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핵폭탄 터지나?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이하 GKL)가 운영하는 세븐럭 관련 검찰의 수사가 종반전을 치닫고 있다. 검찰은 박정삼 국정원 2차장이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각종 비리 의혹 사건을 조사하면서 비자금 조성 경위와 용처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정치권 로비 정황을 포착하고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에게 비자금이 건네졌을 공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가에서는 ‘박정삼 로비 리스트’가 돌면서 검찰 수사에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인척을 포함해 참여정부를 만들었던 공신들 이름이 실명으로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한 인사들까지 포함돼 있어 ‘박정삼 리스트’가 공개될 경우 정치권에 ‘핵폭탄’으로 작용할 공산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박정삼 리스트’의 내용은 참여정부 시절 한국관광공사 측이 ‘세븐럭’이라는 카지노 사업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을 담고 있다. 검찰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정가에서는 최소 5백억원대에서 최대 2천억원 상당의 비자금이 정관계에 흘러갔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사장이었던 김종민 전 사장이 지난해 직을 그만 둔 배경에 검찰이 정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이 발단이 됐다는 설이 진작부터 제기됐다.
과거·현 정권 요직 인사 거론
검찰이 주목하는 비자금 조성 출처로 ▲ ‘세븐럭’ 보안시스템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리베이트 ▲ GKL의 문화관광부 매출액 누락 ▲ 유령 고객에게 ‘콤프’(게임자를 위한 무료 숙식 쿠폰)를 지급한 것처럼 허위로 발행 등을 통해 비자금 조성 의혹을 잡고 수사중이다.
아직까지 검찰은 구체적인 카지노 관련 비자금 규모와 용처를 밝혀내지 못했지만 수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조성된 비자금이 대북 지원 자금으로 유입됐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정치권은 검찰의 수사 결과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검찰의 조사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사이 정가에서는 ‘박정삼 리스트’가 돌면서 검찰과 해당 정치인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이 명단에는 참여 정부 핵심 실세들 뿐 만아니라 한나라당 요직 인사들까지 거론되고 있어 자칫 구 정권과 현 정권이 포함된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벌이고 있다.
우선 GKL의 설립 당시 사장 인선을 두고 친노 세력 간에 갈등이 있었다. 당시 이해찬 전 총리가 지지하는 C 후보와 젊은 386 인사들이 민 박정삼 전 국정원 2차장이 유력한 사장 후보였다. 결국 사장으로는 박 전 2차장이 임명됐고 이로 인해 친노 386인사들이 연루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에 리스트에는 사장 인선 당시 막후에서 지지했던 대표적인 친노 386 인사인 A씨와 L 의원이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 특보를 지냈던 Y 전 의원의 경우에는 세븐럭 오픈 때부터 사후 관리를 해온 인물로 리스트상에 올라 있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전 비서관을 지낸 Y씨의 경우 GKL 사외인사를 담당하면서 청와대와 GKL을 연결시키는 가교 역할을 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한무컨벤션이 GKL의 강남 세븐럭 지점 임대 사업장 선정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K씨 이름까지 나오고 있다. K씨와 한무 컨베션의 고위 인사와 고향이 같고 이 고위인사가 임대 사업장을 받도록 A씨와 Y 전 의원을 통해 선정되도록 애썼다는 말도 나왔다.
노무현-이명박 전현직 대통령 최측근 거론
한무 컨벤션은 2004년 11월 관광공사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영업장 가계약을 체결했고 카지노 운영을 위해 2005년 9월 설립된 관광공사 자회사 GKL측과 같은 해 10월 본 계약을 맺은 뒤 2006년 1월 강남점을 오픈했다. 검찰은 한무 컨벤션 별관 3층은 카지노 영업장으로 사용할 수 없는 판매시설임을 알고도 특혜를 준 것과 관련 한무 측의 선정 대가로 조직적인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구정권 핵심 인사뿐 만아니라 한나라당 출신에 현 정권 탄생의 공신들 이름도 ‘박정삼 리스트’에 올라 있어 사실일 경우 정치권에 미치는 파괴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GKL 측의 검은 비자금이 구정권 인사뿐 만아니라 ‘보험’성격으로 당시 야당이었던 인사들에게까지 미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거론되는 인사들로는 이명박 대통령 탄생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L 국회의원과 또 다른 L 전 의원이 GKL 측 연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GKL 박 전 사장과 이 두 명의 가교 역할을 한 박 사장과 대학 동문인 A 국회의원 역시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GKL의 ‘세븐럭’ 검찰 조사가 유야무야 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 문화방송위원회의 피감기관인 문화관광부와 GKL에 대한 국정감사 역시 용두사미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GKL의 비자금 조성을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박정삼 리스트가 이미 언론사에 흘러들어갔다는 말을 들었다”며 “여야 의원이 다 들어 있어 검찰이나 한나라당 의원들도 함부로 건들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정삼 리스트’에 오른 한나라당 실세 의원들이 직접 나서 박정삼 전 사장을 위해 구명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검찰과 정치권의 GKL의 강도 높은 조사와 높은 관심에 비해 GKL 측에서는 ‘별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GKL 측, “비자금? 겁날 것 없다” 자신
GKL의 재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감사원 감사 2개월, 검찰 수사 3개월 총 5개월 이상 조사를 받고 있지만 나오는 게 없다”며 “이미 밝혀질 것은 다 밝혀졌고 더 나올 것도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검찰 수사도 마무리 단계고 사실상 공권력의 낭비 수준이다”며 “자금담당 책임자로서 언론에서 주장하는 비자금 조성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오히려 “이번 사건은 인사에 불만이 있는 내부 인사가 여기저기 소설을 써서 사건이 부풀려졌다”며 “지금은 겁나는 것도 없어졌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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