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만 병장이 그녀의 귓불을 깨물며 나직이 물었다. 콩까이가 의자에서 일어나 정재만 병장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후끈한 열기와 음악 소리가 귀청을 때리는 홀을 지나 포탄 박스로 엉성하게 지은 밀실의 방문 앞에 아가씨가 섰다.
공팔이 아가씨의 하얀 젖가슴을 더듬으며 홀 안으로 사라졌다. 몸집이 작고 허리가 가냘픈 아가씨가 정재만 병장의 무릎 위에 앉았다. 그녀는 정재만 병장의 무릎 위에 앉아 엉덩이를 흔들며 트위스트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어디서 왔니?”
“후예.”
“멀리서 왔는데, 붐붐 오케이?”
정재만 병장이 그녀의 귓불을 깨물며 나직이 물었다. 콩까이가 의자에서 일어나 정재만 병장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후끈한 열기와 음악 소리가 귀청을 때리는 홀을 지나 포탄 박스로 엉성하게 지은 밀실의 방문 앞에 콩까이가 섰다. 콩까이가 출입문을 열었다.
“뭐야? 저리가.”
해녀기둥서방이 삐걱거리는 침대 위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소리를 질렀다. 순간 콩까이는 자지러지듯 신음 소리를 내질렀다. 아가씨는 고양이처럼 남자의 등허리를 손톱으로 할퀴며 야릇한 비명을 쉴 새 없이 내지르고 있었다.
빈방을 찾아 정재만 병장과 아가씨가 들어갔다. 정재만 병장이 상의를 벗고 삐걱거리는 간이 목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그는 군복 상의 호주머니 속에서 5달러짜리 군표를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건네주었다.
콩까이는 군표를 반으로 접어 무심코 허리춤에 넣으려 했으나 벌거벗은 그녀의 손은 허공을 더듬었다. 콩까이는 정재만 병장을 힐끗 쳐다보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지폐를 어디에 보관할까, 망설이는 눈치였다.
한동안 주저하던 그녀는 빨간 삼각팬티의 허리춤에 지폐를 끼워 넣었다. 그녀는 팬티를 벗자 조금 전에 허리춤에 끼워둔 군표가 때그르 굴러 바닥에 떨어졌다.
콩까이는 풍만한 엉덩이를 치켜들고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군표를 집어 들었다. 박꽃 같은 하얀 엉덩이, 시커먼 체모, 그리고 육감적인 몸짓과 요상한 그곳이 한 눈에 들어왔다.
침대 위에 앉아 있던 정재만 병장이 미소를 지으며 콩까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군표를 내밀었다. 정재만 병장은 돈을 받아 반으로 접은 뒤, 다시 정글복 상의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라면 먹을래?”
콩까이가 미소를 지으며 정재만 병장에게 물었다. 한 손으로 분홍빛 젖가슴과 다른 손으로 육감적인 아랫도리를 가리면서.
정재만 병장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에 입술을 가져갔다. 콩까이가 침대 위에 발랑 누웠다. 두 사람은 야릇한 신음 소리를 토하며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남자의 두터운 혀끝이 계집의 입술을 애무하자 콩까이는 신음 소리를 토했다. 그리고 끈적끈적한 해파리 같은 다리로 정재만 병장의 아랫도리를 휘감고 늘어졌다.
닷지차의 엔진 소리가 고양이의 숨결처럼 부드럽게 가르랑거렸다. 세 사람은 피로와 포만감에 젖어 있었다.
닷지차는 텅 빈 도로를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
“망할 년! 그런 색골은 처음이야.”
해녀기둥서방이 졸음을 쫓으며 공팔에게 말했다.
“지난번에도 넌 그 애와 잤지? 또 그 요상한 낙타 눈깔을 썼지? 미친놈!”
“에헤헤…”
“너, 그러다가 그 앨 죽일 거야.”
“끝나고 보니 낙타눈깔이 없어졌어.”
“그럼 숲 속을 수색해야지. 낙타 눈깔 값이 얼만지 아니? 요즘은 하도 찾는 놈이 많아 가격이 올랐어.
공팔이 군복 상의 호주머니를 뒤집었다. 그리고 작은 약병을 손에 꺼내 들었다.
“정 병장, 이거 받아.”
“뭐야, 이건?”
“테라마이신.”
겨우 요거야?
정재만이 기가 막힌 얼굴로 공팔을 쳐다보았다. 공팔처럼 돈에 집착하는 놈은 처음이었다. 대다수의 병사들은 월남에서 무사히 귀국 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을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공팔은 생각이 달랐다. 그는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월남에 온 것 같았다. 오늘 일만해도 그랬다.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교전 지역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대다수의 병사들은 봉급날 단 한번 고국에 달러를 송금했다. 그러나 공팔은 이렇게 모은 돈을 수시로 고국에 보냈다. 그것도 정상적인 루트가 아닌 환치기 수법으로 송금을 했다.
그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달라가 필요한 병사들을 은밀히 물색을 했다. 그들은 대다수가 인근 부대의 병사들이었다. 그는 현지에서 달러를 그들에게 건너 주었다. 달러를 받은 병사들은 P. X나 월남 현지에서 외제 전기제품을 구입한 다음 서울에서 공팔이 지정하는 사람에게 한국 화폐로 지불을 했다. 그것이 바로 공팔이 쓰는 환치기 수법이 이었다.
공팔은 귀국하는 장병들의 박스를 사기도 했다. 귀국하는 병사들은 일정한 규격의 개인 사물함을 가지고 귀국할 수가 있었다. 포탄 상자를 해체하여 만든 귀국 박스에는 병사들이 월남 현지에서 사용하던 생활 용품과 씨레이션, 의약품, 라디오, 커피포트 등 돈이 될 만한 물건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최전선에서 박박 긴 병사들은 합법적으로 배정된 귀국 박스를 채울 물건들이 없었다. 그때는 자기에게 배정된 귀국 박스를 다른 병사에게 돈을 받고 팔았다. 그것은 아주 은밀하게 거래가 되었다. 공팔은 수시로 귀국박스를 사서 고국으로 보냈다.
언젠가 한 번 공팔의 신상명세서를 본 일이 있었다. 그는 고아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 그가 악착같이 돈을 모아 송금하는 곳은 어디 일까가 궁금했다.
그가 송금하는 주소는 흑석동에 있는 중앙대학교 부근이었다. 병사들은 공팔이 누구에게 돈을 송금하는지 몹시 궁금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공팔은 한 번도 자기 신상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 행정계 박 상병은 수신자가 정동희라는 여자였는데 그 주소가 고아원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다음호에 계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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