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외곽조직 금품요구설 확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8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기여한 외곽조직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한 외곽조직은 크게 박영준 전 청와대 비서관이 이끌었던 ‘선진국민연대’, 박창달 전 의원의 ‘국민성공실천연합’, 김진홍 목사가 이끌고 있는 뉴라이트 전국연합 등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이명박 정부 사조직이 기업체에 금품을 요구했다는 루머가 정가에 퍼지면서 각 진영을 긴장시켰다. 구체적으로 정가에서는 ‘국민승리연합’(이하 국승련)이라는 조직명으로 모 대기업체에 수억원대의 돈을 요구했다는 말이 계속 회자되자 당사자들은 ‘음행성 소문’이라고 펄쩍 뛰었다. 소문의 진상을 추적해봤다.
본지 752호에 게재된 ‘이명박 친위대 충성경쟁’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사조직 간 견제가 심하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당사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사조직의 ‘대기업체 금품 요구설’이 나가면서 ‘무관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첫 보도이후 외곽조직 인사들은 대기업에 금품을 요구한 조직은 ‘국민승리연합’이라는 것과 사무총장급인 인사가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을 했다.
국민승리연합은 지난 대선 3개월을 앞두고 ‘좌파 정권 종식’, ‘대한민국 선진화’에 동의하는 우파 진영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정권교체를 목표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 조직에는 뉴라이트 전국연합, 6·3 동지회, 선진국민연대 등 이명박 외곽조직이 참여해 창립총회까지 가졌다.
창립총회에서는 공동 의장으로 김진홍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 권영건 선진화국민연대 공동의장, 이영희 선진국민연대 공동의장이 그리고 공동대표에는 정정택 뉴라이트 안보연합 상임대표와 현승일 나라사랑국민협의회 상임 의장이 임명됐다. 이밖에 국승련은 200여명의 중앙위원과 100만명의 회원을 가진 연합단체로 만든다는 거대한 플랜을 갖고 창립했다.
그러나 당초 11월 공식적인 출범식은 무산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국대표자 대회를 개최하는 등 대선 막판 우파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당선된 이후에는 이름만 존재하고 실체가 없는 조직으로 유야무야됐다. 그런 국승련이 이 대통령의 후광을 빌어 대기업체에게 돈을 요구하는 등 횡포를 일삼으면서 세간에 재차 주목을 받았다. 해당 기업 관계자 역시 본지와 통화에서 “이명박 친위 조직 인사로부터 금품을 요구 받은 적이 있다”며 “그러나 돈을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성공실천연합과 이름이 유사해 정가에서는 국실련 소속 인사가 돈을 요구한 당사자로 와전되면서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국실련의 이 인사는 “나도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다”며 “돈을 요구받았다는 업체 간부로부터 국승련의 B씨가 돈을 요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자신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국민승리연합, 대선 3개월 전 조직
그는 “소문이 와전돼 청와대에 보고까지 들어가 이상목 민원제도개선비서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난리가 났었다”며 “국민성공실천연합과 국민승리연합이 이름이 비슷해 오해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국민승리는 대선 때 만들어진 조직으로 언론플레이용이었다”며 “엄밀히 말하면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파생조직으로 B씨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B씨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뉴라이트 김진홍 목사와도 사이가 멀어졌다는 소식을 들어 알고 있다”며 “국승련은 통제가 안 되고 조직원 관리도 안 되는 조직으로 이름만 도용해서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조직이름 사칭 허튼짓까지
덧붙여 그는 “이번 파문으로 정국 혼란을 가중시키고 자칫 외곽조직이 사조직처럼 인식돼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까 걱정스럽다”며 “우리는 정치권에 잘 알려져 있어 언론이나 사정기관등 감시의 눈이 많아 움직이기조차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B씨가 매월 5억원씩 대기업에게 금품을 요구한 것은 MB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수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뉴라이트 전국연합 측에서는 자신들이 국승련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뉴라이트 관계자는 “국승련과 뉴라이트는 무관하다”며 “대선 때 잠시 단체 중의 하나로 활동하다가 1개월만에 나왔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인사는 국승련이 출범하기 직전 뉴라이트 인사들이 참석해 도왔을 뿐이고 B씨 역시 잠시 관여하다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품을 요구한 당사자로 지목된 B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일체의 소문을 일축하면서도 자신관련 루머가 돌고 있다는 점에 대해 배후가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현재 뉴라이트 전국연합에서 일하고 있는 B씨는 기업체 금품 요구설과 관련해 “요구한 적이 없다”며 “그러나 내가 ‘대기업들한테 돈을 요구했다’는 소문을 들어 알고 있다”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또 그는 “어디서 들었는지 소문의 진원지는 알겠지만 나는 ‘조사를 해달라’는 입장이다”며 “그러나 근거가 없는 뜬소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그는 “국승련의 이름을 팔아서 대기업체에 금품을 요구한 얘기는 있었다”며 “뉴라이트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국승련 사무총장급 인사가 룸살롱을 가서 술을 먹고 대신 갚아달라는 식으로 대기업 간부에게 금품을 요구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고 제 3자를 지목했다. 그러나 그는 실명이 누구인지는 밝히기를 꺼려했다.
