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라고 하고 있고, 제130조 제2항은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라고 하고 있다.즉 국민투표의 대상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으로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안과 “헌법개정안”에 한정한다. 위와 같은 국민투표의 대상은 국민투표의 구체적 절차를 정하고 있는 국민투표법에서도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데, 동법 제1조의 목적규정에서는 “이 법은 헌법 제72조의 규정에 의한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과 헌법 제130조의 규정에 의한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하여 위와 같은 헌법의 규정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가 우리 헌법상 어느 규정에 의하여 가능한 국민투표인가라는 점이다.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이 헌법개정안이 아님은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것이고, 그렇다면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이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인가라는 점이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의 문언을 아무리 확대해석을 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는 어렵다. 우선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은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이 ‘외교?국방?통일’ 등과 같은 ‘국가안위’에 관한 사항인가라는 점에 대하여도 선뜻 동의를 할 수 없다.그러면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성에 도달한다. 이는 대통령이 초헌법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대의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들은 인류가 오랜 기간 통치권력의 횡포와 시민의 권리의 투쟁 가운데 권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토대로 하여 정립된 것이다. 특히 법치주의는 어떠한 권력이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행사되도록 하는 ‘권력의 제한’이 중심 사상이다. 만약 이 시점에서 우리가 대통령이 헌법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도 국민투표를 통하여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다면 우리는 독재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에 다름 아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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