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청와대 개각 ‘모락모락’
12월 청와대 개각 ‘모락모락’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8-10-15 09:26
  • 승인 2008.10.15 09:26
  • 호수 755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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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자리싸움 ‘원로파 vs 소장파’ 권력투쟁 재점화
이상득 · 정두언

이명박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정두언 의원 등 소장파 간 파워게임은 지난 6월 박영준 전 비서관의 사퇴 이후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다. 지난 4·13총선을 앞두고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55인 선상반란’을 기점으로 원로파와 소장파 간 불협화음이 처음으로 터져 나왔다. 급기야 정두언 의원이 총대를 메고 이상득맨인 박영준 전 비서관을 청와대에서 퇴출시킴으로써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는 원로파와 소장파 간 제3차 파워게임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는 12월 본격적으로 불을 지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2월 연말 개각에 청와대 2기 비서관 체제 등 인사철을 맞이해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내년은 선거가 없는 해이기에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었지만 권력에서 소외된 인사들까지 정부 요직을 바라고 있어 힘 있는 인사들에게 줄대기 전쟁까지 겹쳐 재차 한나라당이 홍역을 치룰 전망이다.

‘이상득 퇴진론’의 배경은 인사문제였다. 지난 총선 전에 발생했던 55인 선상반란 역시 공천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손에 좌지우지하면서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소장파들이 들고 일어났다.

공천 초반에 ‘이재오에게 물어봐’라는 유행어가 막상 공천 후반에 가서는 ‘이상득은 통화 중’으로 바뀔 정도로 친형의 힘이 발휘됐다.

또한 정두언 의원이 청와대의 류우익 대통령 실장, 박영준 비서관, 장다사로 비서관과 이상득 의원을 비판한 배경 역시 인사 때문이었다.

이상득 의원의 수족으로 10년 넘게 함께한 박 비서관의 인사 전횡이 문제였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강부자 내각’, ‘고소영 내각’ 등 세간으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는데다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의 땅투기 의혹까지 번지면서 소장파 의원들을 들끓게 만들었다.


소장파-원로파 리턴매치

이에 정 의원이 총대를 메고 4인방을 지목했고 급기야 지난 6월 박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인 정 의원이 일개 비서관과 맞대결 하는 모습에서 체면을 구겼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적으로 박 전 비서관 뒤에 있는 이상득 의원은 건재했기 때문이다.

이후 정두언 의원과 이상득 의원이 비밀 회동을 통해 ‘화해’를 시도했다는 말이 정가에 돌기도 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잠시 원로파와 소장파 간 갈등이 수면 아래로 내려갔을 뿐 폭풍전야와 같은 상황이라는 관측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오는 연말 개각과 청와대 2기가 출범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면서 재자 원로파와 소장파 간 대결이 벌어질 공산이 높다는 게 한나라당내 관측이다.

특히 연말 이재오 귀국설까지 겹치면서 이재오-정두언 라인과 원로파 간 세대결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한 핵심인사는 12월 개각설과 청와대 2기 출범이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특히 그는 “정두언 의원이 박 전 비서관과 이 의원의 인사 책임론을 제기할 당시 의원직 사퇴까지 염두에 둘 정도로 심각했다”며 “12월 개각과 청와대 인선에서 이 의원의 입김이 작용할 경우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실 그동안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와 공기업 인사에 있어 박영준 전 비서관이 이끌던 선진국민연대 인사들뿐만 아나리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 중용됐다. 특히 이 인사는 “이상득-박영준 라인의 인사들이 청와대 행정관급에만 20여명이 넘게 있는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 내 최대의 계파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말 인사에서 친 이상득 인사들이 대거 입성할 공산이 높다. 특히 국회의원들 중에서 연말 개각에 입성하고자 하는 인사들과 그동안 권력에서 소외됐던 외곽조직 인사들까지 가세할 경우 ‘자리’를 둘러싼 이전투구는 치열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전직 국회의원들 중에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봉사했지만 쉬고 있는 인사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전현직 의원·외곽조직 이전투구

당장 눈에 띄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공신으로 이재오, 권오을, 이방호, 이재웅, 박창달 전 의원이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다.

이재오 전 의원의 경우 12월 귀국할 경우 청와대 정무 특보나 통일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권오을, 이방호 전 의원은 농림부 장관, 박창달 전 의원의 경우 국정원장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전직 공신들뿐만 아니라 현직 국회의원들 중에서 3선급 이상인 경우 입각을 내심 바라고 있다. 국회의원 신분직을 유지하면서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는데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사들의 경우 행정 경험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홍준표 원내 대표가 대표적이다. 첫 개각에는 전재희 의원만이 유일하게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으로 갔기 때문에 상임위 위원장을 역임했거나 직에 있는 인사들이 ‘정치인 장관론’을 내세울 공산이 높다.

