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축은행 A사 부도 청와대가 막았다”

‘9월 위기설은 괴담이다’, ‘현재의 상황은 IMF 위기 때와는 다르다’ 국내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인사들이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런 관측이 빗나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의 끝없는 추락과 주택담보대출 상환율이 낮아지면서 위기감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미 이런 조짐은 지난 ‘9월 위기설’이 한창 일 8월 당시 제2금융권에서 꽤 알려진 A 상호저축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정부의 긴급 지원으로 모면한 것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9월 위기설을 정부가 미봉책으로 무사히 넘겼지만 향후 국내 부실 금융기관의 줄도산이 연이어 터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이런 불길한 징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9월 위기설에 이어 터져 나오는 ‘12월 위기설’을 추적해 봤다.
‘12월 위기설’의 단초는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그 하나가 지난 9월 국내 유수의 제2금융권 회사인 A 상호저축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처해 청와대에서 긴급 지원을 통해 막았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소문의 내용인즉 지난 7~8월 A사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에 개인주택담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금난에 빠지게 됐다. 참여정부 당시 제1금융권의 경우 LTV(주택담보인정비율)에 의해 최대 60%에서 40%대까지 담보 대출을 규제했다. 반면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규제에는 적용되지 않아 서민층의 담보 대출은 제 2금융권으로 쏟아졌다.
청와대 ‘긴급지원설’진상
제 2금융권은 고금리를 활용해 주택 싯가에 80% 수준까지 대출을 해왔다. 그러다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급속히 빠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배경이다.
대표적인 것이 A 상호저축은행으로 지난 7월과 8월에 2천억 원대의 부실 채권이 발생해 예금자까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창 ‘9월 위기설’이 사회에 급속히 퍼져 있던 당시 청와대에서는 A 은행의 도산 위기를 우려해 긴급 지원을 해줬다는 것이다.
자칫 유동성 위기가 예금자들에게 전해질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A사는 대출금리와 저축금리를 시중 은행보다 높게 책정해 고객을 유치해왔다.
상황이 일촉즉발에 이르자 A 은행의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청와대 P 수석이 역할을 했다는 소문까지 그럴듯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또한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과 A 상호저축은행 L 회장이 비서실장 되기 전부터 친분이 깊어 P 수석과 A사를 연결시켜줬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한편 프라임그룹의 자회사인 프라임 상호저축은행 역시 제2금융권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프라임 은행 자체의 유동성 위기보다는 프라임 그룹의 백종헌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횡령과 배임 혐의로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은데 이어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돼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프라임 그룹은 DJ정부와 참여정부에 고속성장한 회사로 1998년 프라임 상호저축은행을 시작으로 2003년 한글과 컴퓨터를 각각 인수했고 2006년도에는 경기도 고양시 ‘한류우드’ 조성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과거 정권과 특혜 및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A사처럼 제2금융권의 위기설은 금융업계에서 꾸준히 나돌았던 얘기다.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은행권에서 가계대출을 옥죄자 일부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했다. 문제는 가계대출 발 제2금융권 위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부동산 가격은 급락하고 대출 비율은 높지만 상환능력부재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오는 12월 30%대 수준까지 떨어질 경우 80%대 이상 담보대출을 해준 제2금융권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섣부른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은 622조원을 기록했고 이미 전년대비 10%가 넘는 증가율을 나타냈다. 또한 가계대출 중 제2금융권 등 비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대로 240조 이상으로 규모가 막대하다.
또한 제1금융권과 직결된 부동산PF 대출의 부실은 제2금융권을 낭떠러지로 몰고 있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미 지난 6월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인해 대출(PF) 연체율 증가 등으로 저축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한국, 제일, 진흥, 솔로몬 등 저축은행 5개사의 평균 매출액은 1조876억원으로 전년대비 2.6% 늘었지만 순이익은 1073억원으로 42%나 줄었다. 솔로몬 저축은행의 경우 순이익이 전년에 비교해 77.19% 줄어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문제는 부동산 PF 대출이 제1금융권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제 2금융권이 무너질 경우 제1금융권 역시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대출이란 부동산 개발사업과 관련된 토지매입자금에 대한 계약금, 중도금, 잔금 및 공사비등을 지원하는 여신상품이다.
