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법사 구명시식 실화 소설 천문 : 영본시대
차길진 법사 구명시식 실화 소설 천문 : 영본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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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9-14 09:36
  • 승인 2010.09.14 09:36
  • 호수 855
  • 4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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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장편소설 제 2회

1장. 예언자

예언자를 찾아라-2

“물론 화해무드를 반대하는 북한의 일부 강경파들의 공작의 가능성도 검토했습니다만 한국의 믿을 만한 정보통에 의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믿을 만한 정보통이라면?”
“오전 브리핑에서 한국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의 정·재계 VIP들을 소개한 바 있었는데 그때 빠진 인물이 있습니다.”

비서가 리모컨을 누르자 한 사나이의 사진이 대형 스크린에 올라왔다.

“이 자는 유명한 예언가입니다.”
“예언가? 예언가라고 했나요?”
“예스 맴.”

미국도 미소냉전 때부터 종종 초능력자들의 힘을 빌려 정보를 얻곤 하였다. 비서는 두터운 파일을 대사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사건 열흘 뒤 그자가 쓴 금강산 피격 관련 칼럼입니다. 작성은 게재시보다 이전이었을 겁니다.”

대사는 찬찬히 칼럼을 읽어 내려갔다.

『…평소에도 금강산 해변에는 엉성하게 군사경계선을 그어서 이를 넘어온 남한 관광객들에게 북한 군인들이 금품을 요구하고 풀어주는 일이 상시로 일어나고 있었다. 바로 그날 새벽 여자 관광객은 조깅을 하다가 모래사장에 설치된 허술한 경계선을 넘고 말았다. 다가온 북한군은 다짜고짜 없던 일로 할 테니 달러를 달라고 요구했다. 관광객은 뒷골목 불량배처럼 돈을 요구하는 북한군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이에 격분한 북한군이 우발적으로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북한군은 정상적인 보급이 끊긴 지 오래 되었다….』

“금강산 사건이 예언과 무슨 관계가 있나요? 이번 사건은 훨씬 지난 일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딱히 그자를 부를 말이 없어 예언가라고 하는 겁니다. 영능력자라는 말이 더 적확할 겁니다.”
“영능력자요? 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CIA파일에 의하면 그는 1991년 1월 17일 걸프전 개시 일을 정확히 예언했습니다. 그의 예언이 신문에 소개되고 나서 펜타곤(미국 국방성)은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왜지요?”
“1급 비밀이 외부로 누설됐으니까요. NSA(미국 국가안보국)에서 철저하게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는요?”
“정보원에 의한 누설이 아니라고 판명되었습니다.”
“그러면…….”
“영능력입니다.”
“영능력이요?”
“예언능력이라고 할까요. 그는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된 1979년 10·26 사건도 정확히 예측했고, 1992년 LA폭동, 동해안 북한 잠수정 침투사건, 서해교전, 한국의 IMF도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최근엔….”
“최근에는요….”

스티븐스 대사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깊은 관심을 표했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도 맞추었습니다. 지난 7월 금강산 사건의 발발을 암시하는 예언도 언론기록에 있습니다.”
“음…….”
“미래학자인 엘빈 토플러도 방한하여 그에게 자문을 구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가장 요주의 인물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극비 정보를 마음대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인가요?”
“네, 그렇게 가정하고 있습니다. 이전 대사님은 그와 종종 대화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래요?”
“예. 중요한 정책 결정에 자문을 구했다고나 할까요.”
“그와 연락이 되나요?”
“물론입니다. 그와 핫라인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티븐스 대사의 표정은 진지했다.

평양 주석궁 국가안전보위부. 지하 벙커에 위치한 작전기획실은 원폭에도 견딜 만한 두께로 설계된 군사시설이었다. 해가 지는지 뜨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밀폐된 벽면의 수십 개 화면엔 남한의 연합뉴스, 미국의 CNN, 중동의 알자지라 등 전 세계 유수한 뉴스 채널이 24시간 모니터 되고 있다. 관제탑 같은 2층 보위부장 사무실이 방탄유리 너머로 이 광경을 빠짐없이 감시하고 있었다.
회전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고 있던 깡마른 체격의 보위부장이 책상에서 쿠바산 시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책상위에는 300페이지가 넘는 노란 서류철이 펼쳐져 있었다. 노란색은 요주인물의 신상정보가 담긴 기밀서류란 뜻이었다. 서류철이 상당히 두껍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인물이거나 오랫동안 감시해온 인물이란 증거였다. 보위부장은 주머니에서 미제 터보라이터를 꺼냈다.

