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왜 혼자 기분 나쁩니까?”
“대통령은 왜 혼자 기분 나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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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03-24 09:00
  • 승인 2004.03.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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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얼굴에는 시대 상황과 품성이 복합적으로 투영된다. 대통령의 얼굴에 생기가 넘친다면 국민도 좋을 것이다. 반면에 늘 심각하고 근엄하다면 국민도 피곤해진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은 그 이미지가 대부분 후자에 가깝다. 그래서 하나 같이 뒤끝이 좋지 않았는지 모르지만.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독립 운동과 건국에 한몫을 했음에도 자유당 정권의 장기 독재 탓에 대체로 맥 빠진 말투와 고집 센 노인의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다.윤보선 대통령은 영국 유학을 할 만큼 풍족한 가정 형편 덕인지 인상이 부드러웠지만 실권 없는 대통령을 1년쯤 지낸 터라 국민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은 강인한 군인 이미지가 뚜렷했다. 그의 다부진 표정엔 경제 성장을 이룩했지만 철권 통치로 민주화를 가로막은 이력이 고스란히 배어있다.과도기에 국정을 이끈 최규하 대통령은 무색 무취한 국정 운영 형태가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그대로 드러나곤 했다.전두환 대통령은 전형적인 무인 스타일에 살벌한 강권 통치의 인물이라는 점을 눈매와 입매에서 재임 내내 드러낸 것이 각인 돼 있다. 노태우 대통령은 군인출신이면서도 온건한 인상이었으나 재임 중 끊임없는 노사 분규와 정치적 암투로 표정이 경직됐다.

정세가 얼굴에 그대로 담겨진 것이다.비교적 표정이 밝았던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말에 달라졌다. 외환 위기를 맞고 차남이 구속되면서 여러 차례 굳는 얼굴로 대국민 사과문을 읽어야 했는데 그 표정이 고정화될 정도였다. 김대중 대통령 표정에서는 역경을 극복한 민주 인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두 아들과 처남 등 친·인척과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오죽하면 월드컵 때 어느 외국 방송 토크쇼 출연자가 ‘모든 한국인이 다 즐거운 데 혼자 기분이 나쁜 표정’이라고 빈정거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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