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밸리 제 29회
킬러 밸리 제 29회
  •  기자
  • 입력 2008-09-26 16:43
  • 승인 2008.09.26 16:43
  • 호수 752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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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두 사람이 황급히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왜, 그들이 도망을 칠까? 개미허리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갑자기

“꽝!” 하고 박격포 탄이 날아왔다. 취사반장 윤정호 하사가 씨레이션 박스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며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갑자기 날아온 박격포는 포대 차량 14대를 정확하게 박살을 내버렸다.

그 콩까이와 소년은 바로 적의 첩자로 정확하게 박격포 사격 지점을 유도하고 있었다. 많은 병사들이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개미허리의 두 눈은 살기로 가득 찼다.

‘망할 것들이 어디로 튄 거야? 잡히기만 해봐라, 쌍!’

개미허리는 그들이 도망친 정글 속으로 뛰어 들었다. 멀리 도망가는 콩까이와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깜상, 네가 저걸 맡아.”

개미허리는 이용호 병장과 헤어져 콩까이를 뒤쫓기 시작했다.

이용호 병장은 성큼성큼 달려가 소년의 목덜미를 럭비 선수처럼 획 하고 낚아채 버렸다. 소년이 갈대로 뒤엉킨 늪 속에 머리를 처박고 쓰러졌다.

이용호 병장이 그의 목덜미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소년은 짐승처럼 그의 오른손을 물어뜯었다.

“쌍놈의 자식.”

그는 화가 나서 발악하는 녀석의 뺨을 때리고 내동댕이 쳐버렸다. 그가 나가떨어지자 이용호 병장은 재빨리 녀석의 두 손을 꽁꽁 묶어 버렸다. 소년은 적의에 찬 얼굴로 욕설을 퍼부었다.

“뭐야, 임마!”

이용호 병장은 화가 나서 워커 발로 녀석의 조인트를 까 버렸다. 이용호 병장은 대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나 차마 소년을 죽일 수가 없었다. 이 소년이 적의 첩자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아마 우연히 7중대 매복 지점을 지나던 중이라고 생각했다. 이용호 병장은 슬그머니 대검을 칼집에 꽂았다.

“좇만한 게 까불어. 죽으려고 색 쓰냐? 너 임마, 오늘 용꿈 꾼 줄 알아.”

이용호 병장은 돌아서다 말고 정글복 하의 주머니 속에서 초콜릿을 꺼내 녀석의 무릎 위에 던지고는 황급히 떠나 버렸다.

“조카 용이도 저 만큼 컸겠지.”

이용호 병장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정글을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용호 병장은 문득 인기척을 느끼고 방아쇠에 중지를 걸었다. 언뜻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개미허리였다.

개미허리가 피 묻은 표창을 정글복에 닦으며 이용호 병장에게 물었다.

“깜상, 잡았어?”

“묶어 뒀어.”

“뭐야 임마! 미쳤어?”

개미허리가 안색이 새파랗게 변하며 말했다. 이용호 병장은 개미허리가 이렇게 놀라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개미허리가 재빨리 정글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왜 그래, 김 하사?”

이용호 병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개미허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간 AK 소총으로 무장한 2명의 V. C가 소년의 묶인 몸을 풀어 주고는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꼬마의 행방을 찾지 못한 개미허리가 이용호 병장에게 다가와 사납게 노려보며 말했다.

“너 땜에 우리 중대는 번개가 씹 하는 걸 볼 거야. 칠중대는 유령중대가 될 거야. 두고 봐라. 내 말이 틀리는가? 바보 같은 자식!”

그는 무엇이 그렇게도 두려운 지 사색이 되어 불안에 떨고 있었다.

킬러밸리는 이제 막 서산에 지는 해를 정면으로 받으며 서서히 어둠 속에 묻히고 있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대지는 정적 속에 잠겨 들고 있었다.


제15편 예감

여자들의 예감은 남자들보다 적중률이 높다

“그만 자고들 가요. 잠자리가 불편하겠지만 그게 더 좋아.“

이장은 진심으로 권했다. 여자들 둘이서 어두운 밤길을 간다는 게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미옥 간호원은 막무가내였다.

“어머 안돼요, 이장님! 오늘 밤 그이와 데이트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어기면 나 쫓겨나요, 그만 갈래요.”

그녀는 기혼자였다. 이미옥의 남편은 면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는 정 주사였다. 두 사람은 무척 사이가 좋은 신혼부부였다.

“참말로, 이 간호사 고집은 황고집이여. 그럼 이걸 타고 가요. 내일 아침 장에 가는 길에 보건소에 들릴 테니.”

이장은 할 수 없이 애지중지하는 삼천리표 자전거를 헛간에서 끌고 나왔다. 이미옥은 반가워했다.

“언니 얼른 타유, 늦으면 그이한테 소박맞아요.”

강혜원과 이미옥은 가임여성 대상자 조사 차 무창으로 출장을 나왔었다. 마을 어머니 회장 댁에 들렀더니 그녀는 읍내 미장원에 가고 없었다. 허탕을 친 두 사람은 할 수 없이 마을 손동기 이장 댁을 찾아갔다. 그리고 이장 댁에서 가임여성 대상자 조사를 마친 후, 저녁까지 얻어먹고 이장의 자전거까지 빌려 탄 것이다.

이미옥은 자전거 뒤에 강혜원을 태우고 벨을 울리며 어두운 산 속 길을 거침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페달을 밟을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앞바퀴에 달린 발전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때마다 자전거의 헤드라이트는 반딧불처럼 깜박거리며 오솔길을 비추고 있었다.

등 뒤로 이제 막 저녁을 끝낸, 마흔 두 채의 농가들이 어둠 속에서 백열등 전깃불을 반짝거리며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녁밥을 재촉하는 삽살개 한 마리가 울자 마을의 모든 개들이 요란스럽게 짖기 시작했다.

동구 밖 새마을 다리를 건너자 자전거는 좁은 들판 길로 접어들었다.

“얘, 좀 천천히 가.”

강혜원은 겁이 나서 이미옥의 살찐 엉덩이를 꼬집으며 말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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