재정비는 물론 장비구입과 관련해 업체와의 유착가능성이 높은 만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경섭 기자 kbswa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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