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김태기 교수 [사진=본인 제공]](/news/photo/202011/432404_349543_5157.jpg)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지난 2017년 11월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에서의 언급을 통해 ‘신(新)남방정책’을 본격 추진해 왔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4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최대자유무역협정(FTA)에 최종 서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한일수출규제 ▲미중무역갈등 ▲美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등 기조로 세계 보호무역주의가 한층 강화된 가운데, 이번 RCEP 서명으로 ‘신남방정책의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발표날 연일 보도된 내용처럼 ‘RCEP 서명’을 진정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이에 일요서울은 지난 17일 경제전문가인 단국대 경제학과 김태기 교수를 만나 RCEP과 관련한 국내외 현황을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국노동경제학회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과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방문교수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부총리가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합의안에는 중국이 앞으로 2년에 걸쳐 2000억 달러(약 231조 6000억 원)어치의 미국산 상품을 추가로 구매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2020.01.16. [뉴시스]](/news/photo/202011/432404_349634_316.jpg)
- 미국은 ‘RCEP 서명’에 덤덤한 태도를 보이는데.
▲ 미국의 경우 당분간은 RCEP이든 TPP든 힘을 기울일 형편이 못 된다.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은 국가고 타격이 가장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바이든이 집권 초기라 지지 세력이 약한 것도 영향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당장 TPP에 신경 쓰기보단 개별적으로 쪼개지 않을까 예상된다.
현재 미국의 무역이 보호무역 내지는 자국 중심으로 가면서 세계와 멀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일단 리쇼어링(reshoring)으로 자국 생산량을 늘려 미국의 힘을 키워놓자고 생각할 것이다.
즉, 미국은 자유 무역을 버리는 게 아니라 자유 무역으로의 복귀를 위해 준비하는 단계다. 중국이 자본시장에 들어와 미국의 기업들, 우수 인력들을 빼가고 기술 탈취하기 때문에 자유 무역 질서가 망가졌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자유 무역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내수 경제 중심이라 수출 비중이 작아서 자유 무역이 조금 후퇴됐다고 급격한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긴급 대응보다는 내부적으로 기초를 견고히 하는 과정에 집중하겠다고 보인다.
- 향후 미국의 움직임을 예상한다면.
▲ ‘American First’을 외치던 트럼프 정부에서 ‘Made in all of America by all of American works’의 주장하는 바이든으로 미국의 민족주의가 한층 더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타깃은 확실히 미국 중산층을 향해 있다. 트럼프 때보다 훨씬 철학적으로 명료한 입장이다. 바이든은 자칫 잘못하면 다음 대선도 어렵기 때문에 미국 중산층을 타깃으로 강력한 리더쉽을 보일 것이다.
미국의 민족주의나 리쇼어링이 트럼프 작품으로 알고 있겠지만 아니다. 오바마-바이든 작품이다. 리쇼어링은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인 오바마 대통령 때 시작한 정책이다. 바이든은 과거 리쇼어링 정책을 토대로 미국 내 생산에 주력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TPP에 주력하기 이전에 미국을 경쟁력을 끌어올린 후 무역 질서를 바로잡고 미국 주도로 끌어갈 거라 생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및 각 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1.04. [뉴시스]](/news/photo/202011/432404_349630_5841.jpg)
- RCEP에 담긴 중국의 의도는.
▲ RCEP 협약 내용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 계획과 일치한다. 중국 발전 일정표에 맞춰놓은 것. 게다가 기간도 10~20년으로 잡아 놨다. 단계별로 발전 계획을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최대 10년이다. 20년은 너무나 까마득한 세월이라 말이 안 된다고 본다. 결국 ‘철저히 중국의 일정에 맞췄구나’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중국은 ‘코로나19’ 발병국으로 불리며 미국에도 몰리고 망신당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속도를 낸 것. 미국이 잠잠한 사이, 치고 나가겠다는 의도다.
사실 이미 한-중 FTA가 체결돼 있다. 하지만 휴짓조각이 돼 버렸다. 협상 위에 중국 공산당이 있기 때문. RCEP도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무역 흑자로 쌓아놓은 달러들을 동남아에 대폭 지원할 것이다. 나중에는 달러 대신 위안화로 대체하자고 말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RCEP이 위안화로 거래하게 되는 경우다. 경제 속국으로 전락하는 것과 다름없다.
-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은.
▲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고수해 왔던 한국의 전략이 먹히지 않는 시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안미경중의 문제를 노골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 반면 바이든의 경우,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트럼프보다 전면전의 기세를 보일 수 있다.
특히 한국 대기업에는 직격탄이 될 수도 있는 상황. 만일 바이든이 삼성 반도체를 미국에서만 만들어내라면, 당장 삼성에서는 미국 생산과 중국 생산 두 갈림길에서 한쪽을 선택해야만 한다.
중국과 비교해 미국 공장 진입도가 낮은 이때 한국이 중국 생산을 택한다면, 미국 생산은 물론 판매도 중단될 수 있다. 이에 연쇄작용으로 삼성 주가는 폭락할 것이고, 동학 개미들은 전쟁을 일으키려 할 것이다.
RCEP 했으니까 미국 시장의 빈자리를 동남아 시장으로 대체 하겠다? 불가능하다. 삼성의 고급 반도체는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이다. 동남아는 고급 반도체를 쓸 일이 많지 않다. 싸구려 반도체는 중국이 더 싸게 잘 만든다. 우리나라 제품 원가의 절반에도 살 수 있다.
바이든이 자국중심무역을 가시화하는 시기는 내년 3~4월 선거 시기를 지나 여름쯤 전개되리라 예측된다. 이때는 바이든이 충격적인 카드를 들고나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삼성이나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은 자칫 타격을 받을 것이다. 준비가 필요하다.
이후에는 무역 문제를 벗어나 안보 차원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도 경제지만 일종의 국제 질서를 주도해가는 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군사, 안보 핑계로 내친 화웨이를 봐라. 한국은 미리 대책을 세워둬야 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