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종률 의원 ‘탈당 헤프닝’ 왜?

충청권 민심이 ‘홀대론 공황’에 빠졌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충청지역의 국책과제나 지역 인사들에 대한 배려가 사라졌으나, 지역민의 불만과 고충을 표출할 정치적 공간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민주당은 물론이고, 자유선진당조차 그 정체성을 의심받고 있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의 탈당헤프닝은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충청 민심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다가가 봤다.
정부의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방침이 알려지면서 충청권이 발끈하기 시작했다. 지역현안 예산 삭감, 인사 배제 등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충청권 민심이 ‘세종시’ 축소 의혹에 맞서 ‘세종시 설치 특별법’ 입법 움직임을 통해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는 22일 세종시설치특별법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세종시의 자치단체 출범 시기는 2010년 7월1일로 잡고 있으며, 준비기간이라고 해야 불과 2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입법안을 발의하지 않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고, 행복도시의 기능을 변질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 부처 명칭 변경에 따라 세종시로 이전하는 부처의 명시를 수개월째 지연하고 있다. 세종시의 법적지위나 지리적 범위 등을 결정하지 않는 정부의 모습을 충청권에서는 세종시의 규모를 축소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의 세종시설치특별법
‘세종시특별법안’은 민주당안 2건, 선진당안 1건이 있으며 박병석 민주당 의원의 안이 민주당의 당론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법안간 차이는 연기군, 청원군 등 세종시 포함 영역에 대한 차이이며, 관련 상임위 병합심사에서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충청권의 대표적 사업인 세종시를 현 정부 들어 축소하려 한다는 또 다른 사례도 지적됐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30개 선도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충청권과 관련 자족형 행정중심복합도시, 대전-행정도시-오송간 신교통수단, 물류고속도로(제2경부, 제2서해안), 서해선 복선전철, 동서4축 고속도로(음성-충주-제천) 등 5개의 선도프로젝트를 제시한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행복도시 앞에 ‘자족형’이라는 단서가 붙은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자족형을 붙인 것은 대학교나 기업을 유치해 이들을 통해 개발을 유도함으로써 기업도시 수준으로 전락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정치권의 충청권 인사배제도 충청권 민심 이반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 7월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에 따르면 현 출범 후 새로 선임된 85명의 공공기관장 중 충청출신은 10명에 불과했다. 특히 새정부 들어 청와대 비서진에 포함된 충청권 인사는 한명도 없었다.
민주당내에서도 인사배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김종률 의원의 탈당 헤프닝이 이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 당직 및 국회직 인선에서 충남의 경우 안희정 최고위원, 박병석 정책위의장이 눈에 띄지만, 충북지역의 경우 단 한명도 발탁되지 못했다.
홍재형 의원은 상임위원장을, 김종률 의원은 대변인을 원한다고 당 지도부에 수차례 얘기했다고 했다. 홍 의원의 경우 비공식적으로 기준에도 없는 조건을 들며 안 된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김종률 의원은 쇠고기 정국에서 법적인 논리를 개발하느라 밤을 지새우는 등 최근 국정 혼란에 최선을 다해 대응해 왔고, 호의적 평가를 받아 왔다. 그에게는 국정 흐름을 파악하며 적절히 여당을 비판해 낼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그 기대감이 꺾인 것이다. 최근 일부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그것이 불만으로 표출됐고, 거품이 붙어 탈당설로 와전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홍 의원, 김 의원 모두 불만이 있지만 민주당이 호남당이자 수도권 정당으로 고착화되며 충청권을 배제하는 모습에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선거 때도 아니고, 내부 결속을 통해 여당에 대응해야 할 때”라며 당내 충청권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시종 민주당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충청권의 민심 이반이 많이 됐고, 수도권에 인접한 충청권 입장에서 타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여야를 떠나 충청권 의원들은 ‘수도권과밀화 반대협의회’, ‘수도권전철 연장모임’ 등을 통해 수시로 모이며,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지방선거 전 집단탈당 움직임?
충청 단체장 중에서는 정우택 충북지사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지사 측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게 중요하다”며 “결과로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같은 충청이라도 사업에 따라 충남과 충북 간 이해관계가 다른 면이 있어 대응도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민련을 업고 출범한 자유선진당조차 ‘정체성’을 의심받으며, 민심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체성’이 선명했다면, 김종률 의원에 이어 제2, 3의 탈당도 가능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총선에서 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홍재형 의원 지역구인 청주 상당에 출마하고, 조순형 의원이 천안에 출마했다면 충북 의원들의 대거 이동이 가능했을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지금은 지도부의 ‘전국 정당’ 지향에 따라, 충청 민심도 잃고 정체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태다. 당내에서는 ‘한나라당 2중대’라는 자조섞인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선진당 관계자는 “이 총재를 비롯 몇 몇 비례대표의 전국정당 기대치가 커서 충청 정당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그 분위기가 다른 의원들까지 전이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는 참패할 것”이라며 “이 총재가 물러나지 않는 한 그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충청민심이 하소연할 곳을 잃었다. 충청 정가에서의 민심담기 노력들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공황에 빠진 충청민심이 어떤 식으로 표출되고, 제자리를 찾아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