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 240억원 성격 놓고 청와대 VS 언론 충돌
특수활동비 240억원 성격 놓고 청와대 VS 언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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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7-28 09:00
  • 승인 2006.07.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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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 경호실과 비서실이 올해 각각 123억원과 108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직속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6억1천만원)와 민주평통자문회의(1억1천만원) 등 관련기관을 합치면 청와대가 올해 ‘영수증 없이 쓰는’ 활동비는 2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여기다 국정원을 포함해 정부가 올해 쓰는 특수활동비를 모두 합치면 7천917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5.7% 늘었다. 이런 내역은 기획예산처가 국회 운영위에 제출한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자료에서 나왔다.역대 정권의 ‘통치자금’과 관련한 일화는 무수히 많다. 그렇지만 참여정부 들어서는 과거와 달리 ‘통치자금’이라고 부를 만한 대규모의 비자금은 조성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이번에 밝혀진 대통령 경호실과 비서실의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놓고 야당과 보수언론 일각에서 “과거처럼 기업체 등에서 거둬들인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국가예산을 정권홍보 등을 위해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는 발끈했다. 일부 언론에서 특수활동비는 각 부처 기관장이 용도를 밝히지 않고 ‘쌈짓돈’으로 쓸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묻지마 예산’이란 지적을 받아 왔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 정태호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편성해 정확하게 집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 대변인은 “대통령 비서실에서 편성한 특수활동비는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원활하게 뒷받침하기 위한 경비로서, 각종 행사 격려금과 각계 각층에 대한 경조사비, 각급 기관 또는 현장 순시에 수반되는 경비로 집행되는 예산”이라고 설명했다.다만 정 대변인은 “활동비의 성격상 집행 내역을 공개할 경우 대통령의 국정수행 내용이 모두 노출돼 국정 운영상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대부분 비공개 운영

청와대는 “특수활동비는 정보수집, 사건수사, 통일·외교·안보 등 특수한 국가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예산으로서 국정원·통일부·외교부·국회·검찰,·경찰 등에 계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의 경우에도 고도의 정책판단이 필요한 대통령의 외교안보 활동이나 대통령 경호활동 등을 지원하기 위해 특수활동비 편성이 불가피하며, 정상적인 국정활동 수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나아가 “미국·독일·영국 등 외국에서도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하거나 국익과 밀접하게 관련된 ‘특수한’ 예산인 정보관련 예산은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런 시점에 김대중 전대통령의 측근들이 ‘잉여 통치자금’을 미국으로 빼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DJ의 막대한 비자금이 미국으로 유출돼 측근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자금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간 의혹마저 있다는 주장이 나와 경우에 따라서는 ‘DJ 비자금 청문회’가 열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올 정도다.얼마전 ‘뉴욕 정의사회실천 시민연합’ 대표 저스틴 임씨는 “현재 DJ 비자금 가운데 확인된 돈만 3억6천만달러(약3천600억원)”라며 “미국 FBI와 재무성 등 미 정부 당국에 정식으로 고발, 수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는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자그마치 372 페이지에 달하는 DJ 비자금 관련 조사 보고서를 제시하기도 했다.

‘DJ 비자금 3천억’ 주장

임 대표는 특히 “DJ 비자금 관련자들은, 뉴욕 거주 DJ 측근 이의건(전 뉴욕대한체육회 부이사장)과 홍성은(전 시애틀평통회장), 이수동(전 아태재단 상임위원), 그리고 ‘김 회장(김홍업씨?)’이라고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최근에 전직 대통령의 통치자금과 관련한 의혹은 다른 곳에서도 제기됐다. 월간조선 8월호가 “제3공화국 때 조성된 자금으로 추정되는 ‘괴(怪)자금’ 1조원이 시중 은행 예금계좌에 들어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월간조선에 따르면, 이 괴자금은 2004년 7월 외환은행 저축예금 계좌로 입금됐다. 통장 명의 개설자는 나모씨다. 이런 의혹을 제보한 이모씨는 “이 돈은 박정희 시절 통치자금이라고 한다. 나씨는 3공화국 통치자금을 관리하던 A씨에게 명의를 빌려줬는데, 80대의 A씨가 2004년 갑자기 죽었다”고 주장했다.특히 월간조선은 정보기관 간부 등의 말을 인용, “1조원을 함께 특정 장소에 보관해 온 것이 아니라 200여개 계좌로 흩어진 상태로 관리돼 오다 나씨 명의 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하기도 했다.‘통치자금’이란 용어는 정치권과 언론이 편의에 의해서 만들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어쩌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 시절부터 일지도 모르지만) 막연히 대통령이 통치를 하는데 필요한 비자금이 있을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했다.