위기 근저는 부동산 거품
참고로 저축은행이 다루는 PF대출은 대개 아파트, 상가 등에 대한 분양형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저축은행이 시행사에게 토지매입자금 등을 대출하면 시행사가 관련 지자체의 인허가 및 사업승인을 얻은 후 제1금융권 대출 등 (본PF론)으로 저축은행의 대출을 상환하는 단기성 대출의 형태를 띤다. 하지만 요즘처럼 건설 경기가 안 좋을 경우 제1,2금융권 모두 부실화될 여지가 충분히 존재한다.
현재 유명 회계법인인 S 법인의 경우 건설업체의 매각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건설업체의 1군에 포함되는 P건설사의 경우 건설 경기가 악화되는 여파로 인해 매각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회계법인 측에 따르면 중소업체 건설사의 경우 매각 가격을 ‘0원’으로 내놔 부채만 처리하고 회사를 넘기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의 폭락이 유명 건설사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제2금융권과 제1금융권까지 위협하는 도미노 현상이 예측되고 있는 셈이다.
제1금융권 B은행에 몸담고 있는 한 고위 인사는 국회의 한 보좌진을 찾아와 자기자본비율이 580%이르는 자사 은행의 현실을 보며 파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한탄했다.
그 자리에서 B 은행 간부는 “외국에서 우리 금융 회사 자기자본비율을 300%미만으로 보고 있지 않고 500%이상으로 보고 있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이름 있는 제1금융권 2~3개정도 은행이 도산 위기에 처할 운명”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위기 맞은 청와대의 고민
이에 여의도 정가에서는 9월 위기설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넘어갔을 뿐이라며 12월~1월로 금융 위기가 연기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 첫 징후는 건설사 연쇄 부도를 시작으로 제2금융권이 붕괴되고 부동산 가격이 30%대로 하락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이런 위기의식은 포털 사이트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에 개설된 Q&A 사이트에는 이미 노출된 프라임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들의 질문을 요약해 보면 ‘프라임 저축은행 신뢰할 수 있느냐’, ‘안전한가’, ‘예금들려고 하는 데 프라임 저축은행이 어떻느냐’는 등 우려하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네티즌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프라임 직원이라고 소개한 아이디 ‘1004mama’는 “안녕하세요! 프라임저축은행 직원입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저희 은행은 BIS비율 9.28% 고정이하여신비율 4.05%를 기록하며 9년 속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우량저축은행”이라며 “프라임 개발은 대주주로 대출은 법규상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 전혀 거래 사실이 없다”고 관계성을 부인했다.
그는 또한 “설령 대주주가 잘못 되더라도 은행에는 피해가 전혀 없다”며 “전문경영인이 책임경영을 하고 매주 경영현황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고 지도감독을 받고 있다”고 대주주와 선을 그었다.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 12월 위기설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한 인사는 “은행권의 저신용대출이 막히면서 제2금융권의 대출이 증가하는 일시적이 현상일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지적되지만 연체율 변화가 없는 상황이어서 아직까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또한 청와대 관계자 역시 본지와 통화에서 “미국 발 금융위기를 그나마 우리나라가 잘 대처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보다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며 IMF 경험이 있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12월 위기설을 부인했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는 외국 발 금융위기론이 한국의 위기의식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지난 14일자 영국의 경제신문(FT)은 ‘가라앉는 느낌(Sinking feeling)’이라는 제목으로 과도한 대외채무 등 한국의 위기 가능성을 보도했다.
이에 정부측 인사는 “일련의 FT 보도 행태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근거도 빈약한 보도를 반복해 한국경제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프랑스의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10월 8일), 미국의 다우존스통신(10월 8일자), 영국의 더 타임스(9월 1일) 등도 한국 경제 관련 보도를 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대부분 왜곡·과장 보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위기’라는 국내외 일부 지적과 ‘아니다’라는 정부 측의 주장이 누가 맞을 지 12월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냉랭하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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