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고뇌에 찬 ‘결단’의 연속
하루하루 고뇌에 찬 ‘결단’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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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11-28 09:00
  • 승인 2005.1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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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11월21일~26일) 취임 후 가장 느긋한 일주일을 보냈다. 물론 국회의 탄핵을 받아 직무가 정지됐을 때를 제외하고다. 지난주 노 대통령이 소화한 공식 일정은 황인성 시민사회수석 임명장 수여식, 김황식·박시환·김지형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 유지담·윤재식·이용우 퇴임 대법관 서훈(이상 21일 월요일), 제6차 반부패기관협의회 회의 주재, 정상명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이상 24일 목요일)이 전부다. 화, 수, 금, 토요일은 아무런 공식 일정이 없었다. 참석한 행사도 꼭 필요한 임명장 수여식 등이었다. 평소 3~4개 정도의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노 대통령이 모처럼 푹 쉰 것은 그 전 주에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때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서였다.

노 대통령은 지난 11월16일부터 19일까지 3박4일 동안 부산에 머물며 두 차례의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모두 11개국 정상과 릴레이 개별회담을 갖는 등 매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모두 21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자리니 만큼 긴장도 역시 평소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에너지를 재충전한 노 대통령은 이번 주부터는 또 강행군을 해야 한다. 대통령의 하루 일과를 살펴 본다.지난 6월5일 노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윤태영 제1부속실장(현 연설기획비서관)은 ‘대통령의 1일 일지’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당시 윤 실장은 “대통령의 하루 일과는 고뇌에 찬 결단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이 국정일기에는 대통령의 하루 일과가 기상부터 취침까지 시간대별로 자세하게 적혀 있다.

‘요가스트레칭’으로 하루시작
이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아침 5시쯤에 일어나 자신이 고안한 ‘요가 스트레칭’이라는 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노 대통령 스스로의 표현대로 ‘요가 같기도 하고 국선도 같기도 한’ 이 체조를 매일 약 50분 동안 빠짐없이 한다. 아침식사는 보통 청와대내의 거처인 관저에서 한다. 이 아침식사 부터가 사실상 대통령으로서의 하루 일정 시작이다. 참모들과 식사를 하면서 급한 보고를 받거나 주요 인사를 앞두고 후보자를 불러 면접하는 시간으로 활용된다. 간혹 외부에서 손님이 찾아 와 조찬회동을 갖기도 한다. 식사를 마치고 본관으로 등청한다. 현관에 도착한 뒤 2층 집무실에 오르는 시간에는 대통령이 간밤에 머릿속에 메모해뒀던 것들에 대한 지시가 내려지면서 보고도 이뤄진다고 한다.

비서실장이 ‘전방위적’ 보고
집무실에선 의전비서관의 핵심 일정 보고, 부속실의 비서실 상황 또는 대응이 필요한 주요 언론보도에 대해 보고받은 뒤 첫 일정 시작 10분 전쯤 비서실장으로부터 ‘전방위적 보고’를 받고 10시쯤에 시작하는 오전 회의(수석·보좌관회의, 국무회의 등)에 들어간다. 오전 회의는 보통 11시30분께 끝나는데, 점심식사 까지의 30분 정도 동안 ‘국내언론보도 분석’을 읽는다고 한다.공식 오찬 행사가 없으면 본관 전용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특히 월요일은 이해찬 국무총리, 화요일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또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책임장관’들과 오찬을 하며 국정을 논의한다. 다른 요일은 주로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점심 파트너가 된다. 따라서 대통령은 식사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해야 한다.오후 공식 행사는 보통 2시부터 잡힌다. 일정을 짜는 의전비서관실과 제1부속실은 식사 후 이 시간까지는 ‘휴식’을 위해 비워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 시간에 온라인 보고서를 읽거나 보고를 듣고 판단과 지시를 내린다. 하루 일정 중에 빈 틈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 막간을 이용해서도 인사 결재 등이 이뤄진다.