‘3공화국 통치자금 1조원’ 보도

박정희 대통령 뿐만 아니라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심지어 문민화를 이룬 김영삼·김대중 대통령도 수천억원대의 통치자금을 주물렀다는 것은 정설이다. 특히 이 돈은 국정원(과거 안기부·중앙정보부)이 관리했으며, 이 때문에 항상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국정원의 요직에 들어가 통치자금을 통제하곤 했다.많은 사람들이 실체를 알고 있지만 쉬쉬하던 통치자금의 전모가 드러난 것은 1995년 10월18일이다.당시 ‘꼬마민주당’ 소속이던 박계동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소문으로만 나돌던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통장 사본을 벼락 공개했던 것이다. 박 의원은 통장 사본을 흔들어 보이면서 “노 전대통령이 재임 중 5천억원의 통치자금을 조성했으며, 이 가운데 1천700억원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폭로했다.검찰은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 30여명이 줄소환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그 때의 불똥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까지 튀었다. 검찰 수사로 전 전대통령은 2천259억원의 통치자금을 조성, 물 쓰듯 돈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충격적인 것은 당시 권력자의 통치자금이 여당에만 들어간 것이 아니라 야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도 뿌려졌다는 것이다. 그런 역할은 특히 청와대 정무수석이 맡았다. 당시 정치권에 정통했던 한 인사는 “국민들에게 ‘선명한 야당 투사’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있는 사람들 중에도 청와대에서 내려온 ‘오리발’을 아무 죄의식없이 받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라고 증언한다.

박계동 ‘비자금 폭로로 무릎 꿇은 노태우

민주투사 이미지가 강한 김영삼 대통령은 재임 시절 “단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청와대 방문자들에게 칼국수만을 대접하는 등의 수선을 떨었지만 나중에 모두가 허구였음이 드러났다. 이른바 ‘안풍사건’ 공판에서 안기부 자금으로 알려졌던 1천여억원이 YS의 돈이었고, 대부분 기업체로부터 ‘강제 징수’한 것이었다. DJ의 경우 ‘돈’과 관련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재임 기간 대북 사업을 하면서 조성한 현대 비자금의 일부가 통치자금으로 사용됐던 것으로 전해진다.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북한은 미국이 동결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의 자금 2천400만달러를 풀지 않으면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미사일 발사가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자금인 이 돈을 찾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노태우 전대통령이 박계동 의원의 폭로 직후인 1995년 10월27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의 일부만 봐도 과도한 통치자금 욕심이 한 나라의 통치자를 지낸 사람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알 수 있다.

“외람되게 국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말로는 다할 수 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뜻을 무참히 저버린 이 사람이 무슨 말씀을 드릴수 있겠습니까?국민 여러분! 지난 며칠 동안 얼마나 많은 허탈과 분노를 느끼셨습니까? 저를 향한 국민 여러분의 솟구치는 분노와 질책은 당연한 것입니다. 오늘 국민 여러분 앞에 선 것은 저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로지 국민 여러분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작금의 통치자금 문제에 대한 저의 솔직한 심경을 말씀 드리고 사죄를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중락...)국민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긴 제가 더이상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순간 전직 대통령이었던 것이 한없이 부끄러울 뿐 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드릴 수만 있다면 또 그것이 속죄의 길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새삼, 국민 여러분 앞에 무릎 꿇어 깊이 사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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