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이탈리아의 탐욕자들
1600년, 그녀의 남편 페렌츠 나다스디 백작이 죽었다. 그녀는 남편이 죽자 많은 남자들을 자신의 성으로 끌어들여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더욱 많은 처녀들을 살해하여 그 피로 목욕을 했다. 그녀의 잔혹한 성품을 말해주는 것 중에 배나무 사건이 있었다. 그녀의 영지에 사는 농부의 딸 하나가 배가 고픈 나머지 배를 하나 훔쳐 먹는 사건이 발생했다. 에르체베트 바토리에게 아첨을 하는 하인들이 이 소녀를 밀고했다.에르체베트 바토리는 소녀를 잡아다가 고문하기로 했다. 그러나 소녀는 고문을 하기도 전에 배를 따먹은 일을 자백하고 말았다. 에르체베트 바토리는 소녀를 용서하기가 싫었다. 그러나 많은 농부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관대한 처분을 내린다면서 배나무에 하루 동안 묶어
놓도록 했다. 그 대신 그녀는 하녀에게 시켜 이 소녀의 전신에 꿀을 발라놓도록 했다.
꿀 냄새를 맡은 벌들이 사방에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소녀는 처절한 비명을 질렀으나 소용이 없었다. 수천, 수만 마리의 벌들에게 쏘인 소녀는 온몸이 퉁퉁 부어서 죽었다. 그래도 벌들은 그치지 않고 날아와 그녀의 몸에 달라붙은 꿀을 먹으려고 아우성이었다. 그녀가 죽자 이번에는 개미와 구더기가 달려들어 그녀의 시체를 파먹었다.
농부들은 에르체베트 바토리의 잔인한 처서에 진저리를 쳤다. 그러나 그녀는 헝가리의 왕녀였다. 권력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농부들은 감히 불평을 말할 수도 없었다.
에르체베트 바토리는 ‘철의 처녀’라는 기구를 도안했다. 이 기구는 인형 모양 생긴 것으로 여자를 그 안에 넣고 기구를 작동하면 인형이 껴안아서 죽이는 기구였다. 기구의 안쪽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설치되어 있어서 인형에 껴안긴 여자는 점점 옥죄어 오는 인형의 몸 안에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치다가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이다. 에르체베트 바토리는 처녀들이 인형에 안겨서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꼈다. 그녀들이 흘린 피는 커다란 욕조에 떨어지게 장치되어 있었다. 그녀가 목욕을 하기 위한 욕조였다.
에르체베트 바토리의 영지에서 살고 있던 수많은 처녀들이 이 성으로 유인되어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한 살인 기구에도 곧 싫증을 느꼈다.
에르체베트 바토리가 두 번째로 개발한 살인도구는 새장이었다. 처녀들을 체이테성으로 유인하여 새장에 가둔 뒤 도르래로 높이 끌어올려 허공에 매달았다. 그러면 그녀의 시녀들이 벽에 설치되어 있는 날카로운 칼날을 밀어 새장에 갇힌 처녀들을 찌르는 것이었다.
처녀들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죽어가고 그녀들의 붉은 피가 욕조 안으로 흘러내렸다.
에르체베트 바토리는 수년 동안 그러한 일을 반복했다.
체이테성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체이테성에 악녀들이 산다는 소문에서부터 흡혈귀가 산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사람들은 체이테성에 가까이 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체이테성에 흡혈귀가 산다고?”
교구의 한 사제도 이와 같은 소문을 들었다.
“수많은 농부의 딸들이 행방불명이 되었어요. 이 사건은 반드시 조사를 해야 돼요.”
수녀들이 말했다.
“흡혈귀는 존재하지 않소. 그런 것은 전설일 뿐이오.”
“농부들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수백 명이나 행방불명이나 되었는데 조사를 하지 않으면 우리 교구를 원망할 거예요. 어떻게 하든지 조사를 해야 돼요.”
사제는 수녀들의 건의를 받고 체이테성을 비밀리에 조사하다가 체이테성과 교회를 연결하는 지하 통로에 산처럼 쌓여 있는 관을 발견했다. 관 뚜껑을 열자 수많은 여자들의 시체가 들어 있었다.
“맙소사!”
사제는 시체에서 풍기는 악취 때문에 코를 싸쥐었다. 이미 해골밖에 남아 있지 않은 시체들도 있었으나 한결같이 젊은 여자들이 죽어 있
었다.
교구 사제는 에르체베트 바토리의 사촌 기오르기 투르소 백작에게 체이테성을 공격하라고 요청했다. 기오르기 투르소 백작이 기사들과 군인들을 이끌고 체이테성에 도착하자 피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새장에는 한 처녀가 허공에 매달려 죽어가고 있었고 바닥에는 이미 몇몇 처녀가 피를 흘리고 죽어 있었다. 에르체베트 바토리는 처녀들의 피를 마시고 목욕을 하려는 중이었다.
기오르기 투르소 백작은 사촌을 체포했다 1615년 마침내 세기의 악녀를 심판하는 재판이 헝가리에서 벌어졌다. 에르체베트 바토리는 왕실 가족이었기 때문에 사형은 면했으나 일생 동안 창문이 없는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에르체베트 바토리는 세기의 악녀라고 불린다. 그녀는 헝가리의 어린 소녀들 300명에서 8000명을 살해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300명 이상이라는 것만 확실할 뿐 정확한 숫자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흡혈귀에 대한 전설은 이 여백작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피는 최토성이 있어서 한 겁 이상을 마시게 되면 구토를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에르체베트 바토리가 처녀들의 피를 마셨다는 것은 과장된 기록일 수도 있다.
다만 그녀가 마법에 심취했다는 것을 보면 처녀들의 피로 목욕을 하면 젊어진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젊음에 대한 욕망이 빚어낸 세계적인 사건이다.
그 동안 연재돼 온 ‘세계 100대 살인사건’은 이번호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다음호 부터는 작가 김범선의 소설 ‘킬러벨리’가 연재 됩니다. 변함없는 성원 바랍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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