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앞에 모정도 없다

그러나 남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엘리스 크리민스 부인은 딸과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법정에서는 생모가 두 아이를 죽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최대의 논쟁이 되었다. 엘리스 크리민스가 두 아이를 살해했다는 증거도 없었고 살해하는 것을 본 목격자도 없었다. 그녀의 변호사들은 엘리스 크리민스가 무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엘리스 크리민스 부인이 정사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살해한 것
이라고 동기를 주장했다. 조세프 알렉도 법정에서 그렇게 증언했다.
엘리스 크리민스 부인의 남자 친구들이 속속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되었다. 엘리스 크리민스 부인의 살인사건은 범행 동기가 딸이 정사에 방해가 되고, 엘리스 크리민스 부인이 수많은 남자들을 편력했다는 사실 때문에 매스컴의 집중적인 관심을 끌었다. 지금까지의 살인사건들 중에 아이들이 자신들의 정사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살해한 사건은 한 번도 없었다.
엘리스 크리민스 부인의 재판은 뉴욕시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그녀의 재판이 열릴 때마다 많은 방청객들이 몰려들어 법정을 가득 메웠다.
검찰은 엘리스 크리민스의 부도덕한 정사에 초점을 모았다. 재판장은 ‘엘리스 크리민스의 도덕성을 재판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사건을 재판하는 것’이라고 검찰에 주의를 주었다.
마침내 배심원들은 그녀에게 제1급 과실치사로 유죄를 평결했다. 변호인 측이 베개로 미시의 잠자는 얼굴을 덮은 것은 살해할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잠을 재우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했기 때문이었다. 재판장은 뉴욕주의 여자형무소에서 5년을 복역하라는 형을 선고했다.
변호사들은 상고하면서 보석 신청을 냈다. 그녀는 보석이 결정되어 풀려났다.
상고는 오랜 시일을 끈 끝에 그녀의 재판을 재심하라고 판결했다.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재판은 오히려 상고를 함으로서 그녀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엘리스 크리민스 부인은 히스테리칼하게 변해갔다. 법정에서 증언을 하는 증인들에게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악녀로 보고 있었다. 두 번째 재판은 유죄였는데 형량이 훨씬 더 무거워졌다. 그녀는 제1급 모살(謀殺)죄와 제1급 과실치사죄로 종신형을 선
고받았다. 2심 재판은 거의 8년이나 걸렸다.
1심 재판에 승복했더라면 그녀는 두 번째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석방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상고했다. 여기서 1급 모살죄는 무죄가 되고 딸의 과실치사만 인정되었다. 그녀는 1975년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1976년 거주 작업 석방시설로 이관되어 비서의 일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녀의 나이 어느덧 37세가 되어 있었다. 아름답던 얼굴에는 주름살이 생기고 몸도 뚱뚱해졌다. 재판을 하는 동안 그녀는 폭삭 늙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정사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두 아이를 살해했는지는 끝내 진실을 밝힐 수 없었다.
<끝>
탐욕의 독살마
그의 아이를 낳은 여자들이 14명이 되었으나
그럴듯한 이유로 모두 관계를 정리했다.
어떤 여자도 자신의 일생을 책임지라고 그에게 매달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달랐다.
욕망은 대사회적인 것이다. 욕망은 언제나 인간을 파멸시키고 고통 속에 몸부림을 치게 만든다. 엘리스 크리민스 부인은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었으나 섹스에 대한 욕망이 너무나 강했다. 그녀의 재판이 벌어질 때 뉴욕시의 법정에는 어떤 남자들이 그녀와 관계를 했는지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그녀가 정사에 방해가 된다고 어린 딸과 아들을 살해했는지는 법정에서도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마지막 판결은 과실치사일 뿐이었다.
검찰의 주장대로 어린 딸의 얼굴에 베개를 덮어 씌워 딸이 죽은 것은 인정했으나 고의가 있었다고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실치사라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엘리스 크리민스 부인이 무죄라고 해도 그녀는 살인사건에 연루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그녀는 많은 남자들과 정사를 벌이고 있었고 광포한 섹스를 했다. 그녀의 핏속에는 욕정이 가득차 있었다. 오로지 쾌락과 탐욕만 추구하다가 자신의 일생을 그르치게 된 것이다.
영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일이 있다. 사건의 내용은 전혀 달랐으나 윌리엄 파머라는 사내는 오로지 돈과 여자만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나중에 일확천금을 노리고 경마에 빠져들었다가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까지 죽이는 잔인한 살인마가 되었다. 윌리엄 파머는 의과대학에 다닐 때부터 많은 여자들을 농락하고 다녔다. 희대의 바람둥이어서 인턴시절까지만 해도 14명의 사생아를 낳았다. 인턴시절 그는 여자들을 농락하다가 한 간호부와 밀애를 나누게 되었고 간호부는 그를 열렬히 사랑했다.
윌리엄 파머는 자신을 열렬히 사랑하는 간호부에게 곧 싫증을 느꼈다. 그는 어떻게 하던지 그녀를 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간호부, 엘레나 조안은 그에게서 한결같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윌리엄 파머는 엘레나 조안에게 환멸을 느꼈다. 게다가 그녀는 부자도 아니었고 미인도 아니었다.
‘이 여자를 어떻게 떼어내지?’
윌리엄 파머는 엘레나 조안으로 인해 고민에 빠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의 아이를 낳은 여자들이 14명이나 되었으나 그럴 듯한 이유로 모두 관계를 끊었다. 그가 관계를 정리하자고 하면 우는 여자도 있었으나 대개는 침을 뱉고 그에게서 떨어졌다. 아이는 여자들이 고아원에 보내거나 자신들이 키웠다. 어떤 여자도 자신의 일생을 책임지라고 그에게 매달리지 않았다. 그런데 엘레나 조안은 달랐다. 그녀는 끈질기게 그를 따라다녀서 지도교수까지 그를 백안시하게 만들었다. 잘못하면 학위를 취득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이 계집애를 처치하지 않으면 분명히 내가 곤란한 처지에 이를 거야.’
그는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 그는 엘레나 조안을 유인한 뒤에 강도로 위장하여 죽이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많은 위험을 수반했다. 그는 의학 공부를 할 때 독에 대한 공부를 했었다. 결국 그는 엘레나 조안을 독으로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한 밤중에 그는 엘레나의 방으로 찾아갔다. 엘레나와 밀회를 할 때마다 창밖에서 창문을 두드렸고 엘레나가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엘레나를 독살할 때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들어갔다. 언제나 그렇듯이 엘레나는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다음호에 계속>
이수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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