오히려 그는 자신과 관련 음해성 소문에 대해 좌파 진영뿐만 아니라 보수 진영 내에서 자신을 견제하는 세력이 소문의 진원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뉴라이트 조직이 정부 요직에는 2~3명뿐이 진출하지 않았지만 현재 국내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며 “방송 출연도 자주하고 언론에 그나마 주목을 받고 있어 좌파 진영뿐만 아니라 보수 세력들 중에서 시기와 질투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여타 보수진영에서 이슈에 대해 언급을 해도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뉴라이트라는 이름이 붙어야 언론에서 잘 받아주는 게 현실”이라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수 진영으로부터 견제를 받아 왔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그는 최근 뉴라이트 명의로 인권위가 경찰을 징계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반대의 논평을 내자 지난달 30일 회의를 개최해 경찰 징계가 무산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 정도로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영향력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향력 커진 뉴라이트 집중견제 받아
그는 꾸준히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지속적으로 ‘이슈’를 발굴하고 다른 보수진영뿐만 아니라 진보 단체도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질시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B씨는 국민승리연합과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그는 “국승련은 이미 없어진 조직”이라며 “과거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관여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국승련이 사조직화되는 느낌이 들었고 뉴라이트가 이용당할 수 있다는 지적에 바로 나왔다”며 “창립식도 못하고 준비하던 사람들은 다 선진국민연대로 흡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가 국승련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 “내가 사무총장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고 직을 맡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자리 전쟁’ 아직도 진행 중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일조한 외곽조직이 여전히 정치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논공행상’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활동한다는 명목 뒤에 ‘자리’를 차지하기위한 물밑 대결이 치열한 게 현실이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선진국민연대, 국민성공실천연합, 뉴라이트 전국연합, 6·3동지회, 국민승리연합 등 출신 인사들이 총선 출마를 비롯해 정관계로 유입됐다.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경력에 이 대통령과 서울시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이 총괄 간사로 활동한 선진국민연대 소속 인사들이 정관계 진출이 가장 활발하다.
선진국민연대는 한나라당도 잘 몰랐으나 역동적으로 대선 캠페인을 벌인 외곽조직이다. 안국포럼 명박사랑 청계포럼 피플소리 등 200여 개 단체를 묶어 만들어졌는데, 회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역시 청와대와 국회 등 요직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김진홍 목사가 좌장인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이념적 지향을 가지고 이 당선인을 지지했고, 6·3동지회는 이 당선인이 직접 몸담은 조직이다.
6·3동지회, 고대 교우회 등 비주류 외곽 조직에 있던 인사들의 경우 선진국민연대나 뉴라이트 진영에 참여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조직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국승련을 비롯한 한반도대운하연구회, 김원용 그룹, 싱크탱크 역할을 한 국제전략연구원,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이 참여한 변호사 조직인 ‘송법회’,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서초국방포럼, 용산포럼, 마포안보포럼 등은 인사에 홀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소조직들이다.
이들은 새정부 출범, 18대 총선, 공기업 인사 등 ‘자리 배정’이 있을 때마다 각 조직별로 신경전이 벌어졌다. 특히 그 중심에 논공행상을 바라는 거대 외곽 그룹들이 존재했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이번 ‘기업체 금품 요구설’과 맞물려 증폭된 양상이다.
특히 선진국민연대의 경우 친형 이상득 의원, 국실련의 경우 최시중 방통위원장,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경우 이재오 전 최고 등 이명박 핵심 인사들이 배후로 지목돼 더 논란을 부추켰다. 외곽조직과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와 라인업은 급기야 기업체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각종 흑색선전이 난무하게 된 배경이라는 게 정치권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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