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대북사업의 가벼움
한나라당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0일간의 국정감사를 통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북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점검하고 필요시 청문회도 개최하겠다고 엄포를 내놓았다. 이는 국감 증인 채택에서부터 알 수 있다. 외통위 국감 증인으로 3명이 채택됐는데 참여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이종석 전 장관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첫 포문을 연 의원은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이다. 이 의원은 국감 첫날부터 우리 정부가 경수로 사업을 위해 지난 1999년 4조 3370억원 상당의 국채를 발행했지만 만기가 도래한 국채를 갚지 못해 또 다시 국채를 발행하는 등 ‘돌려막기’식 운영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갚아야 할 빚이 5791억원으로 늘어났다고 대북 경수로 사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대북 경수로 사업은 지난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측의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신 북측에 경수로를 한, 미, 일이 공동으로 분담해 추진한 사업이다. 총 사업비 16억 6천만달러 경수로 사업 중 우리나라가 70%인 2조7천억원을 부담하기로 돼 있었지만 2002년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의혹 속에 건설이 잠정 보류됐고 2010년까지 사업이 재개되지 않으면 발전기 등 관련 기자재가 모두 폐기될 예정이다.
또한 경수로 사업관련 한나라당 정진석 의원은 “대북지원 8조원 향후 들어갈 돈을 합쳐 경수로 사업 비용을 7조원 이상으로 추계한다면 지나 10년간 북측에 쏟아 부은 국가 재정은 천문학적 규모”라고 거들었다.
한나라당 외통위 위원실의 한 인사는 “경수로 사업은 이미 실패한 사업이라고 정부가 인정하는 상황인데 동원된 건설 기기 및 자재 심지어 덤프트럭, 굴삭기 차량까지 북측에 방치하고 있다”며 “사실상 북측에 헌납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경수로 장비뿐만 아니라 A 방송사는 북측 행사에 독점 중계권을 갖는 대신 고가의 방송장비를 북측에 양도한다는 약정서까지 써 준 상황”이라며 “대북협력사업이 일관성이나 원칙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2002년 2차 북핵위기 시 중단했다면 손실액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설거지론’을 제기했고, 민주당은 ‘경수로 사업의 시작은 한나라당의 전신인 문민정부 시절부터 진행됐다’며 화살을 돌렸다.
경수로 사업뿐만 아니라 남북협력기금의 운용 역시 불투명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국회 외통위가 발간한 ‘2007년 통일부 세입. 세출 결산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남북협력기금의 사용 결과 보고서 제출 실적은 63.6%에 불과했다. 남북협력기금을 지원받아 대북사업을 하는 민간단체는 반드시 결과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지만 실제 제출 건수는 3분의 2 수준에 그친 것이다. 외통위는 기금 운영 투명성 제고 및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서 이런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외통위에서는 참여정부 내 대북 협력사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장관은 스탠퍼드대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국감장 출석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는 통신사와 최근 인터뷰를 통해 경수로 사업관련 “이미 종료된 일이고 잘 처리된 사안인데 재론할 일이 없다”며 “재작년 국감 때도 나왔던 사안이고 내가 충분하게 답변도 했던 일이라 경수로 문제가 이번 증인 채택의 취지라는 건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밝혀 국감 출석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외통위의 국감장을 지켜본 외통위 전문 위원은 “남북 관계를 돌파하기위한 여야 의원의 대안 모색의 장이 아닌 국감장이 신구 정권의 대북정책 흠집 내기로 변질됐다”고 쓴소리를 보냈다.
오경섭 기자 kbswa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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