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이재오 또 대격돌 임박

친박과 친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최근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급속하게 쏠리는 한나라당의 무게 중심이 올 연말께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이명박(MB)정부의 첫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12월 중순 이후, 제2내각 출범설과 함께 미국에서 유학중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조기 귀국설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4·9총선 후유증과 실패한 ‘55인의 난’의 책임을 지고 정치 일선을 떠났던 이재오 전 최고, 그의 조기 귀국과 관련 벌써부터 입각설과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 친이계는 그 동안 구심점 없이 흔들리면서 계파가 핵분열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 전 최고가 돌아온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격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박근혜-이재오 연말 격돌설’이 내년 정치판을 열 최고의 흥행 카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최측근은 조기 귀국설에 대해 “지금은 연수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았다. 그러나 이어 “존스 홉킨스 대학원에서 ‘한국 현대정치’ 강의가 끝나는 시점을 감안하면 성탄절을 전후해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 최고는 현재 입각과 내년 4월 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주변에선 선거를 통해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서길 내심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광폭정치’ 와 ‘MB대리인’ 격돌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조기 귀국과 관련해 지난주 MB의 측근이 미국에서 이 전 최고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입각 제안이 있었다는 설도 나오는가 하면 한나라당내 갈등을 우려해 조기 귀국을 만류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MB의 측근은 이와 관련 지난 25일 출국 직전 “미국 여정 중 이재오 전 최고의원을 잠시 만나 위로할 계획은 있지만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전 최고가 조기 귀국하더라도 당분간 정치의 중심에 서기는 힘들 것”이라며 ‘if(만약에)'란 단서를 달고 조기 귀국설에 무게를 실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성탄 전후 귀국은 그의 정계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인 종시에 향후 정치권에 대규모 지각 변동을 불러일으킬 변수가 될 것이다.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는 이 전 최고의 조기 귀국설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최고는 2006년 7·11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 때부터 줄곧 대립해 왔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대선후보 경선 패배이후 정치적 위기 때마다 이 전 최고를 겨냥한 날카로운 독설과 이어진 ‘침묵의 정치’로 수세에 몰렸던 당내 역학구도를 바꾼 바 있다.
때문에 이 전 최고의 조기귀국과 관련해 친박계 한 관계자는 “갖가지 소문이 나돌지만 올해 귀국은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친이계에서는 최근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몰리는 당내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이재오 향후 역할론’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이미 유승민 이정현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은 이번 국감을 통해 MB정부에 대한 강력한 견제 의지를 밝히는 등 당내에서부터 ‘MB 심판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친박계는 국감을 통해 결속력을 다진 후 내년 4월 보궐 선거를 준비할 것”이라며 “이를 방치할 경우 선거 결과에 따라 자칫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한나라당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종부세 폐지를 놓고 청와대와 의견대립을 보여 추진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여권 관계자는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이 있지만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이 전 최고가 YS정권 때 사라졌다 부활하는 무임소 장관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첨예하게 대립되는 개헌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재오 전 최고가 매파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당내 ‘MB 심판론’ 놓고 대립각 형성
따라서 이 전 최고가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여권의 유력한 차기대권 주자로 부상할 수 있기에 친박계와의 격돌은 불가피하다. 특히 ‘MB 심판론’이 고개를 들 내년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내에서 조기 MB심판론을 잠재울 세력이 필요하다.
친이계 관계자는 “여당 후보가 당선을 염두에 두고 MB심판론을 내세우며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을 호소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재오 전 최고는 귀국과 함께 MB의 개혁과 관련된 ‘이슈 파이팅’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각을 세우려 할 것이다. 이 경우 이 전 최고가 본격적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총대를 멜 것이란 말도 나돌고 있다.
이 전 최고는 미국에 체류 중이면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15일에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대운하 추진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전 최고의 측근들도 ‘푸른 한국 포럼’을 결성, 한 달에 두 번씩 대운하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 전 최고가 ‘한반도 대운하’를 통해 정치를 재개하는 한편, 다음 대권 도전의 물꼬를 트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와 일부 친이계는 그가 조기귀국을 하더라도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이 전 최고가 정치 전면에 나서면 이제 막 안정을 찾은 한나라당의 권력구도가 다시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서로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조심하고 있는 친이 계열과 친박 계열의 휴전 상태도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 최고가 귀국에 앞서 이상득 의원과의 사전 조율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수위원 인선을 놓고 벌어진 ‘안국포럼-이재오 연합군 대 부산파-정두언 연합군’의 갈등은 4·9총선을 거치면서 ‘매파 이재오-정두언 연합군 對 비둘기파 이상득’의 대결로 압축됐다. 이상득 의원은 그동안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이재오 전 최고의 또 다른 측근은 연말귀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내년 봄쯤은 돼야 귀국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은 정가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오경섭 기자 kbswa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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