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카더라식’ 정보지에 국회의원 곤혹
정치권이 근거 없는 ‘카더라식’ 소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여권의 힘 있는 정치인들일 경우 ‘00업체로부터 돈을 받았다’부터 ‘000의원이 누구와 잤다’까지 원색적인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대형 사건이 터진 직후 나오는 각종 ‘카더라식’ 정보로 인해 해당 인사들은 해명을 하느라 제대로 의정활동을 못하는 경우도 속출한다. 정치권은 소문의 진원지로 ‘정보지(소위 찌라시)’를 들고 있다. 정보지는 국회를 비롯해 언론사, 검찰, 국정원, 경찰뿐 만아니라 경제계에 폭넓게 퍼져 있다. 정치, 경제, 금융관련 동향을 담고 있는 정보지는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론 주도층 인사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보지에 대한 정치권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사정 기관이 대대적인 정보지 단속에 나섰다. 그 배경을 추적했다.정보지에 대한 폐해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억울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특히 최근 ‘연예계 X파일 2탄’과 ‘K 여인 여의도 습격사건’ 등이 정보지에 실리면서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연예계 X파일은 지난 모 기획사에서 제작한 이후 최신 정보로 채워지면서 급속하게 정관계에 퍼지고 있다.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재벌, 정치인 등의 이름이 실명으로 나오는 데다 남녀 관계를 주로 다루면서 술자리에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연예계뿐 만아니라 정치권 역시 바짝 긴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50세 미모의 K 여성과 유력 정치인들 및 공무원 등과 추문을 담은 정보지가 돌면서 몇 몇 언론사는 현장 취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소문에는 현역 국회의원 2명에다 전 사정기관 직원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 미모의 K 여인 스캔들 ‘들썩’
K 여인의 경우 일산에서 한정식 집을 운영하면서 나이에 비해 뛰어난 미모로 50~60대 남성들과 잠자리를 함께했다는 식이다. 문제는 국회와 정당 요직에 있는 인물이 거론되면서 정가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본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보지는 급속하게 정관계에 퍼졌고 이에 화가 난 당사자들은 사정기관에 정보지 단속을 강력히 할 것을 주문하게 됐다.
현재 정보지 단속은 총리실과 경찰이 함께 한달 전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에서 정보지 단속 배경 역시 정치권 고위 인사에 대한 음해성 루머가 돌면서 단초를 제공했다.
이명박 정부의 ‘1등 공신’인 J 의원의 경우 핵심 실세로 인해 각종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름이 거론됐다. ‘지난 선거 때 중소업체로부터 수 억원을 받았다’, ‘K 회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등 각종 이권 관련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J 의원의 이름이 나왔다. J 의원은 일체 세간의 소문에 응하지 않고 조용하게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J 의원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대통령 친형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상득 의원의 경우 고위직 인사가 날 때마다 그 막후인사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최근에는 방송통신분야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지목되면서 이동통신사의 치열한 정관계 로비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정보지에 실리면서 최 위원장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 정보지에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한 모종의 사조직이 ‘금품요구설’이 나돌면서 최 위원장과 친분이 깊다는 얘기가 덧칠돼 관련자들을 격노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정보지를 단속하고 있는 총리실과 경찰은 원로파로부터 강력한 정보지 단속을 주문받았다는 말까지 정가에 떠돌고 있다.
한나라당 서울시의회 의장 돈 살포 사건이 한창일 때에도 유력 정치인 이름이 거명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H 의원의 A 보좌관의 경우 ‘후원금 중 일부를 챙겼다’는 음해성 소문으로 곤혹을 치렀다. A 보좌관은 당시 경찰 조사를 비롯해 정보지 단속을 총리실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요구하기도 했다.
억울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정보지를 단속하는 관계자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보지를 작성하는 주체를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부 일간지에서는 ‘정보지’를 만들어 돈을 받고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는 데다 음성적으로 만들어지는 업체는 소재지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보지 유통 역시 과거에는 문건이나 이메일을 통해 개인에게 전달돼 그나마 단속이 용이한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메신저, 웹하드 등 다양한 수단이 등장해 유통되면서 정보지 단속에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비될 수밖에 없다.
정보지 단속을 하는 한 인사는 “인터넷의 발달로 순식간에 정보지가 퍼지는 데다 단속을 하려면 개인 PC를 일일이 압수해 조사를 해야 하는 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내부 제보자가 존재하지 않는 한 최초 작성자를 색출하는 것은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정보지 작성이 한 사람이 작성하는 것이 아닌 그룹이 존재해 점조직처럼 활동하는 특성이 단속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서로 돌아가면서 첨가하고 수정하는 경우 업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악어와 악어새 관계, 단속 어려워
단속 현실이 만만치 않아 사정기관 역시 ‘힘 있는 실세’의 요구에 따라 계절성 단속을 벌이는 것 일뿐 큰 성과를 기대하지는 않는 눈치다. 또한 정보를 다루는 특성상 단속을 펼쳐도 수요가 높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뿌리를 뽑기가 힘들다는 설명이다.
또한 정보지가 양날의 칼처럼 작용하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보지를 접해본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난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의 경우 정보지에 처음으로 게제가 되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서서 성과를 냈다”며 “자칫 유야무야될 수 있었던 사건이 공개되는 ‘신문고’ 역할도 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면도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정보지를 단속하는 주체들 역시 정보지를 보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며 “정보지는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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