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노린 살인…경마로 빈털터리
보험금 노린 살인…경마로 빈털터리
  • 이수광  
  • 입력 2008-01-16 09:59
  • 승인 2008.01.16 09:59
  • 호수 716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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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독살마

“허튼 소리 하지 말아.”

윌리엄 파머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윌리엄 파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차례차례 죽어가기 시작했다. 윌리엄 파머에게 돈을 빌려준
주민 브라이, 숙부, 그리고 윌리엄 파머의 아이들이 넷이나 차례대로 죽었다.

아이들의 죽음은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윌리엄 파머의 아이들은 몸부림을 치면서 죽었다.

사람들은 윌리엄 파머의 집안에 유령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앤은 아이들이 잇달아 죽자 몹시 비통해 했다.

“우리에게 언제까지 이런 비극이 일어나야 하죠?”

앤은 남편에게 울면서 물었다. 윌리엄 파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왜 당신과 친한 사람들이 죽는 거예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혹시 당신이 죽이는 거 아니에요?”

“내가 무엇 때문에 그들을 죽이겠어?”

“당신은 그들 모두에게 빚이 있었어요. 그들이 죽으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되잖아요?”

앤은 윌리엄 파머를 원망했다. 아이들의 죽음으로 상처를 받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애들이 죽은 것을 어떻게 설명할 거야? 애들도 나에게 빚이 있었나?”

윌리엄 파머의 말에 앤은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죽은 원인을 말하라면 그녀는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아이들을 윌리엄 파머가 죽
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윌리엄 파머는 아이들을 귀여워하지 않았다.

그녀가 영국 남자와 인도 여자의 혼혈인 탓에 아이들도 모두 윌리엄 파머보다는 그녀를 닮아서 인도인처럼 보였다.

혈통을 중요시하는 영국인들은 혼혈아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 무렵에 윌리엄 파머는 이미 살인귀가 되어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의
심하지 않도록 아이들을 살해했던 것이다. 아이들을 잃고 슬픔에 잠겨 있는 그를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윌리엄 파머는 아내 앤이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눈치 채게 되었다. 앤은 그의 진료실과 약품을 살피기 시작했다. 한밤중에 일어나 하얀 드레스 차림으로 어두운 병원 안을 돌아다니는 앤의 모습은 유령처럼 귀기스러워 보였다.

‘네가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윌리엄 파머는 커튼 뒤에 숨어서 앤을 감시하다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잖아도 그가 여자들을 농락하는데 아내 앤이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재정이 파산 상태에 빠져 있었다. 윌리엄 파머는 앤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었다. 1만3천 파운드라는 거액의 보험이었다. 앤은 그가 보험을 든 지 한 달도 못 되어 죽고 말았다. 그는 1만3천 파운드의 막대한 보험금을 받아서 파산을 면했다. 보험회사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윌리엄 파머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다.

“앤이 죽다니 믿을 수가 없군.”

윌리엄 파머의 형 월터 파머가 위로를 했다.

“우리집에는 유령이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저주를 했거나….”

윌리엄 파머는 다시 한 번 살인 계획을 세웠다. 아내를 죽여서 탄 보험금은 모두 경마에 쏟아 부어 잃었다. 그의 재산 상태는 여전히 빈털터리였다. 그는 형 월터 파머의 이름으로 8만 파운드의 보험을 들었다. 보험회사는 윌리엄 파머를 의심하고 있었다. 윌리엄 파머의 아내 앤은 그가 보험 계약을 한지 불과 한 달도 안 되어 죽었다. 이것은 전형적인 보험 살인의 예에 해당되었다. 보험금을 노리는 많은 살인자들이 보험을 들자마자 성급하게 살인을 실행에 옮기는데 윌리엄 파머의 아내 앤의 죽음도 비슷했다. 윌리엄 파머는 형 월터 파머를 집으로 초대했다.

“도시에서 네 소문이 좋지 않더구나.”

월터 파머는 동생과 위스키를 마시면서 근심스럽게 말했다.

“왜요?”

“네가 앤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사람들이 추리소설을 쓰는군요.”

“사람들의 말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앤은 네가 보험을 든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죽었어.”

“전부터 병이 있었어요.”

윌리엄 파머는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월터 파머는 동생을 우두커니 쳐다보았다. 동생은 사람들에게 살인자로 의심을 받고 있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소문이 나돌고 윌리엄 파머가 사람들을 독살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그는 윌리엄 파머의 네 아이들이 차례차례 죽은 일이 몹시 슬펐다. 앤이 죽은 것도 슬픈 일이었다. 앤은 착한 여자였다.

그들이 사람들이 소곤거리는 것처럼 윌리엄 파머에게 독살된 것이 확실하다면 윌리엄 파머는 아이들과 아내를 죽은 살인마가 되는 것이다. 월터 파머는 그 생각을 하자 슬픔을 참을 수 없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월터 파마는 동생인 윌리엄 파머를 믿고 싶었다. 윌리엄 파머와 월터 파머는 위스키를 마셨다. 월터 파머는 위스키를 마시자마자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너… 너는…!”

월터 파머는 배를 움켜쥐고 윌리엄 파머를 노려보았다. 잔인한 살인귀 윌리엄 파머가 형까지 죽이려 하고 있었다.

월터 파마는 배를 움켜쥐고 몸부림을 쳤다. 그는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윌리엄 파머는 전신을 비틀며 몸부림을 치는 월터 파머를 향해 희미하게 웃었다. 형까지 죽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돈이 필요했다. 몸부림을 치던 월터 파머가 조용해졌다. 숨이 끊어진 것이다. 윌리엄 파머는 월터의 시신을 내려다보다가 소리 없이 웃었다. 이제는 형의 앞으로 든 보험금 8만 파운드가 그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 정도의 목돈이면 빚을 갚고 당분간 경마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윌리엄 파머는 형이 심장마비로 급사했다고 진단서를 쓰고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우리는 보험금을 지불할 수 없습니다.”

보험회사는 보험금의 지불을 거절했다.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윌리엄 파머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윌리엄 파머는 두 눈이 충혈 되었다.

보험회사가 지불을 거부하는 바람에 형을 살해한 일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이수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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