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약 탄 술 마시게 해 독살
가루약 탄 술 마시게 해 독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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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1-25 10:50
  • 승인 2008.01.25 10:50
  • 호수 717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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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독살마

“당신의 형은 당신과 술을 마신 뒤에 사망했습니다. 형님은 아주 건강한 분이었습니다.”

보험회사 직원의 말이었다.

“형은 심장마비로 죽었습니다. 누가 칼로 찔러 죽이기라도 했다는 말입니까?”

“칼로 찌르지는 않았지요. 하지만 사람이 어디 칼로 찔러야만 죽습니까? 우리는 이 사건을 탐정에게 조사하도록 의뢰할 것입니다.”

보험회사 직원의 말에 윌리엄 파머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좋습니다. 얼마든지 조사해 보십시오.”

윌리엄 파머는 분개해서 외쳤다. 보험회사는 탐정을 고용했다. 그러나 그들은 윌리엄 파머에게서 아무런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도 보험금의 지불은 여전히 거절되었다. 윌리엄 파머가 경영하는 병원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그를 둘러싼 많은 살인사건들이 의혹을 받고 있었다. 그가 살인사건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불길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윌리엄 파머는 곤경에 처해졌다.

돈이 필요했으나 돈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 그는 친구인 조지 베이츠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지 베이츠는 윌리엄
파머와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죽었다. 윌리엄 파머는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우리는 보험금을 지불할 수 없습니다.”

보험회사는 이번에도 보험금 지불을 거절했다.

“대체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베이츠씨가 죽을 때 당신은 술에 가루약을 탔습니다. 우리의 탐정이 그와 같은 일을 목격했습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내가 살인이라도 했다는 것입니까?”

“탐정은 구두닦이 소년에게 당신을 미행시켰습니다. 그런데 구두닦이 소년이 당신이 가루약을 술잔에 타는 것을 보았답니다.”

윌리엄 파머는 가슴이 철렁했다.

“가루약이 독약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합니까?”

“그가 죽었으니까요.”

“가루약은 감기약입니다.”

“우리는 믿을 수 없습니다.”

보험회사의 고발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게 되었다. 윌리엄 파머는 구두닦이 소년이 잘못 본 것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윌리엄 파머
를 믿었다. 윌리엄 파머와 베이츠는 친구 사이였고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 윌리엄 파머는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 보험회사가 자신을 함정에 몰아넣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곤경에 처한 것은 경찰이었다. 사건은 흐지부지 되었다. 윌리엄 파머는 더 이상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었다. 보험금을 청구할수록 문제가 커지고 경찰이 자꾸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보험회사 쪽에서도 윌리엄 파머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굳이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윌리엄 파머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구두닦이 소년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 소년이 살아 있어서 그에게 도움이 될 일은 전혀 없었다. 윌리엄 파머는 소년을 유혹했다. 그를 거리에서 만나 술을 한 잔 하자고 말했다.

“술이요?”

“그래. 너는 나를 도와줄 수 있을 거야.”

“어떻게 돕는데요.”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지.”

“좋아요.”

구두닦이 소년은 그와 술을 마신 뒤에 다시는 진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구두닦이 소년도 독살되었던 것이다.

여러 날이 흘러갔다. 윌리엄 파머의 재정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그는 보험금을 노릴 기회를 찾았으나 그것은 이제 불가능했다. 보험회사는 그의 수법을 의심하고 있었다. 의심을 받으면서 보험금을 노린 살인을 저지를 수는 없었다. 윌리엄 파머는 다급해졌다. 그는 친구인 존 파슨스 쿠크를 경마에 끌어들였다. 쿠크는 윌리엄 파머에 대한 나쁜 소문을 알지 못했다. 그는 여러 번 윌리엄 파머와 함께 경마장에 갔다.

1855년 3월13일, 봄날의 날씨가 아직도 차가웠으나 경마가 시작되었다. 슐즈베리의 경마장에서 윌리엄 파머는 또 다시 돈을 잃었으나 쿠크는 4천 파운드를 따는 횡재를 했다. 그들은 루그레로 돌아와 호텔에서 축하 파티를 벌였다. 쿠크는 신이 나서 윌리엄 파머에게 브랜디를 마시자고 말했다. 그는 호텔에 방을 잡고 웨이터에게 브랜디를 주문했다. 웨이터가 브랜디를 가져왔을 때 쿠크는 집으로 전화를 걸면서 기분이 좋아 왁자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윌리엄 파머는 브랜디 병을 따서 잔에 따르고 있었다.

“자 기분좋게 마시자구. 술은 내가 살 테니까.”

웨이터가 나가자 쿠크가 브랜디 잔을 높이 들었다. 윌리엄 파머는 그와 건배를 하고 브랜디를 한 모금 마셨다.

“이건 너무 독한데. 마치 목이 타는 것같아.”

브랜디를 한 모금 마신 쿠크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나?”

“배가 몹시 아파.”

쿠크는 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했다. 얼굴이 금방 하얗게 변하면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럼 이 알약을 마셔보게.”

윌리엄 파머가 주머니에서 알약 네 알을 꺼내서 쿠크에게 주었다. 쿠크는 그 알약을 단숨에 삼키고 물을 마셨다. 알약을 마신 쿠크는 더욱
고통스러워했다. 그는 호텔의 바닥에 쓰러져 발버둥을 치면서 괴로워했다. 입을 벌리고 눈이 부릅떠졌다. 온 몸을 비틀면서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던 쿠크가 마침내 뻣뻣하게 굳어져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윌리엄 파머는 경찰이 달려오자 인공호흡을 하는 척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심장마비입니다.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경마 때문에 흥분해 있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죠?”

“의사입니다.”

경찰은 윌리엄 파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쿠크의 장례식이 성대하게 치러졌다. 윌리엄 파머는 미망인을 정중하게 위로한 뒤에 장례가 끝나자 4천 파운드의 돈을 경마장에 청구했다. 쿠크가 자신에게 그 돈을 양도했다는 서류도 제출했다. 경마장에서는 4천 파운드의 돈을 지급하는 것을 거절했다. 유가족들의 확인이 있어야 한다면서 쿠크의 가족들에게 그와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건 뭔가 이상해?”

쿠크의 장인은 딸에게 서류를 보여주었다.

“뭐가 이상해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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