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밸리 제 42회
킬러 밸리 제 42회
  •  기자
  • 입력 2008-12-24 08:43
  • 승인 2008.12.24 08:43
  • 호수 765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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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호 상병이 국부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맴을 빙빙 돌았다. 콩까이를 바라보는 병사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오랫동안 숨죽이고 있던 육체가 용트림을 하고 더운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또 다시 현관문이 열리더니 노란 아오자이를 입은 아가씨가 정원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의 등 뒤에는 작은 강아지가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흰 아오자이를 입은 콩까이는 키가 크고 늘씬했다. 노란 색 아오자이를 입은 아가씨는 풍만하고 섹시한 몸집을 하고 있었다.

활짝 핀 넝쿨 장미, 눈이 시리도록 파란 잔디, 맑고 투명한 푸른 강물, 협곡의 기암괴석, 주렁주렁 달린 야자열매, 우거진 바나나 숲, 그리고 아오자이 미녀들…

병사들은 술에 취한 사람들처럼 몽롱한 시선으로 도원경을 바라보았다. 미풍이 불 때마다 야자수 잎들이 손을 흔들며 유혹하고 있었다.

“어떡할래, 보고만 있을 거야?”

개미허리가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병사들은 서둘러 하얀 대리석 석조 건물 뒤로 접근했다.

“인랑(조용히), 콩까이(아가씨)!”

개미허리가 M16 총 끝으로 흰 아오자이를 입은 콩까이의 턱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짬짬(천천히), 집으로 들어가라. 소리치면 꽥꼴락(죽는다), 알겠지?”

변을수 일병이 총구로 노란색 아오자이 콩까이의 가슴을 겨누며 말했다. 갑자기 당하는 아가씨들은 몹시 당황하여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모양이다.

흰 아오자이 아가씨의 거울같이 맑은 눈이 공포에 질려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빨간 루즈를 진하게 바른 예쁜 입술이 두려움에 떨며 혀끝으로 연시 입가를 축이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이 미풍에 구름처럼 휘날리고 있었다.

노란색 아오자이를 입은 아가씨의 미끈한 두 다리가 얇은 아오자이 속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얼굴에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들자 짙은 눈썹과 시원한 눈동자가 겁에 질려 공포에 떨고 있었다.

개미허리가 뱀처럼 싸늘한 표정으로 콩까이들을 현관 앞으로 몰아 세웠다. 노란색 아오자이 콩까이가 샌들이 벗어지는 것도 모르고 뒷걸음을 치며 물러났다. 변을수 일병이 빨간 샌들을 집어서 건네주자, 그녀는 그것을 받아 들며 멍하니 쳐다보았다.

“서둘러, 빨리!”

개미허리가 콩까이들을 집안으로 몰아넣었다. 넓은 거실에는 밴댕이 된 씨레이션 박스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동편 창문의 녹색 커튼 아래에는 간이 목침대가 놓여 있었다. 침대 위에는 빨간 브래지어와 손바닥만 한 검정 팬티가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팬티 옆에는 한 무더기의 휴지 조각들이 너저분하게 버려져 있었다.

목침대 위에는 반이 넘게 남은 조니워카 술병과 캔트 담배 두 보루, 그리고 코카콜라 깡통이 놓여 있었다.

“이기 우째 된 기고, 여게가 미군 P. X가? 온통 미제뿐 아이가. 야, 이거 어디서 생긴 기고? 너도 우리 맨크로 미군 아이들한테 보급품을 수령하나? 와 대답 안하노, 이걸 콱 쎄리 뿌까?”

임태호 상병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총구를 휘두르자 계집들은 겁에 질려 서로 부둥켜안고 거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때 권영준 병장이 변을수 일병의 부축을 받으며 뒷문으로 들어왔다. 권영준 병장의 복부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바지까지 검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는 몹시 지쳐 있었다.

“임 상병, 전면 경계. 변 일병 뒤편 수색. 권 병장은 이쪽으로!”

개미허리가 재빨리 명령을 내린 후에 목침대 위에 놓인 잡동사니들을 손바닥으로 확 쓸어 버렸다. 그리고 권영준 병장을 부축하여 침대 위에 눕혔다.

“람온 쪼이 또이(물 가져 와). 야 안 들려? 너 말이야, 빨리!”

개미허리가 무서운 눈빛으로 흰색 아오자이 콩까이를 노려보자, 그녀는 깜짝 놀라 밖으로 뛰어 나갔다.

잠시 후 콩까이가 물을 떠오자 개미허리는 권영준 병장의 하의를 벗기라고 말했다. 콩까이가 망설이자 개미허리는 느닷없이 그녀의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콩까이가 깜짝 놀라 권영준 병장의 바지를 벗기자 상처에서 풍겨 나오는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권영준 병장의 복부는 금방 잡은 돼지 비곗살처럼 뻘겋게 벌어져 있었다.

다행히도 칼빈 총알을 맞았으니 이 정도로 끝났지 M16 총알이나 AK 총알을 맞았더라면 즉사했을 것이었다. 개미허리는 탄띠에 차고 있던 비상 구급낭에서 압박 붕대를 찾아냈다. 그리고 물에 적셔 상처 부위를 정성 들여 닦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처 부위는 지혈이 되지 않고 계속 피가 흘러 내렸다. 환부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는 순식간에 두 개의 압박 붕대를 흠뻑 적셔 놓았다.

“야, 너 일루와. 그래 너 말이야. 괜찮아 일루와.”

개미허리가 흰 아오자이 콩까이를 불렀다. 조금 전에 개미허리에게 뺨을 세차게 얻어맞은 콩까이는 겁을 잔뜩 집어먹고 엉거주춤 다가섰다.

“돌아서, 그래. 어서 뒤로 돌아서!”

콩까이가 돌아서자, 개미허리는 아오자이의 목 부분을 잡고 부욱 소리를 내며 등 뒤에서부터 허리까지 길게 찢었다. 콩까이는 당기는 힘에 의해 뒤로 벌렁 나가떨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콩까이의 아오자이가 아래로 흘러내리자 검정 브래지어 위로 희고 풍만한 젖가슴이 드러났다. 그러나 개미허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천 조각을 탁 소리가 나도록 턴 다음 묵묵히 권영준 병장의 상처를 천 조각으로 닦아내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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