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강증산의 유언
하늘의 병풍-2“생전 상제께서 동곡약방 주인 김형렬에게 하시는 말씀이 ‘자네는 나보다 나은 사람일세. 자네를 먼저 찾아야 나를 알게 될 것이니 말일세’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상제께서 큰 뜻을 일부러 이 집 깊숙이 감추시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천태는 호기심 가득한 아이처럼 물었다.
“동곡약방에 숨겨 놓았다는 겁니까?”
“그 때문인지 동곡약방은 1909년도에 상제 어천 후 차경석과 고부인이 찾아와서 약방의 벽지에 붙은 상제 시와 약장과 방바닥의 먼지까지 쓸어간 일이 있었죠. 이것은 동곡약방의 기운을 싹쓸이하여 대흥리로 옮겨가는 의미가 되지요. 그 기운으로 인하여 고부인은 대흥리에 초창기 종교단체를 만들었고, 훗날 차경석은 보천교를 만들었지요. 그러나 장신궁은 동곡약방이 아니라 출세한 미륵이 거처하며 천지공사를 보는 곳이라고 생각 됩니다. 결국 누가 미륵이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주인 없는 동곡약방은 헛껍데기일 뿐이지요. 지금도 서로 동곡약방을 차지하려고 애쓰고들 있지만 주인의 도수는 성장공사도(誠章公事圖)에 이미 정해놓으셨습니다.”
“출세한 미륵의 이름이라도 나와 있다는 겁니까?”
넘겨짚는 조기자의 예측에 용화가 흠칫했다. 몇 번 헛기침을 하고 해설을 이었다.
“생년월일이 나와 있지요. 성장공사도 우측 서문에 수양매월 만고유풍(首陽梅月 萬古遺風)이라 쓰여 있습니다. 수양(首陽)년 매화 월 생(生)에게 만고로부터 전하여 내려온 도맥(道脈)을 전한다는 뜻입니다. 이 8개의 글자에도 역시 도수가 설계되어 있지요. 글씨 전체의 획수는 79획이고, 앞의 4자는 36획이 나오는데 신장도 그림 백안(白雁)의 양 날개에 찍힌 36개의 점(點)과 일치하지요.”
“이 획수를 일일이 세어보셨다는 겁니까?”
“물론이지요. 상제님 한 획 한 획에 따라 천지도수가 좌우되니 한 점이라도 소홀히 할 수 있나요.”
“그 말씀은 만약 해석에서 한 획이라도 틀린다면 천문 해석이 틀린다는 뜻도 되겠네요?”
“물론이지요. 한 획도 어긋나지 않게 치밀하게 설계된 것이 천문입니다. 여기 연도와 월일이 나와 있습니다. 한번 찾아들 보시겠습니까?”
지천태가 몇 번을 훑어보았지만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보아도 숫자는 안 보이는데요?”
“눈앞에서 보아도 보이지 않게 하늘의 병풍을 쳐놓았다고 했지 않습니까. 때가 되어야 세상에 드러나는 것입니다.”
조기자는 안경을 벗더니 손수건으로 슥슥 닦았다. 용화는 의기양양해하게 해설을 늘어놓았다.
“수양(首陽)은 양(陽)기운, 즉 천간의 머리라는 뜻으로 왼쪽과 오른쪽 그림의 요철 돌출부분에 7개와 9개가 나오므로 천간지지로 계산하면 곧 경신년(庚申年) 도수가 산출됩니다. 즉 미륵불은 경신년 생이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수양에 핀 매화와 반달은 월과 일입니다.”
“몇 월 며칠인가요.”
“매화는 4월이고 반달은 7.5일 즉 8일이 됩니다. 경신년 4월 8일 생이지요.”
“그래요? 혹시 증산 선생 유서 말미에 등장하는 4월 8일 그 일자와 같은 건가요?”
“미륵탄생공사서에 뭐라 되어 있었습니까? ‘천지인신 유소문, 문리접속 혈맥관통’이라. 그 문의 이치를 서로 접속하면 혈맥이 관통하여 흐른다. 모든 천문이 한 장이나 다름없다는 걸 사람들이 그동안 몰랐던 게지요.”
조기자와는 달리 지천태는 붙임성 있게 질문을 이어갔다.
“성장공사도 안에 비석과 글자는 무엇을 뜻합니까?”
“그 비석에는 천지사풍이제원(天地使風夷齊院)이라 쓰여 있지요. ”
“이제원이 뭡니까?”
“그건 일종의 암호문자입니다.”
“그래요?”
이번엔 용화가 천기누설 운운하며 빼지 않고 선선히 풀이를 했다.
“이제원(夷齊院)의 이제(夷齊)는 ‘사람의 목을 베어 끊고, 멸하여 없애는 집’으로 귀신을 제도하는 곳으로서 멸살 당함을 건지는 집이기도 합니다. 해원공사, 적멸공사를 보시는 곳이지요. 상제께서 천지공사를 행하시며 인류 선악을 심판하는 집이기도 했고, 장차 미륵불이 출세하여 억조창생들의 생사를 점고하는 옥황후비님의 거소라는 뜻이 됩니다.”
“땅위의 집은 아닌 갑네.”
조기자가 퉁명스럽게 추임새를 넣었다.
“천지사풍이제원(天地使風夷齊院)에도 도수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일곱 글자로 된 절문(節文)의 수리를 분석하여 종합하면 天(10數), 地(12數), 使(18數), 風(16數), 夷(14數), 齊(19數),院(17數) 모두 106수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106도수도 의미가 있나요?”
