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대표 위상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홍준표 원내대표가 체면이 구겨진 사이 박 대표의 입지는 오히려 넓어진 상황이다.
홍 원내대표는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더불어 신주류로 불리며 당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1차 추경안 처리 무산 이후 친이재오계 등 소장파들로부터 퇴진 요구까지 받을 정도로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다.
이후 홍 원내대표는 상처 입은 원내 리더십을 회복하기위해 국정감사 진두지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또 당내 친이 소장그룹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당분간 몸을 낮추고 스킨십 강화하며 소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박 대표는 청와대가 날개를 달아줬다. 지난 19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례회동을 약속하며 “박 대표를 중심으로 노력해 달라”는 말을 듣는 등 위상 변화를 실감했다. 기존에는 3개월에 두 차례 그쳤던 회동을 2주에 한 번씩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표가 이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원톱식 당 운영체계 구축에 나서고 청와대가 뒤에서 도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곧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높아지고 대통령 직할체제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나아가 박 대표는 오는 10월10일 취임 100일을 맞이해 위상 강화를 위한 각종 이벤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100일 행사 ‘풍성’ 박 대표 ‘표정관리’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방송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당 운영관련 방향을 제시할 전망이다. 또한 신문사 인터뷰도 접촉하고 있다. 최근 주말판을 발행하고 있는 중앙 선데이와 조선 주말판에 단독 인터뷰를 신청해 놓은 상황이다.
대표 공보실에서는 “중앙일보 측과는 얘기가 됐지만 조선일보는 부정적이라 성사될지 모르겠다”고 일정에 변동이 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과 인터뷰 내용으로 박 대표는 당내 도입될 새로운 시스템 변화를 제안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 순방을 마친 다음날인 3일 대통령으로부터 순방 결과를 청취하기위해 청와대를 재차 방문한다. 눈에 띄는 점은 대통령과 박 대표가 독대 형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대표는 10월 1~2일 정도 취임 100일에 앞서 젊은 당직자와 호프 미팅도 계획하고 있다. 박 대표가 원외인사에다 고령의 나이로 당 대표에 올라 젊은 당직자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주변 권유에 따른 행사다.
취임 100일 기념행사 관련 박 전 대표는 싫지 않은 표정이다. 박 전 대표는 행사를 준비하는 실무자에게 “왜 하느냐”며 반문하기도 했지만 적극적으로 반대하진 않는 상황이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지인들은 “예전과 다른 박 전 대표의 위상을 보는 것 같다”며 평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홍 원내대표가 몸을 숙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의 힘을 실어준다고 해도 원외인사에다 홍 원내대표의 ‘소신 언행’은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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