잠자리 들기 전 ‘댓글’ 파문
오후 공식 일정을 마치고 통상 6시30분에 시작하는 만찬은 외부손님이 있는 경우 2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그렇지만 TV의 9시 뉴스는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편이라고 한다. 잠자리에 드는 시각은 보통 12시경인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의 서신 보내기와 댓글 달기는 잠자리에 들기 앞서 직접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 대통령은 하루 일정을 짜면서 아무리 급해도 한마디만 듣고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윤 비서관은 설명했다. 작은 일정 하나를 결정함에도 누구의 제안인지, 어떤 정책적 효과가 있는지, 메시지는 무엇인지, 그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지를 꼼꼼하게 점검한다는 것이다. 주말에는 부인 권양숙 여사와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을 자주 오른다. 최근에는 지방으로 내려가 하루를 묵고 오거나 골프를 즐기는 일이 부쩍 늘었다.

최소 한시간 이상 회의 주재
역대 대통령들의 하루 일과도 노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 별로 몇가지 특색은 있다. 전임자인 김대중 대통령은 7순의 나이에도 매우 정력적으로 일한 것으로 청와대 사람들은 기억한다. 특히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를 스스로 꼼꼼히 챙겼다고 한다.또 여러 곳에서 들어오는 정보보고서를 틈나는대로 상세하게 살펴보고, 궁금하거나 지시할 것이 있으면 바로 해당 참모를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비서실에서 올라오는 각종 결재서류 역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밀히 검토하고 문제점을 집어냈다.재임 당시 DJ는 오전 6시쯤에 일어나 조간신문을 읽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특히 정치기사와 경제기사를 정독했다. 아침 식사 후 관저를 왔다 갔다하며 걷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 했다.책 읽기를 즐겨하는 DJ는 재임 중 시간대별로 짜여 있는 일정에도 사이 사이 짬을 이용해 남북 문제나 경제 관련 서적들을 탐독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아침 6시 전후로 기상해 청와대를 돌며 조깅을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당시 김 대통령과 아침에 함께 운동하는 ‘조깅 멤버’가 화제에 올랐는데, 이는 조깅 멤버가 곧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YS와 청와대에서 조깅을 함께 했던 인물은 김기수 수행실장 외에 이원종 정무수석 등 쟁쟁한 실력자들이었다.역대 대통령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통령은 하루 100페이지 이상, 많게는 300페이지 분량의 정보보고서, 언론동향 보고서, 결재서류 등을 읽는다. 또 최소 한 차례 이상 회의를 주재하는데 한 시간은 걸리는 회의들이다. 이밖에 수시로 참모들과 외부인사를 면담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보필하는 참모들의 하루는 어떨까. 지난 8월 퇴임한 김우식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자신의 하루 일정을 소상히 소개한 바 있다.그는 오전 5시50분에 기상해 10분간의 명상을 한 뒤 신문과 TV 보도를 검토하고 출근한다. 비서실장 공관은 청와대 인근에 있다.

비서관들도 격무에 시달려
매일 8시10분에 시작되는 일일현안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눈코 뜰 새 없이 빠듯한 일과를 소화해야 한다. 김 전실장은 보통 저녁 9시에 맞춰 공관으로 퇴근해 TV 뉴스를 보고 인근 삼청공원에 가서 40분쯤 맨손 체조 등을 하며 건강을 관리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기자들에게 “청와대 일이 격무라는 점을 이해하셔서 수석, 보좌관, 비서관들의 고초를 이해해 달라”며 “사람이 하는 일이라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때론 불성실하거나 불친절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잘해야 본전, 홍보수석실
수석비서관이나 보좌관들의 하루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웬만큼 건강 체질이 아니면 적응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실제로 역대 정권에서 건강 문제로 자리를 물러난 수석비서관급들이 적지 않다.그 밑의 비서관이나 행정관들은 부서에 따라 하루 일과가 많이 다르다. 각자 애로가 있겠지만 가장 고달픈 곳은 홍보수석실일 것이다. 대통령 홍보를 위해 국내외 언론을 분석해 대응할 것은 대응하고, 기사 작성에 필요한 각종 자료까지 제공해야 한다. 그래도 잘 해야 본전이다. 홍보수석실이 잘 했다고 칭찬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특히 까다로운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대변인실과 보도지원비서관(춘추관장)실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도 따로 없을 정도로 하루가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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