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조문정치의 비밀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이 정치권을 노크하고 있다. 노크 소리에 한나라당은 ‘문을 열어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자리에 앉힐까’ 고민 중이다. YS의 IMF의 주역이란 이미지가 부담스럽지만, YS에 대한 배려 등을 이유로 문을 반쯤 열어줬다. 김현철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자리에 떡하니 앉으면, 정치권에는 얼마나 긴 파문이 생기게 될까. 등장 무대의 커튼을 젖혀 봤다.
김현철의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내정설은 지난 7월부터 흘러나왔다.
그 당시 당에서는 지난 4·9 총선 당시 자격기준 미달로 공천 신청에 거부된 김씨가 당 싱크탱크의 부소장직을 맡는 게 부적절하다는 반대론과 여권의 대화합 차원에서 김씨를 기용해야 한다는 찬성론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씨의 부소장행은 지난 번에 한번 나왔다가 반대가 심해서 임명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YS 부친 조문 후 명분 쌓기?
한나라당이 현철을 꺼리는 이유는 ‘제2의 IMF’에 비견되는 최악의 경제상황 속에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난 여론, 이미지 실추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경제 수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IMF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이었고, 한승수 총리는 환율문제가 누적되던 1996년부터 1997년 3월까지 재정경제원 장관을 지냈다.
이 상황에서 IMF의 신호탄이었던 한보 사태의 주역 현철씨 마저 당에 복귀할 경우 정부와 여당에는 제2의 ‘IMF 라인업’이 구축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 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선친 김홍조 옹의 장례를 계기로 이 논의가 재개되더니 당내에서 점차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조문정치로 인해 무게가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장례식에 한나라당의 핵심인사가 거의 찾아갔다”면서 “여러 당 중진과 만나는 자리에서 현철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 때 YS의 최측근에 있었던 정병국 의원은 그러나 “2차례 조문을 했지만 현철 문제가 논의되지는 않았으며 부소장 임명 여부가 결정됐는지도 아직 모르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그러나 “한나라당 정치인치고 YS의 손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고 말해 김 전 대통령이 현철문제에 일부 관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여의도연구소장인 김성조 의원도 “아직 김씨에게 부소장직을 주기로 결정한 바는 없지만, 그 카드가 죽은 것은 아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최근 홍준표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은 전부 개인 비리로 구속되거나 문제가 됐었는데도 국회의원을 하더라”며 “현철씨는 개인비리가 없을 뿐 아니라 대선자금이 횡횡하던 시대의 일인데 이를 꼬투리 잡아 개인의 비리로 몰고 가 정계에 복귀하지 말라는 것은 무리”라고 ‘현철의 복귀’를 사실상 가시화했다.
한나라당, 현철 복귀위해 명분 쌓기 하나
정병국 의원도 “현철씨는 과거에 본인이 연구소를 했던 사람이고, 조사방법론의 대가 중 한 사람”이라며 “오랫동안 여론조사를 전문으로 해왔고 그런 차원에서 당에서 본인 역할 찾아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복귀로 기운 상황에서, 홍 원내대표는 이른바 ‘명예회복론’에 힘을 실었고, 정 의원은 객관적인 명분을 부여한 셈이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돌을 씹어도 소화할 수 있는 당”이라며 “현철씨의 안 좋은 이미지를 얼마든지 소화해 낼 수 있을것”이라고 밝혔다.
현철씨 문제가 논의되던 와 중에 민주화추진협의회 출신 상도동계, 동교동계가 매달 한 자리에 모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한나라당에서는 김무성, 안경률, 정병국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고, 김무성 의원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철, 여의도 입성 초읽기
김무성 의원은 “그간 민추협이 1년에 한두 번 행사하는 것을 제외하곤 사실상 유명무실했으나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매달 모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종국적인 목표는 양김씨 화해”라고 밝혔다.
정병국 의원은 “당내 상도동계는 없다고 봐야 하며, DJ와 YS의 화해에 민추협 관계자들은 이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모임은 현철씨 복귀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현철씨가 부소장에 임명될 경우 향후 행보나 당내 역할도 관심이다.
일단 당내 분위기는 그가 복귀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입지를 굳힌 뒤 총선에 나가 국회의원으로 명예회복을 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당 관계자는 “부소장이 되면 명예회복을 위해 총선 출마를 전제로 친박계 활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여의도연구소는 민심 동향을 파악하고 여론을 분석해 당 지도부에 전달하는 것이 주요 역할인 당의 핵심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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