“7개의 암호 문자에는 미륵이 천명(天命)을 받는 시기가 들어 있습니다. 천명을 받는 연도, 날짜, 시간 등이 설계되어 있지요. 그러나… 아직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으므로 밝힐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알 수가 있지요.”
“결국 본인이 풀어보라는 말씀이군요.”
용화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장신궁과 이제원은 같은 장소를 말합니까?”
“맞습니다. 그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제(夷齊)’의 절문 수리의 합은 33이 되는데, 신장도의 장신궁(長信宮) 절문 33수리(數理)와 서로 일치하고 있지요. 말하자면 장신궁과 이제원은 같은 장소가 되는 것이지요. 현재 이곳에는 많은 의통, 인패가 보관되어 있는데, 장차 병겁이 올 때 사용하려고 하늘에서 준비해 두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궁금하시겠지만, 그 장소 또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무슨 천기누설이 이다지 많은 겁니까?”
조기자가 참다참다 마침내 불만을 터뜨렸다. 지천태는 좀 더 끈기가 있었다. 조기자는 심드렁해 하는 반면 지천태는 흠뻑 빠져 있었다.
“예장공사도는 무엇이지요?”
“천지 성경신(誠敬信) 가운데 경(敬)에 해당하는 규범인데, 경은 예(禮)와 같아 예자가 되었지요. 우측에는 ‘낙출신귀 천지절문(洛出神龜 天地?文)’이라 되어 있습니다. 천간지지 24절기의 역리법칙이 들어 있지요. 예장공사도는 일명 귀마일도(龜馬一圖)라 합니다. 그림 안에는 북현무를 상징하는 신귀(神龜)와 용마를 하나의 역상(易象)으로 만드는 법도가 계시되어 있지요. 그런데 귀마일도의 거북 등에 그려진 낙서도(洛書圖)와 그 아래 하도(河圖)는 기존의 것과는 다르게 배치되어 있어요. 낙서의 동방 3.8목이 3.6으로, 하도의의 3.8목이 4.8로 변경되어 있지요.”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이러한 문을 천지절문(天地節文)이라고도 하는데 역리의 이치를 그린 것입니다. 역리가 변경되었다는 것이지요. 상제님께서 새로운 천지공사를 보았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설명 드린 천지공사가 바로 그것인데, 귀마일도는 천문을 요약한 총론쯤 된다고 할 수 있지요.”
“왜 변경했을까요?” “우주의 가을로 들어서는 후천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지요. 후천 우주운행 도수가 선천과 같을 수는 없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절후를 바꾼 것이지요.”
“우리 같은 범부들은 아예 접근도 못하게 꽉꽉 잠가놓았군.”
“그러니 천문이지요. 인간이 하늘의 말을 그렇게 쉽게 알 수 있나요.”
세계 통일국가-1
용화는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럼 천문해설에 흠뻑 도취되어 있었다.
“법사님 100일 구명시식을 보면서 경탄한 일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만, 가장 크게 놀랬던 건 13이란 숫자입니다. 13분의 열성조를 칠월 칠석에 제를 시작한 사실입니다.”
지천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놀랄 일입니까?”
“도수 13은 인간의 수가 아닙니다. 하늘의 완성 수입니다. 서양에서는 13일의 금요일이라고 해서 13을 악마의 수로 치부하지만, 예수님이 만약 13제자를 거느렸다면 인류역사는 달라졌을 겁니다. 하나가 모자란 12제자뿐이었기 때문에 인간의 모함으로 마저 뜻을 못 이룬 겁니다.”
“…….”
“13열성조의 13수는 천문을 의미합니다. 오늘 천문을 받는 것도 예정되어 있었던 거지요. 2012년 통일은 병겁의 시작년도이구요.”
“통일과도 연결되나요?”
“법사님의 책을 보면 어떻게 그렇게 상제님이 말씀하신 후천세계와 일치하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차법사님께선 당신의 저서 《영혼의 목소리》(225쪽)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종교의 태동이 목전에 다다랐다. 기존종교의 틀로는 엄청난 변화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 주장만 하는 종교에 우리의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밝아오는 21세기에는 스케일이 큰 다른 종교가 있어야 한다. 기존종교의 귀향운동이 전개되는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종소리를 울려야 한다. 그 진원지는 우리 동이족의 고향이어야 한다.’
선천은 여름의 기운으로 달려가기 때문에 모든 것이 여름의 나뭇가지처럼 분화하지만, 후천엔 혹독한 겨울을 날 준비에 들어가는 거지요. 종교는 머지않아 통일될 겁니다. 그동안의 종교는 유럽, 이슬람, 동양으로 나뉘는 지역적인 종교였습니다. 이제 범지구적인 종교로 통합될 때가 도래한 것이지요.”
오랜만에 조기자가 입을 띠었다.
“그럼 불교, 기독교, 이슬람도 아닌 종교가 뭡니까?”
“천문에 ‘미륵은 불가의 형체를 하고, 선가의 도통줄 조화, 유가의 범절을 받는다’고 했지요. 외형은 불가겠지만 내용은 더욱 포괄된 신불교가 아닐까 합니다. 책에 보면 상제님께서 백양사에 가서 불상(佛像)들의 머리를 담뱃대로 톡톡 치시면서 ‘속세에 나가서 장가들어 자식 낳아 즐겁게 살라’고 하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신불교는 모든 승려들은 후천이 되면 결혼하게 될 정도로 파격적인 공사를 보아 두셨지요. 상제님도 결혼하였고 미륵불도 결혼할 것이니 모든 승려들도 결혼하여 자식 낳고 살게 될 것입니다. 신앙형태도 기존과는 다른 생활종교가 될 것으로 추측해봅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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