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국 파멸할 거예요”
“우리는 결국 파멸할 거예요”
  • 이수광  
  • 입력 2008-01-10 12:30
  • 승인 2008.01.10 12:30
  • 호수 715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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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독살마

“어머나.”

엘레나는 윌리엄 파머가 삼페인을 가져온 것을 보고 기뻐했다. 그녀는 재빨리 잔 두 개를 준비했다. 그녀는 윌리엄 파머와 삼페인을 마시고 사랑을 나눌 생각에 얼굴까지 붉어졌다.

“엘레나, 물 한 잔만 주겠어.”

윌리엄 파머는 엘레나에게 키스를 한 뒤에 말했다.

엘레나가 수줍게 웃으며 물을 가지러 간 사이에 그녀의 잔에다가 강력한 성분의 스트리키니네를 타고 삼페인을 따랐다.

“헉!”

엘레나는 삼페인을 마시자마자 눈을 부릅뜨고 배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몸부림을 치면서 방바닥에 쓰러졌다. 고통이 어찌나 심한지 전신이 비틀리고 팔다리가 꺾였다. 그러나 그녀는 5분도 지나지 않아 완전히 숨이 끊어졌다. 윌리엄 파머는 엘레나가 죽은 것을 확인한 뒤에 살그머니 방을 빠져나왔다.

엘레나 조안의 살인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사람들은 엘레나 조안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무도 엘레나 조안을 그가 살해했다고 의심하지 않았다. 윌리엄 파머는 한동안 불안에 떨었다.

경찰이 그를 체포하러 올까봐 전전긍긍했으나 몇 달이 지나도록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 엘레나 조안은 감쪽같이 죽었어.’

윌리엄 파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윌리엄 파머는 무사히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루그레의 고향 사람들은 의사가 되어 돌아온 그를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그는 고향에 병원을 개업했는데 친지가 갑자기 죽는 바람에 그의 막대한 유산을 얻었다. 이름이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그의 친지는 윌리엄 파머와 위스키를 마신 뒤에 갑자기 복통을 일으켜 주 진료소에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때는 1830년대의 일이었다. 영국의 경찰은 법의학이라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윌리엄 파머는 의사였다.

그는 독약을 사용할 때 증거가 남지 않게 했다. 주 진료소 의사는 윌리엄 파머 친지의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라고 진단했다

윌리엄 파머는 의사로서 명성을 쌓아갔다. 그는 촉망받는 젊은 의사였기 때문에 마을의 여자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영국에서도 의사는 부와 명예가 약속되어 있는 직업이었다. 윌리엄 파머는 인도에서 돌아온 23세의 아름다운 여인 앤을 만나 데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영국인과 인도인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녀였다. 피부가 매끄럽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윌리엄 파머는 앤과 데이트를 하지 않을 때는 경마를 즐겼다. 많은 사교계 사람들이 경마를 즐길 때여서 그가 경마를 하는 것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경마에 많은 돈을 걸었기 때문에 돈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윌리엄, 경마는 조금씩만 하세요.”

앤은 사랑하는 남자 윌리엄 파머가 경마에 빠져드는 것을 만류했다.

“난 경마를 좋아하오.”

“돈을 너무 많이 건다는 소문이 있어요.”

“돈을 많이 걸어도 잃지 않으면 상관이 없소.”

그러나 윌리엄 파머는 계속 돈을 잃기만 했다.

“앤, 나와 결혼을 하겠소?”

윌리엄 파머는 앤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앤은 윌리엄 파머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여 결혼을 했다.

‘젠장 빈털터리 아니야?’

윌리엄 파머는 앤에게 실망했다. 그가 이 여성과 결혼을 한 것은 돈이 많은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혼을 해보니 돈이 얼마 없었다.

의사로서의 수입이 적은 편이 아닌데도 사치와 경마 때문에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빚쟁이들은 그를 독촉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빠른 시일 내에 우리의 빚을 갚아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고발하겠소.”

빚쟁이들이 윌리엄 파머에게 최후의 통첩을 했다.

“몇 달 만 기다려주시오.”

윌리엄 파머는 빚쟁이들에게 애원했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당신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소. 이제는 더 이상 사정을 봐줄 수가 없소.”

빚쟁이들은 냉혹했다. 그는 빚쟁이들을 샤일록과 같은 인간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아내 앤 사이먼의 어머니, 장모 마라를 그들의 집으로 초대했다. 마라는 혼자 살고 있었으나 적지 않은 돈을 갖고 있었다. 마라는 사위인 윌리엄 파머의 집에 머물고 있다가 열흘이 안 되어 사망했다. 그는 매우 슬퍼하면서 장모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장모가 남긴 재산은 아내 앤에게 상속되었고, 앤의 재산은 고스란히 그의 수중으로 들어왔다.

윌리엄 파머는 일단 빚을 갚은 뒤에 다시 경마를 즐겼다. 여자들과의 관계도 여전히 복잡했다. 그의 아내 앤은 남편의 경마와 여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는 탐욕으로 가득찬 인간이었다. 의사 생활을 하면서도 여자들을 농락하고 경마에 빠져 재산을 탕진했다.

“우리는 결국 파멸할 거예요.”

앤이 울면서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우리는 곧 성공할 거야.”

윌리엄 파머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우리는 파산할 지경이에요.”

“걱정하지 말아.”

“어떻게 걱정을 하지 않죠?”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윌리엄 파머는 경마를 총괄하는 브라돈을 집으로 초대했다. 브라돈의 장부에는 그가 갚아야할 막대한 빚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 장부가 없어지지 않으면 파산에 이른다. 윌리엄 파머는 브라돈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게다가 브라돈이라는 사내는 많은 돈을 가지고 다녔다.

윌리엄 파머는 브라돈을 집에 머물게 하면서 극진하게 대접했다. 브라돈은 윌리엄 파머가 갚아야할 돈이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생
각했다. 어느 날 브라돈이 급사했다. 그는 위스키를 마신 뒤에 몸부림을 치면서 죽었으나 윌리엄 파머는 심장마비라고 진단했다. 브라돈이 죽었기 때문에 그는 빚을 갚지 않아도 되었다.

“어떻게 된 일이죠?”

앤이 윌리엄 파머에게 물었다.

“뭐가 어떻게 돼?”

“브라돈씨가 갑자기 죽은 이유 말이에요.”

“그는 심장마비로 죽었어.”

“그렇지가 않아요. 당신이 죽인 것이 분명해요. 독으로 살해했죠?”

<다음호에 계속>

이수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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