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멜라닌 대공습 주가하락 추풍낙엽
중국발 멜라닌 대공습 주가하락 추풍낙엽
  • 조경호 기자
  • 입력 2008-10-15 10:24
  • 승인 2008.10.15 10:24
  • 호수 755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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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경계경보 발령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청 국정감사에서 (왼쪽부터)윤영달 해태제과 사장, 오인성 해태제과 해외사업팀장, 김상후 롯데제과 사장, 홍연탁 한국식품공업협회 부회장이 멜라민 관련 증인으로 참석하고잇다.

국내 식품제과업계가 초비상이다. 중국발 ‘멜라민 분유 파동’이 수입식품 전반에 확대되면서 국내 먹거리 문화 기반이 송두리째 뒤엎어질 위기이다. 멜라민 파동은 거의 모든 식품에 함유되는 유제품의 특성 탓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멜라민 파동에 앞서 '기생충 김치' '칼날 참치캔' 등 굵직굵직한 식품 사고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식품업체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과 분노가 깊어졌다. 정부도 강력 대응에 나섰다. 지난 10월 6일 시작된 국회의 국정감사에 식품업계 대표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지고 있다. 경기 불황에 이은 중국 멜라민 사태로 식품업계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초상집이나 다름없는 식품업계에 현주소를 진단해 본다.

식품의 안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유수의 기업에서 만든 식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멜라민 등이 함유한 제품이 출시됐다”

“농약·항생제 남용 실태가 세계 최악 수준이다“

뉴스마다 식품 안전성을 경고하는 뉴스로 장식되어 국민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물질 발견 CJ, 동원참치, 대림수산 등도 HACCP선정

이번 멜라민 파동에 앞서 학교급식에서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칼날 참치캔''기생충 김치' 등 굵직굵직한 식품사고들이 잇따라 터졌다.

이 같은 식품 사건은 저가의 중국산 수입제품에서부터 국내 대기업이 만든 식품에서조차 발생했다.

대기업, 중소기업 제품을 비롯해 중국산이든 아니든 먹을거리에 대해 결코 안심하고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식품 사고의 주범은 정부기관의 허술한 관리 감독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이다. 식품 안전성 파동이 확산되자 정부는 식품 안전을 강화하고, 국회도 나서 국민건강을 챙기기 시작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가 지난 10월 9일 식약청 국정감사에서 멜라민 검출 경위 등을 추궁하기 위해 멜라민 검출 업체 대표 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증인으로 채택된 식품업계 대표에는 윤영달 해태제과 사장, 이장환 제이엔제이인터내셔널 대표, 손종배 유창에프씨 대표, 김상후 롯데제과 사장 등이다.

이번 국감에서 정부의 허술한 안전식품 제조업소 인증제(HACCP) 관리에 문제가 지적됐다.

원희목(한나라당/국회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안전 소비자신고센터 이물질 접수현황>자료 분석을 통해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해섭 지정업체 식품에서 모두 10건의 이물질 발견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정부가 인증한 식품안전 업체에서 매달 2건씩 이물질 발견 사고가 신고된 셈”이라고 밝혔다.

HACCP는 96년부터 실시된 정부의 식품안전인정 기준으로 원료관리, 제조·가공·조리, 유통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과정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식품안정인증 시스템이다.

원 의원 쪽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식약청은 지난 3월 칼날이 발견된 동원참치캔은 지난해 7월4일 생산됐는데 식약청은 이보다 보름 앞선 지난해 6월 18~20일 실시한 정기점검에서 “금속 검출기 감도와 작동상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올해 5월21일 오물찌꺼기가 발견됐다고 신고된 풀무원의 국산콩옛만두 제조 공장에 대한 정기점검 실사표에도 “적정한 세척·소독기준을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비닐 조각이나 나일론 실 등의 이물질이 발견된 씨제이(CJ) 제일제당의 ‘해찬들사계절 쌈장’ 등은 원료 단계에서 이물질이 섞여 들어갔음에도 식약청의 점검 평가표엔 원료의 안전관리 여부 점검 항목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대림수산, 피디에이, 새아침, 풀무원 등 이물질들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기검사 결과 모두 “기계를 충분히 세척할 수 있는 장비를 갖췄고 적정한 세척소독기준을 운영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원희목 의원은 “식약청 지정 해섭 업체에서조차 이물질이 발견되는 것은 심각한 일로, 정부가 엄정한 해섭 관리체계 평가 작업을 실시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HACCP지정 및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고 문제가 발생한 HACCP업체는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롯데, 해태, 동서식품 ‘멜라민 검출 사과’

멜라민 파동으로 가장 타격을 입고 있는 곳은 제과업체들이다.

국내 최대 제과회사인 롯데제과, 해태제과는 멜라민 파동이 발생하자, 처음엔 자사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부인했다. 나중에 식약청의 검사결과 멜라민이 검출되자 뒤늦게 시인하거나, “해당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 바꾸기로 일관해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렸다.

소비자 분노가 커지면서 롯데제과, 해태제과, 동서식품 등은 뒤늦게 기업의 인터넷 홈페이지나 신문광고 등을 통해 대국민 사과 메시지로 소비자 달래기에 나섰다.

