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장편소설 제 39 회
김영수 장편소설 제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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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6-07 14:58
  • 승인 2011.06.07 14:58
  • 호수 892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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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종말은 오는가-2

때마침 영화관에서는 지구멸망을 다룬 <2012>라는 영화까지 개봉되어 흥행되면서 지구멸망설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었다. 2012년 지구멸망설의 기원은 전통이 깊다.
먼저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와 행성충돌설이 있다. 일본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열 번째 행성인 ‘플래닛X’가 2012년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며 그의 예언에 힘을 실었다.
두 번째 멸망설은 고대 마야인들이 사용하던 마야력에 근거한다. 마야력은 기원전 3114년 마야인들이 만든 달력인데 정확히 2012년 12월 21일까지만 만들어져 있다. 게다가 2012년에는 무려 2만6000년 만에 지구와 태양계 행성, 우리 은하가 일직선이 되면서 이때 발생하는 강력한 자기장이 지구멸망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최근 지구 자기장의 심각한 감소 소식도 불안감을 부추겼다.
하지만 용화는 증산의 기록에 근거를 두고 해석했다.

“1996년과 1997년도 양해에 병겁 소동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도수를 잘못 본 것입니다.”
“…….”
“상제께서 종도인 김보경의 집에서 공사를 보실 때 그 집에 있는 들보에 짚으로 만든 큰 북을 매어달으시고 ‘병자 정축(丙子 丁丑)’을 계속하여 외치며 밤새도록 북을 치게 하시면서 ‘이 북소리가 멀리 서양까지 울려 들리리라’ 하신 일이 있습니다. 병자 정축(丙子 丁丑)년도에 관한 공사에서 병자 정축(丙子 丁丑)의 네 글자를 병정(丙丁)으로 맞추면 병정(兵丁)이 되고 병자(丙子)는 병자(病者)가 되므로, 전쟁과 병겁을 이 연도에 공사 보셨다고 해석합니다. 그러한 해석으로 1936년와 1937년도에는 전쟁이 일어났고, 그로부터 60년 후인 같은 천간지지에 해당하는 1996년도(丙子年)와 1997년도(丁丑年)에는 병겁이 오리라고 착각했던 것입니다.”
“…….”
“그렇게 해석한 이유에 한몫을 더하는 것은 1999년도에 인류절멸에 관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서기 2000년도에 천지공사 100년 도수가 모두 마무리 될 것이라고 해석했던 것도 그 이유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도수에는 미륵 출세가 80년의 경신년 4월 8일생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는 성씨도 알고 있지만 천기누설이라 입을 다물겠습니다.”

또다시 천기누설이란 말에 조기자는 쓴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용화는 매우 진지했다.

“이런 것을 살펴볼 때 천지공사 도수에 관한 아전인수 해석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경험인 것입니다.”
“해프닝으로 끝난 종말론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겁니까?”
“온전한 도수를 보지 못한 교훈이었지요. 책에는 병겁에 대한 많은 기록이 전해지고 있으며, 상제 친필인 유훈에도 역시 괴질병에 대한 말씀을 남겨 두셨지요. 이러한 병겁 심판은 인류가 생겨난 이후 처음 있는 절대자 하느님이 행하시는 대역사(大役事)인데, 선천(先天)의 모든 모순과 비리와 죄악을 말끔히 청소하시는 상제님의 결단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지상에 후천의 선경세계를 건설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면, 모든 불의(不義)한 사람은 제거되고 그야말로 선남선녀(善男善女)들이 살아남아야 하므로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병겁 심판은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상식적이라……그러면 괴질병이란 요즘 유행하는 신종플루 같은 겁니까?”
“그건 일종의 경고이겠지요. 광우병처럼 자연계의 순환질서에 어긋나는 사료를 쓰게 됨으로 인한 발병의 일종인데, 이 괴질은 하늘에서 괴질신장이 내려와서 인간들에게 병을 전하는 것이므로 기존의 의술로는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것입니다. 특히 괴질은 초스피드로 발병이 되므로 자다가도 죽고 밥을 먹다가도 죽고 길을 걸어가다가도 죽는데, 그야말로 자식이 죽어가도 손목 잡아 이끌 겨를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전파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물질문명의 종말이 병겁으로 인해 막을 내리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책에는 이 괴질병이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발병하여 전 세계로 퍼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호남지방에서 처음 시발하는데 정읍, 군산, 나주에서 동시에 발병한다고 하지요.”

