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창녀 인터걸’ 한국에 도착
‘국제 창녀 인터걸’ 한국에 도착
  •  기자
  • 입력 2008-02-01 16:01
  • 승인 2008.02.01 16:01
  • 호수 718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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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1 화탐욕의 독살마

“건장한 쿠크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심장마비는 누구나 올 수 있어요. 게다가 그날은 경마에 이겨서 흥분 상태에 있었어요.”

“윌리엄 파머와 같이 있었어. 그는 여러 가지 사건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야.”

쿠크의 장인은 그를 수상하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심장마비라고 생각했으나 4천 파운드의 돈을 윌리엄 파머가 청구했다는 말을 듣고 의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윌리엄 파머가 제출한 서류를 면밀하게 살핀 뒤에 위조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건 분명히 살인이야.’

그는 경찰에 시체의 해부를 요구했다. 경찰은 즉시 쿠크의 시체를 해부했다. 그러잖아도 윌리엄 파머를 수상하게 생각했던 경찰이었다. 경찰은 윌리엄 파머의 아내 앤과 형 월터의 시체도 해부했다. 앤의 시체에서 상당한 양의 안티몬 성분이 발견되었다. 안티몬 성분은 극약 성분이었다. 월터의 시체에서는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청산가리 성분은 시체에서 가스의 형태로 빠져나간다고 주장했다. 월터도 독살되었다고 본 것이다.

윌리엄 파머는 체포되었다. 그는 살인을 완강하게 부인했으나 모든 정황 증거들이 그가 살인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쿠크의 시체를 해부했을 때 윌리엄 파머는 사건 당사자이면서도 부검에 입회했다. 그는 교묘하게 부검하는 의사들을 따돌리고 쿠크의 위를 세척했다. 그러나 세척한 위에서도 미량의 안티몬이 검출되었다. 치사량에 이르지 못하는 양이었으나 극약 성분이었다. 경찰은 윌리엄 파머의 과거까지 모조리 조사하고 독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영국은 발칵 뒤집혔다. 희대의 독살마 윌리엄 파머가 독살한 사람들은 그의 장모, 아내, 네 아이, 형까지 합하여 10여명이 넘었다.

월리엄 파머는 가족들까지 독살한 비정한 인간이었다.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여자들을 농락하여 수많은 사생아를 낳았던 윌리엄 파머는 탐욕이 지나쳐 경마에 빠져들었고 경마에서 진 빚을 갚기 위해 연쇄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영국 법정은 윌리엄 파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윌리엄 파머는 1856년 6월14일 교수형에 처해져 독살마로서의 일생을 마쳤다.

<끝>



제 32 화코리안 드림의 슬픈 죽음

하바로프스크는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타티아나는 아들을 어머니에게 맡기면서 하바로프스크 중앙역 역사밖에 하얗게 쌓인 눈을 응시했다. 러시아에서는 언제나 볼 수 있는 눈이지만 코리아의 수도 서울로 가면 당분간 고향의 눈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타티아나는 가슴이 묵직해져 왔다. 그러나 코리아는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나라였다. 그곳에서 2, 3년만 고생을 하면 러시아에서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타티아나도 그 소문을 듣고 러시아 마피아와 손을 잡고 서울로 가려는 중이었다. 하바로프스크에서는 서울까지 직항 노선이 없어서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간 뒤에 서울로 가야 했다. 그녀는 서울로 가기 위해 하바로프스크 중앙역에서 가족들의 전송을 받고 있었다.

“모쪼록 건강에 조심해라.”

열차가 플랫트홈에 들어오자 어머니가 타티아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타티아나는 어린 아들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어머니의 볼에도 키스를 했다. 플랫폼에서 열차가 기적을 길게 울리고 있었다. 열차는 덜컹대며 눈에 덮인 벌판을 달리기 시작했다. 하바로프스크 중앙역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타티아나는 좌석에 등을 기대고 편하게 앉았다. 서울의 김포공항에서는 러시아 마피아인 알렉세이 신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몰랐으나 알렉세이 신이 기다리기로 했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서울에서는 인터걸을 해야 돼.”

알렉세이 신이 그녀에게 한 말이었다. 인터걸은 국제창녀를 말하는 것이다.

“서울 사람들은 러시아 여자들을 아주 좋아해. 특히 금발머리에 하얀 피부를 갖고 있는 여자들을 좋아하지.”

“그들은 사납지 않나요?”

인터걸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으나 타티아나는 근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사납지 않아.”

알렉세이 신이 웃으며 말했다. 타티아나는 눈을 감았다. 낯선 동양인들에게 몸을 팔아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펐으나 어쩔 수없는 선택이었다. 남편은 그
녀를 떠났고 친정아버지는 병으로 돈을 벌 수 없었다. 어떻게 하든지 돈을 벌어서 러시아로 돌아와야 했다. 낯선 외국에서 몸을 팔아 돈을 벌어 돌아오면 고향에서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러시아에서 매춘부 생활을 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매춘부 생활을 하는 것이 훨씬 수치스럽지 않았다.

타티아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한국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타티아나가 김포공항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의 일이었다. 공항에는 그녀와 약속한대로 러시아 마피아 알렉세이 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알렉세이 신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에 택시를 타고 이태원으로 갔다. 택시 기사는 낯선 러시아 여자를 보면서 힐끔거렸으나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이제는 여기서 돈을 벌어야 돼.’

타티아나는 비장한 결심을 하면서 창으로 흐르는 서울의 풍경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곳에서 2, 3년 동안 이를 악물고 고생을 한 뒤에 많은 돈을 벌어서 러시아로 돌아가리라. 그녀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을 했다.

이태원에는 뜻밖에 서양인들이 많았다. 알렉세이 신을 따라 택시에서 내린 타티아나는 약간 놀랐다.

“여기는 한국의 특구야. 외국인들이 많이 있는데 우리가 상대할 사람들은 한국인들이야.”

알렉세이 신이 타티아나에게 속삭였다. 타티아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 한국말 알아?”

알렉세이 신이 타티아나에게 물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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