‘딸각-’

날카로운 푸른 불꽃이 시거를 붉게 달궜다.
보위부장 앞에 정복 차림의 건장한 소좌는 얼어붙은 듯 차렷 자세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보위부장은 코로 연기를 내뿜으며 다그쳤다.

“38호실 쥐새끼 찾았소, 동무?”

국가안전보위부에서 38호실은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 산하기관으로 외화벌이가 주 임무였다. 면세점과 외국인 전용 호텔을 운영하며 전국에 분소를 두어 송이, 꿀, 성게 알 등 북한산 토산물을 해외로 수출하여 외화를 벌었다. 가장 인기 있는 부서이지만 근래 들어 더욱 그랬다. 남한과 거래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공급되는 남한의 고급물자들이 북한에 유통되었다. 암거래 시장이 형성될 정도로 38호실은 고급간부에서 말단까지 벌이가 짭짤했다. 하지만 금강산 38호실 분소는 단순 외화벌이만 하지 않았다. 대남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가 추가되는 특별 관리대상이었다.

“부장동무, 아직 못 찾았습네다. 철저히 조사하고 있디만 내통자는 아직….”
“무시기? 지금 나랑 놀자는 기야. 그럼 어떻게 그자가 금강산 사건의 자초지종을 손바닥 보듯이 훤히 알고 있는 게야.”
“그, 그거이….”

금강산 사건 직후 정보를 담당하는 안전보위부는 발칵 뒤집혔다. 고위정보 취급자만이 알 수 있는 정보가 샌 것이다. 남한의 국민들은 그의 금강산 칼럼 내용에 반신반의했지만, 내막을 알고 있던 북한은 사정이 달랐다. 특급 보안기밀이 누설된 책임소재가 밝혀져야 했다.
보위부 소좌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자는 보통 사람과 다릅니다. 그자는 주석동지 서거, 서해교전, 동해안 잠수함작전, 2002 월드컵 4강, 노무현, 이명박 당선….”
“또, 또 그 소리. ‘예언자다. 천리안을 가진 예언자.’ 그걸 어케 국방위원장에게 보고하란 말이야, 동무! 우린 위대한 주체사상의 영도를 받는 영광스런 북조선 인민이야. 유물 변증법적으로 해석해보라우.”
“…….”

보위부장은 입안에 머금은 담배연기를 소좌의 얼굴에 뱉으며 그 주위를 몇 바퀴 빙빙 돌았다.

“곧 중국의 후진타오도 오고 미국 특사도 만나야 하는데, 이렇게 정보가 줄줄 새면 어떻게 대남공작을 하갔서. 당장 쥐새끼 하나 만들어 내라우!”

안전보위부가 정보누설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희생자가 필요했다.

“옛, 알갔습네다!”
“그리고 말야…. 그 칼럼 쓴 자의 언행은 잘 탐지하고 있겠지비?”
“물론입네다. 벌써 사람을 보내 매일 보고 받고 있습네다.”

보위부장은 노란 서류철에서 남한의 금강산 칼럼니스트의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같은 시각, 서울의 하나교 총재실. 노환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윤총재에게 근래 전세계 동향을 보고하고 있는 유실장. 윤총재는 전 세계 200개의 지부와 500만 신도를 거느린 하나교의 교주였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어 그린랜드와 남극에 빙상이 녹아내려 초원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미국 동부, 사모아섬,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대만, 중국 베이징에서 강진이 발생하고 필리핀도 최악의 태풍과 홍수로 수천 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2012년 지구 종말론이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마야인들의 예언록에 지구의 종말이 2012년에 그친 것을 근거로 지구의 대변동이 있을 거란 내용입니다. 지구 종말을 그린 ‘2012년’이란 영화가 흥행 1위를 기록할 정도입니다. 지난 1999년 밀레니엄 종말론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우리 지부에도 2012년이 천지개벽이 시작되는 날이 아니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2012년… 지축의 변동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군…. 유실장, 그거 말고.”
“네?”
“개벽은 그렇게 오는 게 아니야. 쿨럭.”

흥분을 하자 윤총재는 잔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아, 예!”

유실장이 아래에 있던 다른 파일을 주섬주섬 펼쳐 읽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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