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짱 ‘민주주의 2.0’ 개통 막전막후
노짱 ‘민주주의 2.0’ 개통 막전막후
  • 선태규 기자
  • 입력 2008-09-26 09:52
  • 승인 2008.09.26 09:52
  • 호수 752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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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못 참겠다” 친노중심 MB에 선전포고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및 당 지도부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새로 마련된 당사 앞에서 현판식 직후 박수치고 있다.(위) 김근태 · 정세균 · 정동영 · 안희정 · 이해찬(아래)

민주당이 이합집산을 통해 MB(이명박 대통령) 정권의 대항마로 거듭나고 있다.

야성을 회복하고, 재보궐선거 및 지방선거 등을 거치며 세력화를 단단히 한 뒤 결정적인 결집을 통해 잃어버린 정권을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계파를 이루는 민주연대와 친노세력 모두 중도성향의 현 지도부를 견제하는 한편 현 정권에 대해 본격적인 공세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민주당 제2의 중흥기와 또 다른 분당 가능성을 열어 놓은 내부 분열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민주당은 신당권파, 민주연대, 친노진영으로 분화되는 형국이다. 신당권파로는 정세균, 원혜영, 박병석, 송영길, 강기정, 최재성, 오영식, 김진표, 강봉균, 홍재형, 김효석, 이낙연 의원 등이 거론된다.

민주연대에는 김근태, 이상수, 설훈, 유선호, 최규성, 이목희, 문병호, 우원식, 박영선, 민병두, 김현미, 천정배, 이종걸, 최재천, 김상희, 최문순, 이미경, 박선숙 등 전현직 의원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독자세력화까지 예상되고 있는 친노진영에는 이해찬, 이치범, 허성관, 김우식, 성경륭, 김병준, 안희정, 백원우, 천호선, 윤태영 등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각별했던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신당권파 민주연대 친노로 분화

민주연대와 친노진영의 세 결집 움직임은 본격적인 정파활동과 함께 향후 재보궐 선거, 지방선거 등에서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유력하다.

우선, 민주연대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김근태 전 의원계인 민주평화연대의 이목희 전 의원이 가칭 ‘진보개혁정치포럼’ 구성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천정배 의원의 민생정치모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평화와경제포럼 등 진보개혁 그룹이 합류하면서 세력화가 본격화됐다.

민주연대는 지도위원, 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원장, 대변인 등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며, 대표는 발기인들이 선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연대는 민주당을 진보개혁적 정당으로 탈바꿈시키고,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정부 여당에 맞설 계획이다. 이의 일환으로 민주연대는 부자들 중심의 세제, 재벌중심의 규제완화 등 한나라당 정책에 맞서는 한편 현정권의 공안정국 조성, 집회 참가자 탄압 등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시민사회 세력까지 끌어들여 당의 외연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도 실용주의’를 지향하는 당 지도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민주연대는 오는 30일 발기인대회를 갖기에 앞서, 25일 ‘진보개혁 세력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통해, 향후 이념과 정책적 방향을 찾아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연대를 준비 중인 우원식 전 의원은 “개인별로 현안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 정책을 중심으로 민주당이 흔들리지 않고 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가 있다”면서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을 내놓고 당 지도부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연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공안정국 조성 움직임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민주당을 호되게 비판할 때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진영은 이해찬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재단법인 광장과 안희정 최고위원, 백원우 의원 등 386그룹의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친노세력 ‘광장’통해 결집

광장은 진보진영의 재결집과 복원이라는 목표를 갖고, 참여정부 시절 장·차관 인사들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 7월 광장 창간 준비호를 통해 “인사정책,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등 현 정부정책의 근본문제는 정부에 대한 신뢰의 붕괴”라고 질타한 적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토론사이트인 ‘민주주의 2.0(www.democracy 2.kr)’도 18일 개통됐다. 안희정 최고위원의 ‘연구소’ 개설에 맞춰 사이트가 오픈됐다는 점에서, 이 사이트가 노 전 대통령과 친노진영의 정치세력화 진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현실정치 개입 의혹까지도 낳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 김경수 비서관은 “시민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문제제기라는 순수한 뜻을 이해해 달라”며 “현실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뜻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안희정 최고위원은 최근 연구소 개설과 관련, “과거 20세기 민주화 투쟁이 반독재 민주화 투쟁이었다면, 앞으로 우리는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된다”면서 “그런 각오와 비전에 대한 소신 때문에 그런 연구소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앞둔 이해득실 포석

민주당이 분화되는 현 상황에 대해 안 위원은 “가지가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것을 언뜻 보면 분열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은 나무의 성장”이라며 “현재의 민주당 상황도 정당 활동의 정상적인 형태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연대나 친노세력의 세력화 기본 취지와 달리, 향후 재보궐 및 지방선거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는 시각에 정치권의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력화를 이룬 뒤 선거 시에 자기 사람들이 공천될 수 있도록 신당권파에 입김을 불어넣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이 과거 중진의원들을 고문 등으로 위촉하며 당내로 끌어들였는데, 민주연대의 경우 세력화와 함께 이들의 입을 통해 정세균 의장 등 현 집권세력에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최근 유인태, 김근태, 김덕규, 김한길, 손학규, 신기남, 이상수, 임채정, 정대철, 정동영 전 의원 등 과거 중진 인사들을 상임고문과 고문에 각각 위촉한 바 있다.

친노세력과 관련, 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 부산 경남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 지역의 공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해시장, 부산 경남지역 일부 의원 등의 당선을 통해 확인된 노 전 대통령의 인기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안희정 최고위원이 최근 개설한 연구소는 공천과 관련해 당과 노 전 대통령을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친노세력이 뭉치는 이유나 민주연대가 세력화하는 이유는 결국 선거를 통한 이해득실과 관계가 깊다”면서 “특히 친노세력의 경우 사정정국이기 때문에 정보교환, 세력과시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몸부림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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