조기자는 어이없다는 듯 따져 물었다.

“우리나라가 선경세계의 중심부라고 했는데 그 중심부에서 병이 창궐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데요?”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병하는 이유는 병을 고치는 법도가 우리나라에 있기 때문이지요.”
“고치는 법도요?”
“그 법도가 의통(醫統)입니다.”
“의통이요? 그건 또 뭡니까?”
“도통할 때처럼 고치는 의업에 통달한다는 뜻입니다.”
“아, 도통, 영통, 의통…….”
“상제께서는 모든 기사묘법을 다 버리고 의통을 알아 두라고 하셨지요. 그런데 의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허리에 차는 것인데 이 주머니를 차고 다니면 괴질병 소굴에 들어가도 병에 안 걸린다고 하였고, 또 하나는 대문에 붙이는 것인데 괴질신병들이 그 집안에는 침범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책에 의하면 ‘상제님 말을 믿는 자는 병이 몸에 침범하지 아니한다고 했으며, 만일 잘못되어 침범하였더라도 태을주 세 번을 읽으면 병이 스스로 물러가며, 주문을 읽을 틈이 없을 때는 상제님을 세 번 불러도 병이 물러간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볼 때 상제님 말씀을 믿는 사람은 괴질신병들이 알아보고 병을 전하지 않게 됨을 엿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칩시다. 그럼 병겁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면 미륵이 무슨 소용입니까?”
“병겁 중에 중책을 수행하실 분이 바로 미륵입니다.”
“병겁에서 인류를 구할 메시아란 말이죠?”
“세계 통일정부는 바로 병겁으로 세워집니다. 온 세상이 병겁으로 휩쓸고 혼란에 빠지자 모든 민족들은 병겁을 물리치는 우리나라에 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저절로 상등국이 되어 섬김을 받게 됩니다. 이때 출세한 미륵께서 총지휘하여 난관을 수습하고 자발적으로 추대된 초대 통일 대통령이 되는 거지요.”
“세계정부, 통일 대통령, 미륵…… 너무 황당한데요. 실감이 나지 않아요.”
“허황되게 들리십니까? 그건 천문에 대한 신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북통일공사-1

용화의 목소리는 점점 격앙되었다.

“5장의 천문에도 도수가 조금씩 나눠 표시되어 있지요. 천기누설을 막기 위해서지만 ‘축부도 정사부(政事符)’에도 구체적으로 13번째 지도자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남북통일공사와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축부도 정사부(政事符)는 뭡니까? ”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보았던 현무경 중의 하나입니다. 천문의 중요한 일부지요.”
“법사님께선 2012년에 통일이 시작된다고 하셨는데요? 이것도 천문 어디에 나와 있나요?”
“단주수명서에 ‘동서는 해와 달이 다니는 길인 고로 동서는 두 개의 수도로 나뉜다’라고 아까 소개한 바 있고, 신장공사도에도 해방 후 분단이 암시되어 있지요. 축부도에는 매우 구체적으로 남북통일의 지도자들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남북통일은 후천세계 통일정부를 위한 첫 단추이기 때문에 천지공사에 빠질 수 없지요. 상제님께서 13명의 지도자가 출현할 공사를 본 흔적입니다.”

지천태가 용화에게 의문을 표했다.

“증산 선생이 죽기 직전에 ‘내가 열석자로 오리라’ 하고 남긴 유언이 있는데, 13명의 지도자가 바로 그 13이 열석자인가요?”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13은 인간의 수가 아니니까요.”
“…….”
“상제님의 주문 ‘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 13자에 의거 13명의 정치 지도자가 설계되어 있지요. 현재 이명박 대통령까지 남북한을 합하여 총 11명이 출현하였는데, 나머지 2명은 아직 깊이 숨어 있습니다.”

지천태가 오랜만에 호기심을 보였다.

“미륵의 출현도 표시되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맨 나중에 출현하는 13번째 지도자가 곧 미륵불이 되는 것인가요?”

용화는 가져온 배낭에서 책을 꺼내더니 검지에 침을 바르며 펼쳤다. 책 모서리는 둥글게 닳아 있고 거뭇한 손때가 묻어 있으며, 군데군데 페이지마다 알 수 없는 작은 글씨가 메모되어 있어 얼마나 닳도록 공부를 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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