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스승으로 존경하며 ‘조화와 절제’ 구현
아버지를 스승으로 존경하며 ‘조화와 절제’ 구현
  • 배병휴 
  • 입력 2007-06-26 12:01
  • 승인 2007.06.26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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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휴의 재계 원로 탐험 ③
“세월은 바뀌어도 때론 피가 끓는다오”-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

삼양그룹 김상홍 명예회장은 지난 1999년 발간한 자서전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에 은행나무 예찬론을 펼쳤다. ‘조화와 절제’ 편의 은행나무 예찬이 삼양정신을 말하고 김 명예회장의 성품을 대변한다. 이에 따르면 지금도 연지동 사옥의 한마당에 우뚝 서 있는 은행나무는 예사로운 고목이 아니다. 수령이 500년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니 왕조시대와 한말 및 일제 강점기를 꿋꿋이 버티고 살아온 굳센 거목이다. 둘레 4m, 높이 14m의 이 진귀한 거목을 뒤늦게 알아차린 서울시가 1981년 10월 보호수로 지정했으니 다행이다. 보호수로 지정됐기 때문인지 지금도 이 은행나무는 수 백 년 고목이기보다 청장년의 씩씩한 기상이다.


삼양그룹이 이곳에 본사 사옥을 짓기로 확정했을 때는 금방 뽑혀 나갈 운명이었다. 공사비를 줄이고 공기도 단축해 회사에 충정심을 보여야 할 건축 관련 임직원들은 당연히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수당 김연수 회장의 뜻은 각별했다. 마당 한 가운데 거목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명당 터를 잡았다고 좋아했다. 풍수가들도 일제와 해방 등 격변기를 살아온 삼양그룹이 명당을 잡아 크게 번창하리라는 찬사를 보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사내의 의견이 분분해지고 특히 건축 관련 책임자들은 대형공사를 앞두고 은행아무를 보존하려는 것은 너무 미련한 짓이라고 불평했다. 그렇지만 회장의 뜻이 각별하니 별 도리가 없었다.


부전자전의 나무사랑 대물림

김연수 회장은 사옥을 설계한 정림건축에 은행나무를 보존시켜 사옥과 조화를 잘 이루도록 설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공사기간 중에도 나무보호에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정림건축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정원사를 특별 배치해 한 점 손상이 가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만 했다.

이때 회사의 경리담당 임원진은 설계비가 다소 비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장이 출장 떠난 사이에 정림건축 측과 협상해 얼마만큼 설계비를 깎기로 합의했다. 뒤에 출장에서 돌아온 회장은 이를 알고 삭감한 설계비를 추가 지불토록 지시함으로써 은행나무에 대한 더 없는 애정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 같은 선친의 은행나무 사랑을 지켜본 김상홍 명예회장이 지금은 부전자전 격으로 은행나무 예찬론에 흠뻑 젖어 있다. 삼양문화의 상징이 바로 은행나무 정신이라고 예찬한다.

은행나무는 정갈하다. 각종 공해에 강하고 벌레마저 깃들지 못한다. 그래서 서울시가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열심히 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나무에 피를 맑게 하는 약효가 꽉 들어 있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김 명예회장은 본사의 지킴이인 이 나무가 봄이 오면 새잎이 돋아나고 가을이면 노랑잎을 다 버리고 겨울을 이겨내는 것이 바로 ‘조화와 절제’를 가르쳐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 어떤 보물과도 바꿀 수 없는 삼양의 보물이라고 확인하고 다짐한다.


그릇 크기를 짐작하기 어려운 분

김 명예회장은 선친 수당을 스승이라 표현한다. 집무실에 선친의 흉상을 모셔 둔 것이 이 때문이라고 여러 번 밝혔었다. 또 큰아버지 인촌 김성수 선생과 둘째형인 김상협 전 고려대 총장도 스승처럼 회상한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삼양그룹의 기업정신은 청부사상이 바탕이다.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정도경영이나 윤리경영이 이 청부사상에서 나왔다.

그리고 선친 아래서 철저한 경영수업을 거쳐 삼양그룹을 승계한 김 명예회장은 창업정신을 고스란히 지켜낸 수성 경영인으로 꼽힌다. 창업 못지않게 수성이 어렵다고 지적되지만 김 명예회장이 삼양그룹을 수성한 것이 바로 은행나무 사랑정신이자 ‘늘 한결같은 마음’이었다.

생전에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김상홍 명예회장을 ‘들을 줄 아는 사람’, ‘그릇의 크기를 짐작하기 어려운 사람’이라 말했다.

과묵하고 침착하며 겸양이 지나칠듯한 그 성품이 교육자의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선비 기업인’이라 표현했다. 구 회장은 김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윤 현 삼양사 회장이 LG그룹의 반도상사에 2년이나 근무한 적이 있었지만 귀띔도 하지 않아 전혀 몰랐었다는 일화를 들려준다.

경총 업무관계로 친밀한 사이인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은 ‘외유내강’과 ‘은인자중’의 기업인이라 평하고 삼화인쇄 유기정 회장은 정도와 중용의 기업인으로 평했다.

대체로 같은 시기 고뇌를 함께 해온 원로 기업인들이 보는 김 명예회장의 성품은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요약된다.


500살 은행나무 소리 듣는다

김 명예회장 스스로는 자서전을 끝내는 대목에 ‘아름다운 세상을 소망하며’라는 다음 세대를 위한 축시를 남겼다.

이 조국 이 산과 강에
푸른 들판에
먼저 왔던 이들이나
나중 온 사람들이나
모두 평화를 사랑하고
번영을 꿈 꾼다

그때의 젊은이들이나
오늘의 젊은 세대나
사랑을 나누고
평화를 사랑하기는 매 한가지

나는 연지동의 500살 된
은행나무가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또한 은행나무 가지 하나에
둥지를 틀고 사는 까치들의
평화로운 지저귐 소리를 듣는다
아름다운 세상을 기원하는 그 소리를
아 이 마음속에도
그 500살 은행나무 같은
기원의 말씀이 있으니


#김윤 삼양그룹 회장 ‘대망론’ 2010년 10조 매출 잰걸음

김윤 삼양그룹 회장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약회사 인수계획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또 화학, 식품, 의약 등 3대 사업부문과 관련한 해외기업 인수합병도 준비 중이다. 이는 그룹차원에서 발표한 ‘2010년 6조원 매출’이란 비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인수합병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삼양그룹은 연구개발에 집중된 의약 사업을 마케팅과 유통까지 총괄할 수 있는 의약분야 계열사를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룹 내부에서는 제약사를 인수할 경우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재편되는 제약시장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기업인수는 식품분야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삼양그룹은 설탕관련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지만 현지 공장은 갖추지 못했다. 과도한 물류비용 해소 차원에서도 해외기업 인수를 통한 수출 안정화가 절실하다.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발언 배경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김윤 회장은 화학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업구조 변화를 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윤 회장은 지난 2004년 취임 후 삼양웰푸드, 세븐스프링스, 삼양EMS 등을 인수하면서 그룹 외형을 확장하는 등 인수합병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배병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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