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 영업관리비 둘러싼 칼 부림
매춘 영업관리비 둘러싼 칼 부림
  •  기자
  • 입력 2008-02-19 13:19
  • 승인 2008.02.19 13:19
  • 호수 721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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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드림의 슬픈 죽음

알렉세이 신은 화가 났다. 관리자 없이 활동을 하는 여자들이 있다는 것은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었다. 그녀들을 잡아서 관리비를 뜯어내야 했다. 알렉세이 신은 타티아나에게 엘레나와 나탈리아의 거처를 물어서 찾아갔다. 엘레나와 나탈리아는 탐탁지 않은 눈빛으로 알렉세이 신을 맞았다.

“난 알렉세이 신이라는 사람이야. 이태원에서 일을 하려면 보호비를 내야 돼.”

알렉세이 신은 엘레나와 나탈리아에게 말했다.

“무슨 보호비?”

“무슨 보호비인지 몰라? 이것들이 장난을 하고 있는 줄 아나?”

알렉세이 신은 엘레나와 나탈리아를 마구 두들겨 팼다. 엘레나와 나탈리아는 알렉세이 신에게 엉금엉금 기어 다닐 정도로 얻어맞고 돈을 뜯겼다. 불법 체류자
였기 때문에 매를 맞고 돈을 뺏겼어도 신고를 할 수 없었다.

“이건 타티아나 때문에 생긴 거야.”

엘레나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그래 타티아나를 그냥 두어서는 안 돼.”

엘레나와 나탈리아는 분개했다. 엘레나와 나탈리아는 타티아나를 만나기만 하면 언쟁을 했다. 그리고 타티아나가 관리하는 구역에서 거침없이 장사를 했다.

그럴 때마다 타티아나는 그녀들에게 그녀가 관리하는 업소에 출입하지 말 것을 충고했다.

“무슨 소리야? 우리는 너보다 먼저 여기서 장사를 했어. 옮기려면 너나 옮겨!”

나탈리아는 그녀의 어깨를 떠밀며 소리를 질렀다.

“왜 이래?”

타티아나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네가 얼굴이 예쁘다고 이 바닥에서 성공한 모양인데 계속 우리한테 시비 걸면 낯짝을 면도칼로 그어버릴 거야.”

엘레나도 단호하게 외쳤다. 그녀들은 업소 때문에 점점 사이가 나빠졌다. 타티아나는 그날도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새벽 1시경이었다. 그때 엘레나와 나탈리아가 들어왔다. 러시아 여자들 다섯은 한 자리에 합석하여 술을 마셨다.

“너희들은 우리 구역에 출입하지 말라고 그랬지?”

타티아나가 엘레나와 나탈리아를 보고 말했다.

“무슨 소리야? 여기는 우리 구역이야.”

엘레나가 언성을 높였다.

“계속 우리 업소에서 영업을 하려면 관리비를 내던가.”

“괜한 소리 할 필요 없어. 너나 나나 몸 팔아서 돈 벌려고 온 주제에 무슨 관리비야?”

타티아나와 엘레나가 언성을 높여 싸우자 같이 술을 마시던 러시아 여자 둘은 슬그머니 나가버렸다.

“여기서 소리 지르지 말고 밖으로 나가. 밖에 나가서 한판 붙는 게 어때?”

“좋아.”

타티아나는 엘레나와 나탈리아를 따라 인근에 있는 나이트클럽 주차장으로 나갔다. 새벽 1시가 넘은 탓인지 주차장에는 인적이 전혀 없었다. 엘레나와 타티아나는 주차장에서 언성을 높여 싸웠다. 타티아나는 자신이 관리하는 구역에서 자꾸 영업을 하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그녀들에게 경고했다.

“좋지 않은 일? 또 그 자식을 불러서 우리를 때리게 할 거야?”

다혈질인 엘레나가 화를 벌컥 냈다.

“흥! 이번에는 맞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뭐? 우리가 언제까지나 당하고 있을 줄 알아? 한 번만 더 그 자식이 우리에게 손을 대면 그냥 있지 않을 거야.”

“그냥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널 죽여 버릴 수도 있어.”

“뭐야?”

타티아나가 나탈리아의 뺨을 후려쳤다. 나탈리아는 뺨에서 불이 일어나는 것같은 충격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이년이 누구 뺨을 쳐?”

다음 순간 나탈리아가 몸을 날려 타티아나의 목을 졸랐다. 나탈리아와 타티아나는 서로가 뒤엉켜 필사적으로 싸웠다. 엘레나는 옆에 있던 벽돌을 주워 타티아나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타티아나가 억 하는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그러나 타티아나는 곧 바로 일어나서 엘레나를 공격하려고 했다. 나탈리아는 면도칼을 꺼내 타티아나를 향해 휘둘렀다.

“악!”

타티아나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나탈리아의 면도칼이 타티아나의 얼굴에서 피무지개를 일으키고 있었다.

타티아나는 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피가 흘러내려 눈이 따가웠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고향의 가족들을 생각했다. 그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아들의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고 어머니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망막을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여기에서 죽으면 안 되는데… 내가 죽으면 우리 가족은
살아갈 수가 없어. 타티아나는 그 생각만을 했다. 하바로프스크에서 머나먼 서울까지 와서 몸을 팔아 잘 살아보려던 욕망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려는 순간이었다.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탈리아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성을 잃은 나탈리아는 면도칼을 닥치는대로 휘둘러 타티아나를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타티아나는 정신없이 휘둘러대는 나탈리아의 면도칼에 의해 숨이 끊어졌다.

“세상에!”

엘레나와 나탈리아는 한참 후에야 이성이 돌아왔다. 그녀들은 처참하게 죽은 타티아나의 시신을 보고 울음을 터트렸다. 주위가 온통 피로 흥건했고 그녀들의 손도 피투성이였다.

“어떻게 하지?”

엘레나가 피투성이 손을 살피며 울상을 지었다. 나탈리아의 얼굴도 눈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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