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제1탄-‘6공 황태자’ 박철언·현경자 친인척 직격토로

‘6공 황태자’로 불리는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장관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질 전망이다. 박 전 장관과 매우 가까운 친인척 H씨는 본지에 처가 쪽 명의로 된 600페이지 넘는 계좌 자료를 제시하며 박 전 장관의 비자금과 별도로 부인 현경자씨가 관리해온 200억원대 비자금을 폭로했다. 또 H씨는 최근 박 전 장관이 ‘178억을 횡령했다’고 고발한 모 대학 무용과 강모 여교수의 돈 역시 박 전 장관의 비자금의 일부라며 박 전 장관을 몰아세웠다. 하지만 박 전 장관 측에서는 ‘비자금 조성 의혹’을 일축하며 “현경자 전 의원의 돈 역시 연구소 기금”이라고 반박했다.
“박철언 현경자 비자금 국고 환수해야”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연도별로 이름과 금액, 금융기관명, 적립날짜와 만기날짜 순서대로 총 17장으로 장부는 이뤄져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는 상당수 인사들이 등장해 최소 1억에서 몇억씩 통장에 적혀 있다. 하지만 2002년부터 2003년, 2004년, 2005년으로 넘어가면서 만기된 통장들이 없어져 2006년도에는 10개의 통장에 35억원 정도가 차명으로 관리된 것으로 적혀 있다.
이에 H씨는 “박 전 장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중복되는 것을 제외하고 최소한 300억원대 비자금을 충분히 될 것”이라며 “무용과 교수 강모씨의 178억 역시 박 전 장관이 관리해온 비자금중 일부”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부인인 현 전 의원 역시 박 전 장관과는 별도로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며 전달한 600페이지 넘는 통장 사본에는 박 전 장관만큼이나 많은 인사들과 금융기관이 등장했다. 그는 “남편이 검사 출신이자 6공 황태자로 불리는 시절에 부인 역시 기업체나 검찰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했다.
H씨가 건네 자료를 보면 통장 사본에 처가 쪽 사람으로 처남, 처제 등 친인척과 지인 명의로 투신사, 은행, 증권사 등에 예금, 신탁, 주식 등으로 치밀하게 관리해왔음을 알 수 있다. 금액 역시 몇천만원부터 몇억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그는 “현 전 의원은 처갓집 식구들 명의로 80억원돈을 정기 예금하였고 부모님, 형제 그밖에 개인적으로 아는 지인 명의로 250억원의 돈을 차명으로 관리해왔다”며 “이 비자금은 박 전 의원과 완전히 다른 현 전 의원의 별도 비자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가정주부인 여자가 1990년대에 몇 백억의 돈을 차명계좌로 돈을 관리하였는데 과연 이돈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밝혀져야 한다”며 “전부 국고 환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전 장관과 부인 현 전 의원의 명부에는 홍모씨라는 공통의 인물이 등장해 박 전 장관과 현 전 의원의 자금을 공통으로 관리해온 인사가 눈에 띄었다.
홍모씨는 모 투자 신탁을 통해 1999년도와 2000년도에 만기일이 다수인 신탁 20억원 상당의 돈을 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장관의 비자금 장부에서도 홍모씨는 2000년도에 1억원 상당의 돈을 적금형식으로 갖고 있었다. H씨의 주장과는 달리 부부가 박 전 장관의 비자금을 공통으로 관리한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한편 박 전 장관은 기자회견장이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금 조성 경위에 대해 “선친에게서 받은 유산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번 돈, 아무런 조건 없이 받은 협찬금”이라며 주장해왔다.
그러나 H씨는 강 전 장관과 현 전 의원의 비자금 출처가 노태우 통치자금의 일부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박 전 장관의 발언은 새빨간 거짓말이다”며 “내가 알기로 부모님 유산은 거의 없었고 친인척, 지인들의 도움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철저하게 박 전 의원의 권력을 이용해 부를 축적한 비자금일 뿐”이라고 밝혔다.
노태우 통치자금설 제기
그는 그 한 예로 1992년 자신의 국회의원 보좌관이었던 김모씨의 ‘100억 횡령사건’을 들었다. 당시 김모씨가 100억 횡령사건이 터졌을 때 박 전 정관은 고소를 못했다는 점이 검은 돈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그는 “노태우 통치 자금의 일부라는 얘기가 있다”며 “6공화국 시절 노태우 전 대통령 중간 평가 실시 여부를 두고 당시 야당 총재였던 DJ와 협상 끝에 유보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 댓가로 노 전 대통령의 통치자금 400억원을 박 전 의원을 통해 DJ에게 전달되었는데 그중 일부는 DJ에게 전달되고 나머지는 박 전 장관이 착복했다는 말을 박 전 의원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비서관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그는 경북고 동기인 서모 은행 지점장을 박 전 장관이 고발한 사건을 들며 비자금을 관리해온 사람이 많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박 전 장관측은 서모씨에게 차명으로 돈을 관리해온 돌려달라는 요구했다. 서모씨는 박 전 장관과 경북고 동기다. 이런 친분으로 서씨는 박 전 장관으로부터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돈을 차명으로 관리해 온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둘의 사이가 법적 소송으로 흐른 것은 자금을 돌려줘야 할 서씨가 이를 거절한 것이다. 이에 박 전 장관측은 서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서씨는 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직전 2억9천만원을 돌려줬다. 하지만 나머지 7천만원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박철언 측
“비자금은 부풀려진 것”
박 전 장관을 둘러싼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박 전 장관과 통일복지재단측은 언짢은 모습이 역력했다.