또한 외곽조직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위해 일조했던 선진국민연대를 비롯해 국민성공실천연합, 뉴라이트 전국연합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성공실천연합의 한 인사는 “선진국민연대가 가장 많이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와 공기업에 진출해 있고 국실련이나 뉴라이트 진영의 경우 인사에 소외를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박영준 전 비서관이 이력서를 들고 다닌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청와대 인사와 연말 개각이 맞물려 있는 12월 연말은 친 MB 진영 내 자리다툼이 예전보다 더 치열하게 벌어질 공산이 높다. 특히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외곽조직이 소장파와 손잡을 경우 기득권을 지키려는 원로파 진영과 피할 수 없는 대혈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 그동안 청와대를 비롯해 정관계 요직에 소외됐다고 여기는 친 이재오 그룹의 경우 칼을 갈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이재오 12월 귀국설과 맞물려 친 이재오 그룹과 원로파 간 파워 게임은 최고조에 다다를 전망이다.

이 전 의원은 이미 총선 전 ‘55인 선상반란’의 보스 역할을 자임한 바 있다. 선상 반란 전 이 전 의원은 ‘내가 총대를 메겠다’고 정두언 의원에게 총선 불출마를 밝힐 정도로 이상득 의원과 일전을 치루려고 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이 전 의원을 만류해 불출마 의사를 접으면서 유야무야됐고 선상반란 역시 김이 빠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지역구까지 뺏긴 이 전 의원은 미국행을 선택했다. 하지만 정국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리모컨 정치’, ‘전화 정치’를 하고 있다는 말은 진작부터 제기되고 있었다. 특히 12월 대전에서 정 의원이 재차 이상득 퇴진론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 전 의원이 전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정두언 대신 이재오 나서나?

아울러 이재오계 인사들이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 시기에 맞춰 세를 불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이재오 사람들은 당-청 요직에 들어가 각자도생을 하고 있다.

지난 7·3 전당대회에서 이재오계 핵심인 공성진 의원이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이재오 직계로 박창달 전 의원이 대표격인 국민성공실천연합의 작품이라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최근 박 전 의원은 미국을 방문해 이 전 의원을 만나 연말 귀국설과 관련 논의를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7월 16일 당직 인선에서는 안경률 의원이 사무총장직을 차지했다. 안 총장은 2006년 이 전 의원이 원내 대표로 있을 당시 원내 수석부대표로서 함께 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 이재오계의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다. 나아가 이 전 의원과 같은 민중당 출신인 차명진 의원은 대변인이 됐다.

이밖에 최병국 윤리위원장, 정의화 인재영입위원장, 임해규 대외협력위원장, 현경병 정보위원장도 이 전 의원과 친분이 깊다. 7·16 당직 인선에 앞서 국회부의장에 선출된 이윤성 의원, 5월에 당 중앙위원장으로 선출된 이군현 의원 역시 이 전 의원과 가깝다.

여기에 ‘함께 내일로’라는 당내 모임 역시 이재오 전 의원과 무관치 않다. 이재오-김문수 사단으로 알려진 전 국가발전전략연구회 회원들이 다수 참석해 있다. 40여명의 이 모임에는 심재철, 최병국 의원과 공성진 최고 위원, 진수희, 임해규, 권택기, 김용태, 김효재, 안형환, 현경병, 차명진 대변인 등 상당수가 참석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재오계가 만든 당내 이너서클인 셈이다.

당에서만 이재오계가 약진한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청와대에 인사에서 인천 계양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해수 당협위원장이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발탁됐다. 김 비서관 역시 차 대변인과 마찬가지로 이 전 의원의 민중당 인맥이다. 또한 이재오 전 의원이 수장 역할을 했던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사무총장직을 역임한 인물이다.

또 이재오맨으로 알려진 권선동 변호사 역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발령 받았다.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BBK 소방수로 역할을 한 점도 작용했다.

이재오계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55인 선상반란’에 비해 훨씬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이다. 이상득 의원 등 원로파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다. 12월 이재오 귀국설이 현실화될 경우 한나라당은 재차 ‘만사형통’으로 불리는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진퇴를 놓고 한바탕 내홍이 일 전망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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