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대통령 치적 홍보차원 기념우표 발행
역대대통령 치적 홍보차원 기념우표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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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11-17 11:16
  • 승인 2006.11.1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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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기념우표


최근 콩고, 나이지리아, 가나, 탄자니아, 베넹 등 아프리카 5개국 정상이 방한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자원과 플랜트 건설·IT 분야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뿐 아니라 노 대통령은 오는 23일에는 안다스 포우 라스무슨 덴마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라스무슨 총리와 덴마크 경제대표단을 대동하고 삼성전자, LG 필립스 등도 방문할 예정이다.
윤태영 대변인은 이와 관련, “노 대통령과 라스무슨 총리는 회담에서 양국간 실질협력 증진 방안을 협의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한-유럽연합(EU)간 협력 증진방안, 주요 국제이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각 나라의 정상이나 총리 등이 방한을 통해 여러 가지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거나 협의할 예정이다.
특히 노 대통령과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이중과세방지협정에 서명하는 등 양국 실질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이는 청와대의 말대로 노 정부의 커다란 ‘업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이들의 방한을 기념, ‘우표’라도 발행해 현정부의 업적을 널리 알렸을 일이다.
물론 인터넷 발달 등으로 정부의 업적을 알리는 일이 예전처럼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기념우표 발행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기념우표 사기위해 밤샘도
기념우표는 정권의 가장 확실한 홍보수단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자신의 치적이나 공적을 알리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 중의 하나가 기념우표 발행이었다.
이 같은 기념우표는 이미 오래된 추억으로 묻혀 있다. 간혹 ‘그때 그 시절’ 등의 타이틀로 TV를 통해서 나오는 장면이 돼 버리고 말았다.
한때 기념우표 구입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를 사기 위해 모포를 들고 나와 바닥에 깔고 밤새 기다려, 우체국이 문 여는 것과 동시에 기념우표를 사던 때가 있었다. 특히 ‘무슨무슨 순방기념’이라고 해서 대통령이 나오는 기념우표는 인기절정이었다. 보관해 두면 천정부지로 가격이 뛸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외국순방 한번 갈 때마다 발행되던 대통령 우표가 이제는 귀한, 또는 귀찮은 골동품으로 전락된 지 오래다.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시절, 일선 각 중·고등학교에서 대통령 기념우표를 단체로 구입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우표를 붙여 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를 보낸 적도 있었다.

전두환 기념우표 헐값 거래
역대 대통령 중 자신의 얼굴을 우표에다 가장 많이 새긴 대통령은 단연 전두환 대통령이다.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8년 남짓 동안 발행한 우표는 총 48종에 1억5,500여만장이다.
이중 자신의 얼굴을 새긴 이른바 대통령 기념우표는 29종에 1억200만 장에 달한다. 재임 기간 중 발행한 전체우표의 절반가량을 자신의 우표로 도배를 한 셈인 것이다.
이렇듯 많은 양의 우표가 제작돼 시장에 방출된 탓에 현재 시중에서는 남아도는 ‘전두환 대통령 기념우표’를 처분할 일이 막막하다고 한다.
실제 남대문의 한 우표상은 “전 전대통령은 얼굴우표를 워낙 남발해 값어치가 없다. 누가 사러 오면 값을 싸게 해줄 테니 많이 구입하라고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모 사단법인은 소식지를 보낼 때 1장당 액면가 70원인 1986년산 전두환 대통령 독일방문 기념우표를 20% 이상 싼 가격인 1장 당 50원에 대량으로 구입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표는 유가증권이다 보니 세월이 흘러도 액면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전두환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간 우표를 살펴보면, 까라소 코스타리카 대통령 방한기념우표, 독일방문 기념우표, 영국방문 기념우표, 칼리파카타르국왕 방한기념우표, 프랑스방문 기념우표, 일본방문 기념우표 등이 있다. 한마디로 자신의 치적이나 공적 등을 홍보하는데 우표를 최대한 활용한 유일한 대통령이었다.

박정희 경제개발 우표에 담아
반면 노태우 대통령은 전두환 대통령 수준에도 못 미친다. 취임 겸 88올림픽 홍보우표 500만장만을 발행하는데 그쳤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본인의 얼굴이 들어간 기념우표를 발행한 것은 전두환 대통령에 비하면 그리 많은 수준은 아니었다.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재임기간 18년 동안 총 18종에 4,550만장을 발행했다. 박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간 우표 외에 경제개발5개년계획 기념우표, 경부고속도로개통 기념우표, 소양강댐건설 기념우표 등 통치업적을 홍보한 우표도 대량 발행돼 실제로는 전두환 대통령과의 차이는 많이 나지 않는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18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통령직에 있었기 때문에 우표가 발행될 때마다 박 대통령의 얼굴이 늙어갔다는 것이다.
특히 카터 전 미국 대통령방문 기념우표에 나타난 박정희 대통령의 얼굴은 쉬운 말로 늙은 할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여서 얼마 남지 않았던 그의 운명을 대신 보여준 것처럼 보일 정도다. 박 대통령은 통치 치적을 위해 우표를 활용했지만 10·26이후 본인의 영정사진이 들어간 추모 기념우표까지 만들어진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종적 감춰
이처럼 군사정권은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각종 기념우표를 남발했지만 김영삼 정부 들어오면서부터 대통령 기념우표는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해 노무현 대통령에 이르는 시기에는 대통령 기념우표를 거의 찾기 힘들다.
실질적으로 기념우표 발행이 중단된 시기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다. 이 때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994년 러시아 순방길에 오른 김영삼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은 ‘기념우표’를 제작키로 했다.
1994년은 한·러 수교 11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도 할 겸해서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넣은 기념우표를 발행키로 한 것이었다.
이에 대한 모든 착수 작업을 마친 청와대 비서실은 YS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 순방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를 기념키 위해 대통령 기념우표를 발행키로 했다”고 전했다.
YS는 이 같은 보고를 받고 “지금이 어느 때냐, 문민시대다. 무슨 쓸 데 없는 짓을…”이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때문에 비서실은 기념우표 발행 계획을 부랴부랴 취소했다.
이로 인해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기념우표를 내는 것 외에는 특별한 우표 발행을 하지 않았다.
우표발행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적은 500만 장에 그쳤다. 이는 자신을 잘 포장할 줄 모르는 성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승만 얼굴우표 가장 비싸
노무현 대통령도 지금까지 취임 기념우표를 내는 것 외에는 특별한 우표발행이 없었다. 노 대통령은 700만 장을 발행했다.
이는 자신의 업적을 기념우표로 대신했던 거와는 달리, TV 앞에 나와 당당히 말하는 독특한 스타일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기념우표와 더불어 노벨평화상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발행된 양은 총 900만 장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 취임우표와 3대 대통령 취임우표 외에는 본인의 사진을 넣은 우표를 특별히 제작하지 않았다.
광복 후 한국전쟁을 거치는 와중에서 일반인들이 우표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수요 부족으로 우표발행량도 당연히 적었다. 우표 발행량이 적은 탓에 현재 모 인터넷 우표사이트에서는 이 대통령의 기념우표가 27만원에 거래가 되고 있다.
발행량이 너무 많아 장당 50원에 거래가 되고 있는 전 대통령의 우표가격과 비교해보면 무려 5,400배가 넘는 액수에 거래가 되고 있는 셈이다.
<김문신·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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