박 전 장관과 부인 한 전 의원은 본지의 수차례 통화 시도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또한 무용과 강교수는 어렵게 통화가 이뤄졌지만 ‘강교수가 아니다’며 휴대폰을 서둘러 끊었다. 강 교수의 휴대폰 번호로 통화했던 인사가 본지에 전해준 번호였기에 언론을 고의적으로 회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78억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강 교수는 박 전 장관의 고발로 형사 사건이 진행중이다. 지난달에는 현경자 측에서 진행한 사문서 위조 등 형사 소송 1심 판결에서 강 교수는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한편 박 전 장관이 설립한 복지재단 측에서는 박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관련 ‘사실 무근’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단 관계자 김 모 국장은 박 전 장관의 300억 비자금 관리 주장과 관련 “비자금이 아니고 재단 기금이다”며 “그리고 300억은 말도 안 된다. 1년 만기 예금, 2년 만기 예금 등이 섞여 있어 제보자가 중복된 돈을 부풀려 계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300억원 비자금이 아닌 기금이 30~40억원에 불과하다는 반박이다.
또 부인 현 전 의원의 비자금 관리 의혹에 대해 김 국장은 “부인이 직접 차명으로 관리해 온 비자금은 없다”며 “부인이나 처남 동생 등이 재단에서 빌려가서 본인과 지인명으로 계좌를 만든 것 일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한 마디로 비자금이 아닌 연구소 기금을 박 전 장관을 비롯해 부인과 친인척, 지인명의로 관리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 전 의원의 재단 자금이 친인척끼리 다툼과 불화로 이어져 재단 측에서는 2000년도까지 90%이상 회수했다”며 “돌려받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그 액수는 미비하다”고 전했다.
강 교수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의혹을 사고 있는 서모 지점장관련해서 답변도 유사했다.
박철언 처남
“강 교수는 꽃뱀이었다”
서모씨가 관리해온 3억 6천만원 역시 재단의 기금이며 서씨가 박 전 장관과 경북고 동기라는 점을 내세워 먼저 접근해 왔다는 얘기다. 은행 지점장인 서씨가 ‘자기 친인척 명의로 돈을 관리를 할 테니 걱정말라’고 했는 데 막상 동기를 배신한 꼴“이라고 분개했다. 또한 재단 기금을 왜 차명으로 관리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 부분은 박 전 장관이 해명을 했다시피 YS 시절 93년도에 금융실명제가 도입돼 94년도 발효될 당시 박 전 장관이 감옥에 있어 정리를 하지 못한 부분”이라며 “차명관리를 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 전 의원의 막내 동생인 현모씨는 본지가 취재가 들어가자 ‘부끄럽고 답답하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친인척 중에 한명이 매형인 박 전 장관과 누님인 현 전 의원을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가 폭로했는지 잘 아는데 그 사람이 비자금 액수를 부풀리고 있다”며 “나도 차명으로 된 통장 사본을 봤는데 실제적으로 누님이 보유한 돈은 20억원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그는 “매형은 얼굴은 차갑지만 가슴이 따뜻한 분이고 누님 역시 마찬가지다”며 “그래서 정계를 은퇴하고 복지재단을 통해 사회에 기여를 하려는 데 남도 아닌 친인척이 발목을 잡는다는 게 부끄럽다”고 한탄했다.
나아가 본지에 제보한 친인척 인사 관련 그는 “사업도 안 되고 돈이 없어 누나와 매형에게 돈을 요구해왔다”며 ‘부도덕한 인간’이라고 몰아세웠다.
현씨는 “매형과 누님이 (제보자에게)돈을 안준 것도 아니었다”며 “그런데 지난 3월 여교수 강모씨가 178억을 횡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씨의 설명에 따르면 (제보자는) ‘생판 모르는 여교수가 200억원 가까이 관리를 했는데 자기에게 고작 8억원을 못주냐’며 앙심을 품었다는 것이다. 이에 언론사에 관련 자료를 부풀리고 음행성 소문을 퍼트리고 다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씨는 음대 여교수 강모씨에 대해서 쓴 소리를 내뱉었다. “고전 무용을 전공한다고 했지만 교수가 아닌 꽃뱀이었다”며 “매형이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접근해 사기를 쳤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또 매형과 여교수와 관계를 묻는 질문에 현씨는 “남녀관계는 아무도 모른다”며 “무용과 교수가 당시 모 탤렌트와 염문을 뿌렸다는 소리는 들었다”며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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