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집권 초기, 수는 많으나 목소리가 작어 뚜렷한 활동이 없다며 비판을 받았던 당사자들이었다. 집권 초기 각종 악재가 집권 여당의 운신 폭을 좁게 만들었고, 쇠고기 사태로 정국 주도권까지 상실한데다 원 구성 협상이 늦어지면서 초선들의 활동이 지지부진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계보정치에 따른 폐단으로 보는 시각이 농후했다.
초선 의원들을 가장 많이 장악하고 있는 이재오계 모임에는 권택기, 현경병, 이춘식, 정미경 의원 등 10여명의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상득계로는 고승덕, 이철우 의원 등이 분류되며,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신주류도 초선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계 모임에는 구상찬, 이정현, 김선동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고, 김무성 의원이 주축이 된 여의도포럼에는 박대해, 김세연, 정해걸, 홍장표 의원 등이 가세하고 있다.
계파별로 나눠진 초선들의 목소리가 중진들에 의해 가려지고, 자신이 속한 계보 입장과 다른 입장을 내는 것을 꺼리는 초선들이 지금까지도 적지 않다.
한 초선의원은 “당내에 소신발언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가 안 돼 있고, 선수 높은 분들의 질타 문화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초선의원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고, 당 분위기도 점차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선들이 모임을 만들어 혼자 발언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보자는 시도도 이색적이다.
한 초선 의원은 “최근 초선 의원들이 모임을 많이 만들고 참여하는 것은 발언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보자는 측면이 있다”면서 “민본21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박 성향의 김선동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여전하지만 17대에 비해 분위기는 좀 자유로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장애인위원장인 윤석용 의원 측은 “윤 의원은 초선이나, 할 말은 하는 타입”이라며 “초선이기 때문에 특별히 겪는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초선 의원들로 권영진, 주광덕, 황영철, 이범래, 박준선, 이종혁 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이종혁 의원은 자원외교 차원에서 개인 시간을 쪼개 주말에 캄보디아를 갖다 오는 등 대외적인 활동까지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직력이 받쳐주는 한나라당 특성상 선배 의원들의 눈치를 보는 관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초선 의원이 세게 발언할 때는 선배 의원들의 내락을 받은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소신발언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초선 의원의 경우 수시로 자기계보의 선배 의원들과 만나거나 통화해 지시를 받는다”고 귀뜀했다. <규>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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