국내 멜라민 파동은 지난 9월 19일 농림수산식품부가 “전북 정읍 소재의 한 사료회사가 판매한 물고기사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밝히면서부터.

이미 중국에서는 유해물질인 멜라민이 들어간 분유를 먹고 수만 명의 유아들이 신장에 탈이 났고 이 가운데 4명이 숨진 뒤였다.

중국산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9월24일 발표로 곧바로 현실화됐다.

식약청은 중국에서 들여온 분유성분이 함유된 초코릿, 빵, 과자류 등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해태제과가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방식으로 생산해 수입한 ‘미사랑 카스타드’와 제이앤제이인터내셔널이 홍콩에서 수입한 ‘밀크러스크’ 비스킷 제품에서 유해물질인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멜라민 파동은 다국적 회사의 제품도 예외가 아니었다. 9월 30일 동서식품의 ‘리츠샌드위치 크래커치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다. 리츠샌드위치 크래커치즈는 다국적 기업인 나비스코가 중국현지 공장서 생산한 제품이어서 충격이 더했다.

9월26일에는 자판기용 커피크림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식약청은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수입하는 유성분이 함유된 모든 식품과 중국산 ‘분리대두단백’(콩에서 단백질만 추출해낸 것) 제품에 대해 멜라민 검사를 확대 실시했다.

그 결과 멜라민 파동은 유아들이 먹는 분유로까지 번졌다.

식약청은 “분유·이유식에 첨가하는 뉴질랜드산 락토페린 2건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바이오안전성센터 박영철 교수(독성학 박사)는 “멜라민은 니코틴보다 훨씬 약하지만 10000㎎/㎏의 에탄올(술)보다 약 3배 정도 독성이 강하다”며 “일상적으로 저농도 노출은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고용량의 지속적 노출은 분명히 인체에 유해하다. 허용일일용량은 섭취해도 괜찮다는 의미도 아니며 법적으로 용인된 용량도 아니다. 특히 WHO에서도 어떤 제품에도 멜라민 첨가를 규제하고 있고 인체에 도움이 안 되는 멜라민을 부도덕한 기업의 상술로 인하여 소비자가 섭취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식품사고의 본질은 식약청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문제

소비자들은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경화씨는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먹어서 나쁘다, 좋다가 아니라 멜라민이 절대 식품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원료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위해정도는 평균치이고, 확률적으로 위해가능성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양의 적고 많음을 가지고 논하는 것은 이번 사태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미 중국에서도 영아들이 사망하지 않았느냐. 들어가선 안 될 것이 들어간 것을 불안해하는 것”이라고 이번 사태의 본질을 설명했다. 그는 “당국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하는 것이 먼저인데, 2000년부터 이미 중국산 식품수입과정서 누적된 불안감이 이번 사태로 폭발한 셈”이라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도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국내외 식품을 막론하고 위해식품의 회수 우선 순위 등 식품안전을 담보하는 시스템이 불안전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완벽한 식품안전 시스템을 구축, 차제에 벌어질 수 있는 식품사고를 예방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물질 발견된 식품 계속 쏟아져

식품 문제가 사회적문제로 파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식품업체에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문제를 다루는 한 인터넷신문의 게시판에는 연일 국내 대형 식품 업체들에 대한 소비자 제보가 쏟아졌다. 대부분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 투입된 데에 대한 고발이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점인 KFC를 비롯해 롯데리아, 롯데삼강, 베스킨라빈스, 삼양, 농심 등의 제품에서도 이물질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코리아’라는 ID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N사의 라면, 말린 파리로 수프를 만든다.’는 제목으로 “N사의 라면(컵라면)을 사서 먹었다. 그런데 먹다보니 그 안에 말라죽은 파리 한 마리가 있었다. 정말 더러워서 죽는줄 알았다”고 했다.

지난 10월 1일, ‘소중한 나’라는 ID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L사에서 제조한 아이스크림에 이물질이 들어있었다고 고발했고, 10월 3일에는 꼬꼬’라는 ID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국내 최대 패스트푸드회사인 L사의 제품에 이물질&밀가루로 보이는 이물질이 있었다고 고발했다.


멜라민 사태로 제과회사 주가 급락

식품사고로 인한 식품회사의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10월 9일 관련업계와 식품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9월 롯데, 해태, 크라운, 오리온 등 제과업계 ‘빅 4’의 매출액은 약 1187억원으로 1~8월 월평균 매출 약 1540억원보다 353억, 23%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9월 중순 멜라민 파동이 제과업체들 매출하락을 초래하는 직격탄이 됐다”며 “상위 업체들 실적인 만큼 하위 업체들의 매출 타격은 더욱 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올 3월만 해도 970원에서 990원 사이의 박스권 동향을 보였던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9월 들어 치솟아 1400원대를 위협하면서 옥수수 등 국제 식자재 가격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은 소비자들의 신뢰가 붕괴되면서 매출하락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멜라민 파동을 계기로 식품·유통업계가 안전망을 재점검하고 나섰다. 이제는 2중·3중의 안전망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잉 대처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안전망을 마련해 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조경호 기자 news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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