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마을에 미색이 출중할 뿐 아니라 영특하고 문장에도 능해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처녀가 있었다.
처녀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다보니 사방 백여리의 매파(媒婆)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하지만 처녀는 효성이 지극했던지라 부모의 곁을 떠나 타향으로는 시집가려 하지 않았다.
이러한 얘기를 듣고 마을의 다섯 총각이 용기를 얻어 매파를 보내 청을 넣게 되었다.
첫 번째 총각은 문장에 뛰어나 지방관원에서 주최하는 문장대회에서 여러 번 장원에 올라 훗날 재상감이라고 칭송받는 사내였고 두 번째 총각은 의술에 밝아 어린 나이에도 명의라 이름난 사내였다.
세 번째 총각은 무예가 뛰어나 마을 사람들 모두 훗날 나라를 지키는 장군이 될 것이라는데 의심치 않는 인물이었다. 네 번째 총각은 마을의 저수지와 제방아래 땅을 모두 소유한 부자로 마을 사람 태반이 그 사내의 집 소작농이었다.
다섯 번째 총각은 곰처럼 우직하였으나 너무도 무식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고 천성 또한 게을러 가난을 면치 못하였다. 그러나 이 총각은 양물이 크고 튼튼해 어른 팔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마을사내들이 이 총각의 양물을 시험코자 내기를 했다. 총각은 양물의 힘으로 백 근의 감자 망태기를 들어 올리는 것도 모자라 머리 뒤로 넘겨버린 인물이었다.
이러다보니 마을사람들은 호남의 변강쇠란 놈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놈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범상치 않은 다섯 사내의 청혼을 받은 처녀의 부모는 쉽게 결정 할 수 없어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부모는 여러 날을 고민해 보았지만 딱히 누가 좋을지 분간키 어려워 딸의 의중을 떠보고자 방으로 불렀다.
“하나같이 나무랄 데 없는 총각들의 청혼을 받고 보니 어느 한 명을 선택하기가 힘들구나. 우린 네 뜻에 따를 테니 한번 말해 보거라.” 처녀의 아버지가 물었다.
“소녀 부모님의 뜻에 따르려 했으나 뜻하지 않게 여러 총각들의 청혼을 받아 부모님의 근심거리만 키운 불효를 저지른 것 같아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부모님께서 제 의중을 물으시니 밤 동안 심사숙고하여 글을 지어 올리겠습니다.”
처녀가 대답하고는 자기 방으로 물러갔다.
날이 밝아 부모가 방문을 열어보니 문 앞에 처녀가 간밤에 지은 글이 곱게 접혀있었다.
부모는 종이를 펼쳐 처녀의 글을 읽어 내려갔다.
‘문장은 지은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게 화를 불러올 수 있고, 의술은 아무리 뛰어난들 자만하면 그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걸 잃고, 무예에 뛰어
난 사람이라도 전장에 나가면 죽음과 함께 할 수밖에 없고, 저수지와 그 아래 좋은 논밭을 가졌대도 물이 불어나면 넘치기 마련이니 어찌 그 부가 영원할 수 있겠습니까. 허나 양물로 백 근을 들어 올리는 자라면 그 넘쳐나는 힘으로 밤낮의 근심이 사라질 것이니 내 마음이 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녀의 글을 읽은 부모는 그 생각이 옳다하고 다섯 번째 총각과 혼례를 치러주었다.
혼례에 초대받은 건너 마을의 한 노파가 마을사람들에게 신부의 얘기를 듣고는 아직 시집보내지 못한 자신의 딸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노파는 집에 도착하자 세 딸들을 불러 모았다.
“너희들은 남자를 선택함에 있어 기준이 있느냐?” 노파가 물었다.
“뜬금없이 그것은 왜 묻소?” 큰 딸이 시큰둥하게 되물었다.
모인 두 딸도 갸우뚱하며 노파를 쳐다보는지라 노파는 혼례에서 사람들에게 들은 신부의 얘기를 딸들에게 해 주었다.
“진작 그렇게 말했으면 쉽게 대답하지 않았겠소.” 큰 딸이 말하자 모인 딸들이 모두 웃었다.
“그래 너희들도 기준이 있느냐?”
“내 기준은 남자의 양물만으로는 아무래도 작을 것 같소, 고환까지 합한 큰 양물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소.” 큰 딸이 먼저 대답했다.
“쯧쯧 이것아 자고로 사내란 것은 작대기만 크고 길다하여 좋은 것이 아니란다. 추가 없으면 사내의 그것은 용변 보는 구실밖에 못하는 것
을 어찌 그리 모르누.”
“어머니 저는 사내의 양물은 금새 커졌다 금새 작아지는 변덕이 심한 것 같아 제발 죽지 않고 오래 움직이는 양물이었으면 좋겠어요.” 둘째 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노파가 둘째 딸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왜 때려요, 어머니.”
“이런 맹추야 팽창하였다 풀리지 않는 활은 도리어 탄력을 잃게 된다는 것을 어찌 그리 몰라.”
노파가 설명하며 둘째 딸의 머리를 한대 더 쥐어박았다.
“어머니 제 소원은 언니들과는 조금 달라요. 전 남자의 두 볼기짝에 큰 혹이 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막내딸이 말했다.
“그 연유가 무엇이냐?” 노파가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사내와 방사를 즐기다 극에 달할 때 그걸 잡아당겨 힘을 더 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서요.”
막내딸의 대답에 노파의 입이 쩍 벌어졌다.
“네 아비가 그랬다면 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거늘. 쯧쯧.”
그날 이후 노파의 세 딸들은 볼기짝에 혹이 난 사내를 찾아 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주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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