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청정회 2010년 지방선거 ‘시동’
친노 청정회 2010년 지방선거 ‘시동’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8-09-02 10:38
  • 승인 2008.09.02 10:38
  • 1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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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진영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친목 모임을 떠나 정치 세력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6개월을 맞이해 정중동에서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단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인사 60여명이 ‘청정회’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기존의 청우회(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모임)나 참정회(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과 장관 모임)와는 달리 현실 정치를 참여하겠다는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비견된다. 당장은 2년 후 지방선거를 겨냥한 모습이다.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을 넘보는 양상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친노 진영의 정치적 실험이 향후 어떤 파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노 진영의 본격적인 활동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당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보는 전직 대통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봉하마을 찾은 관광객들과 하루에 3번씩 직접 대화를 나눴다. 퇴임 6개월을 맞이해 찾은 방문객수가 60만명이다. 한 달에 10만명이 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은 셈이다.

또 노 전 대통령은 네티즌과 소통을 위한 웹사이트 ‘민주주의 2.0’을 개발했다. 건전한 토론문화 정착을 위한 것이라지만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노사모 회원들과 소통 창구인 셈이다.


청정회 결사체 미정연 ‘싱크탱크’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정치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 최철국(김해) 의원의 요청으로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 경남도당 전진대회를 봉하마을 사저에서 지난달 30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특강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현안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의 활발한 활동과 함께 친노 진영의 움직임 역시 보조를 맞추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모임이 바로 청정회다.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승용 전 홍보수석과 송인배 전 사회조정비서관 등이 주축이 돼 회원만 60여명에 달한다. 회장은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맡아 안희정 최고위원과 이광재, 서갑원, 백원우 의원 등 친노 의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매년 4차례 정례 모임을 갖기로 한 청정회는 ‘정치를 하겠다’는 입장으로 기존의 친노 모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미 친노 순수 친목 모임으로 청우회와 참정회가 있다. 회원수가 200여명의 청우회는 2007년 연말에 한번 모임을 가졌을 뿐이고 참정회는 참여정부 고위관료 위주로 모임이지만 지지부진했다. 새 정부 출범이후에는 모임 자체를 갖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청정회는 단순 친목모임을 넘어 정치적 목표가 확실해 선거가 다가올수록 회원수는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친노 진영에서는 궁극적으로 청우회나 참정회 모임 역시 청우회에 흡수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는 배경이다.

정치인 중심의 친목 모임뿐 아니라 비정치적 성격의 친노 외곽 모임 역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성경률,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성환 전 정책조정비서관 등이 만든 ‘미래정책연구원’이 9월 공식 발족할 예정이다. 참여정부의 정책 개발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연구모임 성격이 강하지만 실상 친노 모임의 ‘싱크 탱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봉하마을 기념사업을 위한 재단 설립’을 추진중이고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주)봉하를 설립해 경제적으로 측면 지원을 보내고 있다.

친노 모임의 1차적 목표는 내후년 있을 지방선거다. 이명박 정부의 중간 심판 성격으로 치러질 공산이 높은 선거에 이명박 대 노무현 대결 구도를 통해 압승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중앙권력을 잡아본 친노 진영은 지방권력을 통해 풀뿌리 민주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복안이다.


천호선 2010년 서울시장 출마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노 진영의 인사들이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 선거에 대거 출사표를 던질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과 임기 말까지 함께한 천호선 전 대변인의 경우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호남형에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천 전 대변인은 송파에 거점을 마련하고 물밑에서 조용히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충남 논산에서 이인제 의원과 대결을 벌인 안희정 최고위원 역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내후년 지방선거의 정치적 환경 또한 친노 진영에 게 불리할 게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몰락하고 호남당으로 전락했다는 점은 친노 진영입장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영호남 통합이라는 명분하에 PK에 거점을 둔 친노 진영과 지역적으로 지지기반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이 공룡 여당을 상대하기에 벅찬데다 여전히 국민들이 대안정당으로서 민주당을 보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나름대로 기회로 삼고 있다. 한 민주당 인사는 “김민석, 안희정, 박지원 등의 얼굴로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희망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오만한 발상”이라며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친노 진영의 정치 진출에 반대의 목소리 역시 높은 형편이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를 탄생하는 데 일조한 친노 세력이 정치 진출을 꾀하는 것은 여전히 책임감을 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안희정, 이광재, 천호선 전 핵심 측근들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인기가 높아진다고 해서 지지도가 높다는 것은 환상”이라며 “오히려 민주당이 대안정당으로 설 수 있도록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방선거전에 친노 신당이 만들어져 선거에 뛰어들 경우 재차 진보 진영의 분열을 가져와 한나라당이 어부지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역풍을 우려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친노 세력은 이명박 정부의 신공안정국 조성을 비판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참여정부가 가져온 민주주의 성과를 강조해 민주당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보완재 역할론 제기

친노 진영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민주당 다수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민주당내 친노 인사들은 민주당과 친노 진영이 각각 세력을 키워 향후 지방선거나 대선에서 연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참여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아울러 이명박 정부에 대한 안티MB 정서의 수혜자가 노 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친노 진영을 들썩거리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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