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와 배삼룡·김희갑
박정희와 배삼룡·김희갑
  •  
  • 입력 2004-03-24 09:00
  • 승인 2004.03.2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가이면서 예원 대학교 코미디학과 교수인 김재화씨의 ‘대통령과 코미디언’이라는 글이 신동아에 게재된 이래 인터넷 사이트에 오르내리면서 네티즌 사이에 ‘아하, 그렇구나’하는 재미있는 반응을 모았다. 그 중 한토막.박정희는 코미디언을 의도적이었건 그렇지 않건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철저히 이용했다. 그의 1등 공신은 단연 코미디였으며, 전 국민 우민화 작전의 총사령관은 ‘배삼룡’이었다. 배삼룡은 도시화되어 가는 시대에 촌뜨기로, 공업화되어 가는 세상에 거름 지고 가는 농사꾼으로 찬란하게 서구화되어 가는 시절에 짚신 신고 나타난 꼴불견으로 박정희 정권이 펴는 모든 정책을 ‘역설적으로’ 찬미했다.

박정희를 도운 또 한 사람은 ‘합죽이 김희갑’이다. 그는 유려한 말솜씨로 라디오 토크 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했다. 누군가가 현 사회 행태를 따지거나 각종 규범에 나타난 독소 조항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에이 모르는 소리!’라고 핀잔을 주었다. 당시 분위기에서 이 말은 중앙정보부 취조실에서나 들을 수 있는 추상같은 호령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누가 감히 소신대로 밀고 나가는 박정희에게 반기를 든단 말인가?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김희갑에게 먼저 재동이 걸리는 것이다. 또한 김희갑은 홍보맨 외에도 ‘팔도 강산 시리즈’로 지방 각 도시의 눈부신 발전을 보여 주었다. 이만하면 공보 담당 역도 동시에 수행해 낸 것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