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를 도운 또 한 사람은 ‘합죽이 김희갑’이다. 그는 유려한 말솜씨로 라디오 토크 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했다. 누군가가 현 사회 행태를 따지거나 각종 규범에 나타난 독소 조항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에이 모르는 소리!’라고 핀잔을 주었다. 당시 분위기에서 이 말은 중앙정보부 취조실에서나 들을 수 있는 추상같은 호령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누가 감히 소신대로 밀고 나가는 박정희에게 반기를 든단 말인가?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김희갑에게 먼저 재동이 걸리는 것이다. 또한 김희갑은 홍보맨 외에도 ‘팔도 강산 시리즈’로 지방 각 도시의 눈부신 발전을 보여 주었다. 이만하면 공보 담당 역도 동시에 수행해 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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