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에너지외교 한계 봉착?
MB정부 에너지외교 한계 봉착?
  • 선태규 기자
  • 입력 2008-10-21 09:07
  • 승인 2008.10.21 09:07
  • 호수 75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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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러시아채널 총동원 불구 3400억 물거품
러시아를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월 29일 저녁(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레믈린 대궁전 그라노비타야 홀에서 열린 공식 환영 만찬에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에너지 자원외교가 한계에 봉착했다.

러시아 서캄차카 광구 연장에 실패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섰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에너지 자원외교의 대표적 실패 사례라는 지적이다.

국가 재정적 손실은 물론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 차려 놓은 밥상을 이 대통령이 엎어버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이 문제에는 북한과 연관된 러시아의 깊은 속내가 자리하고 있다. 이 실패를 바탕으로 고차원의 외교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사업이 왜 실패했는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북한과 연관된 러시아의 의도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서캄차카 해상광구 사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전 대통령을 만나면서 처음 논의됐고, 2004년 9월 한국석유공사와 러시아 로즈네프트(Rosneft, 한국의 석유공사와 같은 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한국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본격화됐다.

한국컨소시엄과 로즈네프트는 각각 40대 60의 비율로 출자했으며 2007년 6월부터 지진파 감지기를 통해 탐사작업을 시작했고 2008년 6-8월까지 제1 탐사공을 시추했다.

한국 컨소시엄은 2007년 12월 러시아 지하자원청에 광권연장 신청안을 제출했으나 러시아로부터 2008년까지 2개를 시추하지 못하면 해지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고, 1개만을 시추해 결국 취소됐다. 시추를 한 탐사공에서는 아무 것도 안 나왔다.

석유공사의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성훈 신규사업단장은 이와 관련 “일단 시추를 했는데 아무 것도 안 나왔습니다. 상상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고 설명하자 이사가 “꽝 이었습니까”라고 물었고, 김 단장은 “네, 꽝 이었습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이 사업실패로 투자액 2억1000만 달러(2594억 원), 계약해지 비용 7200만 달러(880억 원) 등 총 2억8200만 달러(3474억 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특히 투자액 2억1000만 달러 중 60%는 로즈네프트가 비용부담이 어렵다고 하자 석유공사가 대납한 금액이다.


노무현-푸틴 양해각서, 그 후

출자비율은 러시아 관련법상 외국인이 광권을 못 가져가도록 규정돼 결정된 것이고, 대납한 이유는 “내 땅에서 시추할 수 있도록 할 테니 이를 지분으로 인정하라”는 러시아의 암묵적 요구가 작용한 탓으로 분석된다. 1개 밖에 시추를 못한 것은 러시아가 자국의 시추선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지역을 제한한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했고, 이로 인해 2차 시추준비가 복잡해졌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광권 연장이 실패했으나 비용분담 기준이 명확치 않아 투자비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지식경제위 소속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 측은 “계약서상 사업 실패시 비용회수 명문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이명박 정부는 광구권 연장을 위해 취임 전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2008년 1월 이재오 특사단을 파견해 로즈네프트 경영진과 회의를 했고, 2월 주러 한국대사가 6일과 18일에 각각 지하자원청 위원장과 로즈네프트 사장을 면담했다.

2월25일 취임식 때 이 대통령은 러시아 쥬코프 총리를 면담해 광권 연장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6월에는 주러 대사가 다시 지하자원청장을 면담했고, 7월에는 정부대표단(단장 : 지경부 안철식 실장)이 로즈네프트를 방문했다. 그러나 7월29일 러시아 지하자원청은 광권 연장을 불허했다.


이재오 특사 파견 소득 없어

주러 대사가 3번이나 면담하고, 대통령까지 나섰으니 이명박 정부로서는 외교역량을 총동원한 셈이다. 외교적 역량이 바닥임을 입증한 것이란 지적이 여권 내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 순방 시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키로 합의하고, 공동선언서 일부에 서캄차카 사업을 공동 추진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이미 손실은 손실대로 본 상태고, 이 사업을 다시 추진해보자는 원천적인 합의만 한 것으로 구체화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러시아는 일방적인 통보 등으로 사실상 사업을 어렵게 해 광구연장을 할 수 없도록 했음에도, 로즈네프트는 8월에 서캄차카 신규광권 취득신청에 석유공사의 공동 참여를 요청했다.

9월 현재 석유공사와 로즈네프트간 기존 광권 정리 및 신규 참여안 관련협의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올해 연말까지 이 제의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주목 끄는 한-러 정상회담 전망

그러나 이번 광구권 연장실패와 관련, 러시아가 남북문제와 연관 지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어 주목되고 있다. 즉 러시아의 자원을 배편으로 한국에 가져올 수 있음에도, 북한을 경유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한국에 가져가게 하려는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송영선 의원 측은 “파이프라인이 설치되면, 북한 구도에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러시아가 정치적 지분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허용해야 파이프라인 설치가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프라인이 북한에 설치될 경우 한국은 통과비용으로 매년 1조 원 정도를 북한에 줘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정치적 지분을 러시아에 내주고 돈도 잃는 이중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천연가스 공급과 관련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가스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에는 러시아 측이 2012년까지 사할린 프로젝트II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하바로프스크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잇는 가스 파이프라인을 완공하고, 한국 측은 2015년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을 통과해 한국으로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는 서캄차카 광권 연장과 관련해서도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시 러시아에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경위 소속의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광권 신규계약을 다시 한다 해도 손실이 복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통상위 소속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은 “러시아 지하자원청이 어떤 근거와 기준에서 광권을 취소했는지 명확하게 답을 얻어야 한다”면서 “이 문제를 완전히 정리한 뒤 새로운 기준과 바탕에서 신규계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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