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 두는 초선의원들
훈수 두는 초선의원들
  • 선태규 기자
  • 입력 2008-09-30 14:47
  • 승인 2008.09.30 14:47
  • 호수 753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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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최근 들어 제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다. 최근 홍준표 원내대표 재신임 관련 의총에서 초선들이 주로 나섰던 것. 일종의 초선의원들의 훈수였다.

이들은 집권 초기, 수는 많으나 목소리가 작어 뚜렷한 활동이 없다며 비판을 받았던 당사자들이었다. 집권 초기 각종 악재가 집권 여당의 운신 폭을 좁게 만들었고, 쇠고기 사태로 정국 주도권까지 상실한데다 원 구성 협상이 늦어지면서 초선들의 활동이 지지부진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계보정치에 따른 폐단으로 보는 시각이 농후했다.

초선 의원들을 가장 많이 장악하고 있는 이재오계 모임에는 권택기, 현경병, 이춘식, 정미경 의원 등 10여명의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상득계로는 고승덕, 이철우 의원 등이 분류되며,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신주류도 초선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계 모임에는 구상찬, 이정현, 김선동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고, 김무성 의원이 주축이 된 여의도포럼에는 박대해, 김세연, 정해걸, 홍장표 의원 등이 가세하고 있다.

계파별로 나눠진 초선들의 목소리가 중진들에 의해 가려지고, 자신이 속한 계보 입장과 다른 입장을 내는 것을 꺼리는 초선들이 지금까지도 적지 않다.

한 초선의원은 “당내에 소신발언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가 안 돼 있고, 선수 높은 분들의 질타 문화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초선의원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고, 당 분위기도 점차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선들이 모임을 만들어 혼자 발언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보자는 시도도 이색적이다.

한 초선 의원은 “최근 초선 의원들이 모임을 많이 만들고 참여하는 것은 발언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보자는 측면이 있다”면서 “민본21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박 성향의 김선동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여전하지만 17대에 비해 분위기는 좀 자유로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장애인위원장인 윤석용 의원 측은 “윤 의원은 초선이나, 할 말은 하는 타입”이라며 “초선이기 때문에 특별히 겪는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초선 의원들로 권영진, 주광덕, 황영철, 이범래, 박준선, 이종혁 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이종혁 의원은 자원외교 차원에서 개인 시간을 쪼개 주말에 캄보디아를 갖다 오는 등 대외적인 활동까지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직력이 받쳐주는 한나라당 특성상 선배 의원들의 눈치를 보는 관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초선 의원이 세게 발언할 때는 선배 의원들의 내락을 받은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소신발언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초선 의원의 경우 수시로 자기계보의 선배 의원들과 만나거나 통화해 지시를 받는다”고 귀뜀했다. <규>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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