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이 가결되자 광화문에는 10만이 넘는 인파가 몰려 탄핵을 성토하는 촛불 집회를 개최한다. 그리고 이 촛불 집회는 연일 계속됐다. 이에 맞서는 보수단체의 탄핵지지 집회도 있었지만 규모면에 있어서나 연속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노사모 비상대책위원장 정수근 씨의 증언.“저는 그때 학원에서 수업 중이었는데 탄핵안 가결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학생들에게 ‘우리 세대는 슬프다. 기성세대는 보수화되어 있고 너희들은 세상에 관심이 없다. 저런 것(탄핵)을 보고 나만 분노한다’고 말하고는 광화문으로 뛰어갔습니다. 광화문에서는 탄핵 반대 범국민 촛불 집회가 개최됐는데 이때부터 노사모는 뒤로 빠지고 150개 시민, 사회단체가 주도권을 갖고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노사모가 뒤로 빠진 것은 친노 대 반노의 대결 구도가 되어서는 안 되고,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노사모는 뒤로 빠졌다
역시 노사모의 임병택은 노사모가 뒤로 빠진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국회의사당 촛불 집회는 처음 노사모가 주도했지만, 탄핵이 가결되고부터는 집회를 시민·사회단체로 넘겼습니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네티즌인 ‘노빠’들은 ‘이제 우리의 깃발은 접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넘기자. 노란 옷도 입지 말자. 노무현은 우리의 노무현이 아닌 국민들의 노무현이 되어야 한다. 그게 노무현을 돕는 길이다. 노사모는 이제 뒤로 빠지고 객관적인 시민단체가 대신하게 하자’고 합의하고 범국민 운동본부에 넘겼습니다.”노사모는 조직화된 소수이지만 이제부터는 조직화가 안 된 다수의 국민들에게 맡기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고 임병택은 덧붙인다. 그러나 노사모가 완전히 빠진 것은 아니었다.“대신 촛불 집회에는 사이드로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홈페이지에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10만 회원 중 쉬고 있는 회원들에게 같이 뛰자고 독려한 것입니다. 그러나 노사모가 전면에 나서지는 말자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노사모가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것을 염려해서였습니다.”광화문 행사에서는 하루 모금액이 수천만 원씩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탄핵 성토는 총선 운동으로
다시 임병택의 말을 들어보자.“막상 탄핵이 가결되자 부당성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국민 다수가 탄핵을 반대해 활동하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끌려나가는 장면이 매우 쇼킹해 국민들도 이건 아니다, 라고 생각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탄핵은 수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니 수를 늘려주어야 한다고 호소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자니까 자연스럽게 4·15총선에 뛰어들게 됐고 열린우리당도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임병택은 결과적으로 탄핵 사태가 느슨했던 노사모의 줄을 팽팽히 당겼다고 말한다. 그래서 노사모는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게 됐다고 말한다.
현재 노사모 회원은 10만 8천 명을 웃돈다. 노사모 간부들은 이들 중 20%만 활발히 활동하고 나머지 80%는 쉬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기들끼리도 상비군 대 예비군이라는 말을 쓴다.심우재가 대표 일꾼으로 있는 노사모는 상임위가 있고, 전국 광역 단위 대표 일꾼 2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역 단위의 하부 구조로 서울은 3개, 경기 6개, 강원 4개 등 전국을 구역별로 나누었으나 지방으로 갈수록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3개로 나누어진 서울의 경우, 다시 25개 구별로 나누어지는데, 한 구별로 1,500명 정도의 회원이 있으니 선거구별로 5%만 자발적으로 참여해도 70여 명이 뛴 셈이다.이번엔 노사모 비대위원장 정수근의 증언이다.“가사를 맡은 부인이나 실업자, 실직자, 무직의 노사모 회원들은 유급으로 선거 운동을 했지만 직장인은 자원 봉사 형식으로 열린우리당 소속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 뛰었습니다.
노사모의 비대위나 상임위에서 공식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입당을 결의한 것은 없고, 각자가 자연스럽게 의견을 모아 자발적으로 입당하고 자원 봉사한 것입니다. 노사모가 이렇게 드러내지 않고 열린우리당을 지원한 것은, 오로지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나머지 집권기간 동안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칼을 쥐어주자고 한 것입니다.”노사모는 사실 노무현 대통령 출범 후 국민들에게 노사모가 나서는 게 긍정적으로 비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내부적으로 침묵하고 있었다고 한다. 언론에는 비밀로 부쳤지만, 금년 신정 때 500명이 각자 부담으로 금강산을 소리 소문 없이 다녀온 것도 그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노사모가 사실은 열린우리당보다는 민노당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사모는 민노당을 선호
정수근의 얘기를 더 들어 보자.“사실 작년 12월 19일, 노무현 대통령이 시민혁명은 끝나지 않았다고 발언했을 때도 노사모는 소극적이었습니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는 이때 14%에 불과했습니다. 오죽하면 노 대통령도 열린우리당을 2급수라고 표현하지 않았겠습니까. 열린우리당 공천 후보자들 가운데도 신뢰할 만한 인물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탄핵 사태가 오기 전까지는 열린우리당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탄핵이 되니까,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주어야겠기에, 조직적 기반을 만들어 주자는 뜻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원한 것입니다.”정수근은 노사모 중 상당수가 민노당 지지세라고 단언한다.“열린우리당은 개혁적, 이념적 지향이 크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오히려 노사모의 많은 세는 민노당의 개혁 노선을 지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민노당 노회찬 당선자의 말처럼 길가다가 지갑을 주운 것입니다.”결국 탄핵 발의로 노사모의 활동에 탄력이 붙었고, 탄핵 가결로 열린우리당은 과실을 따먹은 셈이 됐다는 결론이다.
엄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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