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도하면 뒷감당해야 할 것”

<일요서울>은 지난호(748호)를 통해 서울지방경찰청 ○○과에서 해외 도박장 개설 및 거액의 외화밀반출 사건을 축소·은폐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추가 확인을 위해 서울청 외사과에 근무하는 A경관을 직접 만나봤다. 그리고 문제의 Z카지노 운영관련 서류를 확보해 실질적인 카지노 운영자금에 대해서도 추적했다. 또 현재 같은 사건을 수사 중인 수서경찰서를 통해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 K씨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에서 참고인조사를 받은 K씨는 경찰 뇌물의혹과 더불어 카지노 운영자금 실체에 관해서도 깊숙이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구체적인 진술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필리핀의 W호텔에 개설된 Z카지노는 호텔의 룸을 3~5개 정도 임대해 이를 카지노로 개조한 것이다. 호텔 측과의 계약은 일반 룸 장기임대 형식을 취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정확한 계약형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Z카지노를 운영하는 법인은 필리핀 현지인을 내세운 현지법인이다. 법인 등록 확인서를 입수해 내용을 살펴보니 이 P법인은 사업목적에 리조트, 호텔, 콘도미니엄, 레스토랑, 오락 게임 센터(amusement and gaming centers) 등을 등록했다.
이 법인은 2003년 경 설립됐고 카지노는 2006년 초에 개장했다. Y사장은 법인 설립부터 주주로 참여한 것으로 돼 있다.
Y사장은 카지노 사장인 B씨와 동업자 관계였지만 사실상 법인 설립과 카지노 운영의 모든 자금을 Y사장이 조달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운영자는 Y사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이 설립되던 2003년부터 카지노가 개장한 2006년까지 Y사장의 자금이 어떤 경로로 총 얼마가 들어갔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류상 완벽한 불법카지노 영업
일부 확인된 바에 따르면 Y사장은 2005년 7월에 미화 1500만 달러를 반출해갔다. 이렇게 반출된 외화는 카지노 허가와 게임장비, 운영장소, 운영인원 등을 갖추는 데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Y사장을 조사한 경찰이 그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서류상으로 위법적인 요소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 위법성을 ‘찾기 힘든 것’이지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P법인이 설립되던 2003년 주주로서 지분을 확보한 Y사장은 2005년 1500만 달러를 반출했다. 외환관리법에 따르면 해외직접투자신고에 의해 반출한 외화는 해외법인 지분 10% 이상을 사는데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는 지분 매입 명목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이렇게 투자된 금액은 법인이 법인명의의 사업자금으로 사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주주로서 회사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반출외화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반출된 사업자의 돈이 법인의 지분확보를 위해 쓰이지 않고 특정사업자금으로 쓰일 경우 외환관리법에 저촉된다. 뿐만 아니라 신고서에 기재한 반출외환 사용용도가 틀려도 안 된다.
신고서에 지재한 것과 다른 용도로 자금이 쓰였을 경우엔 이에 대한 내용과 증거서류를 정해진 기간 내 추가로 신고하도록 돼 있다.
Y사장은 신고서의 투자업종란에 ‘호텔업’이라고 기재했다. 주요 제품란엔 ‘호텔’이라고 돼 있다. 어디에도 ‘카지노’ 또는 ‘오락실’이라는 말은 없다. Y사장이 투자금 사용용도 변경에 대해 신고했는지 확인했다. 그런 신고는 접수된 바 없었다.
Y사장이 빠져나갈 구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락실은 P법인 사업종목에 등록돼 있고 신고서에 호텔이라고 기재한 것도 호텔 룸을 임대하는데 사용했다고 둘러댈 수 있다. 또 이외에 다른 부대사업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일요서울〉이 확인한 결과 P법인은 카지노 외 일체 다른 사업을 벌인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P법인에 들어온 Y사장의 돈은 90%이상이 카지노 운영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돈만 있다면 모든 문서의 변위조가 가능한 나라가 필리핀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사업관련 증명 서류 꾸며내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이는 신정아 학력위조 파문이 일 당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경찰은 어떻게 수사를 했을까.
Y사장을 수사한 A경관과 지난달 28일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수사와 관련,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A경관은 “나는 한 점 부끄럼 없다. 결백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A경관은 당시 수사과정에서 Y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A경관은 2006년 Y사장의 B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지휘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경찰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A경관은 “그 사건은 필리핀 대사관에서 첩보를 넘긴 것을 우리가 받아 수사한 것이다”며 “Y사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가 검토한 서류만 해도 수백장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서류를 검토해본 결과 외화반출에 대한 절차상의 문제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또 Y사장이 필리핀의 불법카지노 운영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A경관은 강조했다.
책상에서 끝낸 경찰수사
하지만 A경관은 반출된 Y사장의 외화가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는가라는 질문 “당시 그것까지 확인할 생각은 못했다”며 횡설수설했다. 서류상으로 외화반출이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므로 반출이후 어떻게 쓰였는지는 확인할 필요를 못 느꼈다는 것이다.
또 A경관은 취재가 진행될수록 이상한 태도를 보였다.
A경관은 “이 기사 추가로 또 나가는 것이냐. 이 기사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곤란해졌는지 알고 있나”고 따져 물으며 “추가 기사 나가면 나중에 뒷감당을 해야 할 것이니 그렇게 알아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보도를 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나 다름 없다. A경관의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은 이 뿐 아니었다. 수사 과정에 대한 해명 요청에 설명하는 듯 했으나 어딘가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고는 “더 이상 할 말 없으니 기사 알아서 써라.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뒷감당은 알아서 해라”고 또 다시 으름장을 놓았다.
다음주에 3탄 기사가 이어집니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