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폭음이 울리며 흑인 병사의 몸뚱이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닷지차 옆에 박격포 탄이 떨어진 것이었다. 닷지차의 운전석 안으로 흑인 병사의 누런 골수가 함박눈처럼 쏟아졌다.
위잉.
해녀기둥서방이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닷지차는 덜커덩하고 가교 위를 올라 질풍처럼 내달렸다.
꽝꽝꽝.
목조 가교 아래로 박격포 탄이 우박처럼 떨어졌다. 미군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졌다. 탱크가 포신을 돌려 응사를 시작했다. 자욱한 연기와 포
성, 그리고 비명 속에서 닷지차는 쏜살같이 내달렸다.
그때 미군들이 M16 소총으로 응사를 하며 도망치고 있었다. 부상당한 미군들이 피를 흘리며 진지를 탈출하여 정글 속으로 내빼고 있었다.
닷지차가 포연을 헤치고 미군들의 진지로 들어갔다. 그곳은 미군들의 군수품 보급창 이었다. 미군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씨레이션, 모포, 연료 드럼통, 정글화 등을 화염 방사기로 소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진지를 버리고 퇴각하기 전에 군수품을 적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소각하고 있었다. 백인
상사가 군수품의 소각을 지휘하고 있었다. 공팔이 닷지차에서 뛰어내려 상사에게 달려갔다.
“헤이 싸젼. 우린 인근 지역에서 작전 중인 부대다. 보급품이 부족해서 고생한다. 이것 좀 주라.”
상사는 어깨를 으쓱하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공팔이 상사에게 사정을 하며 매달렸다.
“좋다, 싣고 가라. 어차피 폐기할 물건인데 마음대로 싣고 가라.”
상사가 승낙을 하자 공팔, 해녀기둥서방 그리고 정재만 병장은 산더미처럼 쌓인 군수품을 닷지차에 싣기 시작했다. 정글화, 의약품, 모포, 씨레이션 등을 손에 잡히는 대로 닷지차에 실었다. 닷지차에 군수품이 가득 실리자 해녀기둥서방은 시동을 걸고 핸들을 돌렸다.
“굿럭. 행운을 빈다. 잘해 봐라.”
공팔이 상사에게 인사를 건넸다. 해녀기둥서방이 재빨리 닷지차를 몰고 보급소를 급히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보급소의 외곽 초소에서 이미 교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꽝 하는 폭음과 함께 산더미처럼 쌓인 연료 드럼통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시커먼 불길에 휩싸인 휘발유 드럼통들이 폭죽처럼 터지며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마치 축제날의 거대한 불꽃놀이와 같았다. 드럼통의 파편들이 닷지차 위에 소낙비처럼 떨어졌다.
보급소의 외곽 진지에서 시커먼 불길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미군 병사들이 메뚜기처럼 도망치고 있었다.
닷지차가 보급소의 정문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정문 벙커의 병사들이 허둥지둥 도망치고 있었다. 해녀기둥서방이
미친놈처럼 낄낄거리며 수류탄을 까서 길가의 숲 속으로 던졌다.
정재만 병장이 겁에 질려 M16 소총으로 정글을 향해 위협사격을 했다. 이건 완전히 미친놈들이 하는 짓이었다.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애당초 오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돈을 벌자고 하나뿐인 목숨을 걸어? 미친 새끼들!
조금 전 박격포의 기습으로 파손된 목재 가교에 도착했다. 이미 미군들의 검문소는 철수하고 없었다.
민간인들이 미친 듯이 가교를 건너가고 있었다. 그들은 두려움에 눈이 뒤집혀 있었다.
벌거벗은 몸뚱이에 닭 한 마리만 달랑 안고 도망치는 노파, 어린애를 가슴에 꼭 껴안고 어쩔 줄을 모르며 발만 동동 구르는 어머니, 가족들은 모두 팽개치고 혼자서만 살려고 도망치는 남편. 수많은 민간인들이 좁은 도로를 가득 메우며 도망치고 있었다.
“큰일 났어, 저것들이 길을 막잖아. 갈겨 버려!”
해녀기둥서방이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공팔이 벌떡 일어서며 소총으로 위협사격을 시작했다. 민간인들이 개미처럼 흩어지며 길을 열었다.
“어메, 저 이뿐 것들! 완전히 발가벗었잖아. 에헤헤,…”
해녀기둥서방이 겁에 질려 도망치는 아가씨를 보며 이죽거렸다. 공팔은 무엇이 그렇게도 즐거운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닷지차가 대로에 들어서자 퇴각하는 미군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들은 눈이 뒤집혀 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향해 닥치는 대로 총을 갈기고 있었다.
해녀기둥서방
전쟁 앞에서는 유능한 병사도, 무능한 병사도 없다.
단지 그들 앞에는 죽음만이 있을 뿐.
닷지차가 앙케 시가지로 접어들자 해녀기둥서방은 투바라는 술집 앞에 차를 세웠다. 해녀기둥서방이 차에서 내리자 민병대원 한 사람이 나타나서 술집 옆의 창고로 닷지차를 몰고 갔다.
해녀기둥서방과 정재만 병장이 술집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귀청을 때리는 강렬한 트위스트 리듬 속에 한 패거리의 흑인 병사들이 부끄러운 곳만 가린 아가씨들과 어울려 야하게 몸을 비비며 춤을 추고 있었다.
점멸하는 조명 속에서 4인조 캄보 밴드가 신나게 상하이 트위스트를 연주하자 구석 자리에 앉아 있던 거구의 흑인 병사가 키가 작은 아가씨를 달랑 들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흑인 병사의 우악스러운 손바닥이 아가씨의 작고 하얀 젖가슴을 움켜쥐자 그녀는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렀다.
두 사람이 구석 자리 테이블에 앉자 공팔이 나타났다. 그의 뒤에는 흰 아오자이를 입은 세 명의 아가씨가 따라 들어왔다.
“야, 너 몇 살이냐?”
해녀기둥서방이 아직도 앳된 아가씨를 껴안으며 말했다. 그는 콩까이의 아오자이 속에 손을 집어넣다 말고 키득키득 웃었다.
“애는 아주 벗었잖아. 아오자이 속에 아무 것도 안 입었어.”
<다음호에 계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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