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소문 파다 “물증 잡아라”

KTF에 대한 납품 비리 수사가 KT로 옮아가면서 통신업계가 초긴장이다. 특히 KT가 2조2000억원 가량의 통신업체에 투자를 하고 있어 납품업체로 선정될 경우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납품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인맥과 정치권 로비가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KT처럼 대형 통신업체의 경우에는 사내 국회 담당팀을 따로 두고 대정치권 로비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말에 통과된 IPTV 선정과정에 KT가 진출하면서 자사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특별법을 두고 경쟁업체에서 대국회 로비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KT와 해당 정치인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KT-KTF 납품비리 수사가 자칫 IPTV 공급업체 선정 과정에 정치권 로비 수사로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KT의 대정치권 로비 실태관련 케이블 TV 방송협회는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IPTV법이 통과하는 시점에 특정 정치인에게 로비가 집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IPTV는 인터넷 방송으로 KT에서는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간주하고 상용화 서비스 준비에 한창이다. 인터넷 방송 사업은 인터넷 망을 통해 공중파 방송을 비롯해 케이블 방송까지 추가로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실시간 서비스다.
또한 KT를 비롯한 3개 선정사가 장비 등 망정비와 인프라, 컨텐츠 확보를 위해 2012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통신 업체들의 IPTV시장이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반면 케이블 방송사들은 당장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특히 IPTV가 상용화되는 10월부터 실시되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를 최대한 활용해 가입자 지키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IPTV 진영이 인터넷망을 통한 양방향성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케이블TV 사업자들도 디지털 케이블방송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 상용화 케이블방송 신경전
통신 업체와 케이블방송의 신경전은 지난해 IPTV법이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다. 케이블방송 측에서는 IPTV법이 통신 업체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졌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방송법에 준해 규제를 받아야 하는데 통신 업체들이 국회 로비를 통해 특별법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방통위 간사였던 A 전 의원에게 로비가 집중됐고 이로 인해 통신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다는 것이다.
당시 통신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와 방송사를 대변하는 문화관광위의 기싸움도 한창이었다. 하지만 연말 특위 시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문광위와 과기정 위원이 참여한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통신사의 입장을 더 반영하게 됐다. 이런 과정에 통신사의 로비력이 A 전 의원을 통해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케이블TV방송협회 한 인사는 “당시 KT 대국회 로비 정황적인 요소는 많다”며 “KT가 수시로 국회에 방문해 해당 의원들을 접촉하고 서울 시내 모처에 룸살롱을 지정해 대접했다는 말도 돌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A 전 의원실의 근무했던 한 인사는 케이블방송 측의 주장에 대해 “그쪽 얘기일 뿐”이라며 “당시 IPTV법은 1년 이상 걸린 법안으로 졸속으로 추진된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또 그는 KT가 대국회 로비를 했다는 주장관련 “자기네들은 로비를 안했느냐”며 “KT 인사들이 회의 때마다 많이 찾아오기는 했지만 밥만 먹었지 금품을 수수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IPTV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일개 국회의원 혼자서 좌지우지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벌어진 일로 민주당 정동영 대선 후보뿐만 아니라 이명박 후보 모두 연내 통과가 공약이었고 양당 대표뿐만 아니라 간사, 특위위원 모두 연내 처리에 동감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렇듯 대선 주자들로부터 양당에서 모두 관심이 높은 첨예한 법안이었기에 A 전 의원이 단독으로 하거나 돈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안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KT가 대국회 로비를 위한 사무실을 사용해 계획적으로 접근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KT 건물이 여의도에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케이블협회 역시 여의도로 이사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한편 그는 KT가 로비를 했다면 특정인을 겨냥해 1~2명만 해서 통과할 수 없는 법안이라는 점을 강조해 여야 의원들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B 전 의원은 여당 간사로 활동했고 C 전 의원의 경우에는 IPTV법보다 방송통위설치법에 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하지만 IPTV법은 여야 모두 반대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A 전 의원 측에서는 “케이블방송측이 검찰에서 KT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하고 있어 곤혹스런 처지를 이용해 이참에 IPTV법을 방송 측이 유리하게 개정하기위한 것”이라며 “IPTV법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KT의 주장을 다 수용한 법안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A 의원 측, “케이블방송은 로비 안 했겠느냐”
현재 KT측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한 IPTV사업 상용화 서비스를 10월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검찰 수사로 인해 마케팅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KT의 남중수 사장은 검찰 수사에 따른 지병인 목 디스크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중이고 통신 업계 일각에서는 ‘사임론’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남 사장이 공식 일정에서 빠지면서 지난 1일 개최하기로 한 ‘IPTV 리더스 데이’ 행사가 김이 빠진 채 진행됐고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마저 불참하면서 악재를 만난 형국이다. 향후 검찰 수사가 KT IPTV사업 선정 과정까지 뻗칠 경우 KT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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