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매체 통해 쌍방비리 폭로 대결
언론매체 통해 쌍방비리 폭로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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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3-06-17 09:00
  • 승인 2003.06.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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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신군부의 12·12 쿠데타로 분위기가 삼엄하던 지난 80년 3월의 일이다.당시 한국 재계를 양분하고 있던 삼성그룹과 현대그룹 사이에 언론을 매개로 한 일대 전쟁이 불붙었다. 싸움의 발단은 삼성그룹 계열사인 중앙일보가 현대건설의 부실 공사를 문제삼자, 이에 발끈한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 각 신문사에 이병철 삼성회장과 홍진기 중앙일보회장의 과거 비리를 폭로하는 광고를 실으려 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싸움은 삼성은 중앙일보, 현대는 동아일보 등 각자 연을 맺고 있던 언론매체들을 매개로 한 폭로비방전의 양상을 띠고 전개됐다.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했을 뿐, 싸움의 실제 동기는 신군부와 삼성그룹간 유착으로 현대그룹이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정회장의 위기감에 따른 것이었다. 이처럼 초반에는 삼성이 유리했으나 83년 정회장이 서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현대에 유리한 쪽으로 국면이 바뀌었다.필자는 당시 두 고래의 싸움 과정을 취재하며 양쪽 관계자들로부터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83년에는 정주영 회장의 초청을 받아 울산 현대조선 영빈관에서 이병철 회장과 정회장간에 얽힌 애증의 관계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이 녹취록은 한국 재벌사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인 동시에, 당시 재벌의 영향력 아래서 자유롭지 못했던 언론의 위상도 함께 읽을 수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삼성 계열사인 중앙일보가 현대 부실 공사 문제삼으면서 발단실제로는 신군부와 삼성간 유착에 따른 현대의 소외감서 비롯

정주영, “기사로 안되면 광고로 알려라”
신군부 등장 이후 맞붙은 삼성과 현대의 쟁투에는 정주영 회장의 잠재의식도 작용된 듯 보인다. 그는 신군부가 모시는 신현확총리와 이병철회장이 밀착되어 과도기 또는 ‘새시대’의 재벌판도에 어떤 역학관계로 작용되고 자신과 현대는 소외당할지도 모른다는 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매스컴을 통한 대대적 광고로 대 삼성 공격명령을 내렸어.“이병철은 한비밀수 사건의 장본인이며 홍진기(중앙일보 회장)는 자유당 부정선거 원흉이다”라는 5단 통광고를 만들어 각 신문사로 뛰었어. 동아일보와 매일경제신문 광고국으로 뛰었는데 동아에는 접수가 되지 않고 마침 매일쪽에는 접수 여직원이 있어 접수가 되었다. 그러나 20분도 안되어 첩보가 삼성쪽으로 들어갔지. 삼성은 총력전으로 나서 광고를 막았어.그러나 양측의 폭로 고발 기사전쟁이 격화되어 서울시에 나가있던 검열단은 시국 기사보다는 이 기사에 신경들을 썼어. 결국 경방의 원로 김용완회장이 주선을 해서 양측의 화해협상이 이루어졌어.

<장원>에서 양측이 만났는데 현대에서는 정회장과 이명박 사장이, 삼성쪽에서는 홍진기 회장이 참석했고 이병철 회장은 참석 안했어. 당시 이회장은 일본 동경에 있었어. 회담은 극히 감정적 기류였어.정회장: 부실공사라는 게 조인트 하나 빠져도 금이 가고 그러는 건데, 뭐가 부실공사인지 한 번 따져보자.홍회장: 지금 그런 걸 따지자고 할 때인가.이명박: 놔두시오. 정회장이 하고 싶은 말 충분히 하도록 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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