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에 방해되면 아이도 죽인다

“난 섹스를 할 때는 방해받고 싶지 않다.” 여자가 차갑게
말하면서 그의 입에 물린 담배를 빼앗아 자신의 입에 물고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이 여자는 평판이 별로 좋지는 않다. 남편과는
별거 중에 있으며 얼굴은 예쁘지만 히스테리가 심하다.
정사앞에 모정도 없다
여자가 지나치게 격렬하게 소리를 지른 나머지 아이가 잠에서 깬 모양이었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어.”
아이가 칭얼대면서 불만스럽게 말했다.
“들어가서 자지 못해?”
여자가 아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여자의 눈빛이 싸늘했다.
“싫어.”
아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무슨 소리가 들리던지 상관하지 말고 자라고 그랬지?”
여자가 벌떡 일어나서 어린 계집아이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완전한 나신인데도 몸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아이에게 달려가 난폭하게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쾅! 하고 들려왔다. 그는 담배 한 대를 피워 물고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가 거실로 돌아온 것은 한참이 지나서의 일이었다. 여자는 아이의 방문을 밖에서 잠가버렸다.
“왜 문을 밖에서 잠가?”
남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이가 들어간 방이 조용했다.
“난 섹스를 할 때는 방해받고 싶지 않아.”
여자가 차갑게 말하면서 그의 입에 물린 답배를 빼앗아 자신의 입에 물고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내뱉었다. 그는 여자의 둔부를 쓰다듬었다. 이 여자는 평판이 별로 좋지는 않다. 남편과는 별거 중에 있으며 얼굴은 예쁘지만 히스테리가 심하다.
“아이들이니까 그럴 수도 있는 거야.”
그는 여자가 기묘하게 흥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담배를 거칠게 재떨이에 비벼 껐다.
1965년 7월14일 아침 10시, 뉴욕의 경찰서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저는 에디 크리민스라는 사람인데 제 아이들이 행방불명이 되어서 신고를 합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20대 후반으로 약간 떨리는 목소리였다. 에디 크리민스라는 사내의 전화를 받은 경찰은 긴장했다. 아이들의 행방불명은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으나 살인사건이나 유괴사건으로 발전되면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디에서 행방불명이 되었습니까?”
날씨는 후덥지근했다. 7월14일, 미국의 동부인 뉴욕도 날씨가 한여름답게 아침부터 푹푹 찌고 있었다. 경찰관 정복을 입은 조 해리슨은 상의의 단추를 하나 풀어놓은 채 전화를 받고 있었다. 날씨가 어찌나 더운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72번가 드라이브에 있는 아이들 엄마의 집입니다.”
남자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다. 아이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는 목소리가 분명했다.
“그럼 본인은 그 곳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별거 중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데리고 있었죠. 아침에 저한테 전화가 왔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애들 엄마는 내가 데리고 간 것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아이들 이름이 어떻게 되지요?”
“에디와 미시입니다. 에디 2세와 미시….”
“몇 살입니까?”
“다섯 살과 네 살입니다.”
“알겠습니다. 우리가 자세히 조사를 한 뒤에 연락을 해드릴 테니까 연락처를 남겨주십시오.”
조 해리슨은 에디 크리민스의 전화번호를 메모했다. 조 해리슨은 파트너인 샘 경사와 함께 뉴욕 퀸즈에 있는 72번가로 출동했다. 거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 바캉스를 일찍 떠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거리의 한산한 차량의 흐름으로도 알 수 있을 것같았다. 미국인들은 서두르는 편이다. 학교는 6월부터 방학이기 때문에 7월이 되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바캉스를 떠난다.
“아이들이 집근처에서 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샘 경사가 차창으로 흐르는 건물을 바라보면서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이들이 실종되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종종 이웃에서 놀고 있는 일이 있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요. 그런데 왜 애 엄마가 신고를 하지 않았을까요?”
“애 아빠가 데리고 간 것이라고 생각했다잖아?”
샘 경사의 말에 조 해리슨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의 아내와 같은 성격이라면 남편에게 알리기 전에 먼저 경찰에 신고부터 할 것이다. 그들은 경찰서를 나온 지 10분도 안되어 퀸즈가 72번가의 집에 도착했다. 주택은 아담한 단층양옥집이었다. 집 앞으로 잔디밭이 있고 이웃집과의 경계에는 화양목이 심어져 있었다. 잔디는 깍지 않아 무성했다. 퀸즈 가의 집에는 아이들의 어머니 엘리스 크리민스가 혼자 있었다.
“엘리스 크리민스 부인인가요? 남편으로부터 아이들이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신고를 받았습니다.”
샘 경사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말했다. 엘리스 크리민스는 머리매무새가 부스스했다. 아직도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일까. 그러나 아이들이 없어져 불안해하거나 당황한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제가 신고하라고 했어요.”
엘리스 크리민스는 영화배우처럼 아름다운 여자였다. 조 해리슨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행방불명에 대해서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집을 방문한 것은 공적인 일이었다.
“그렇군요. 어찌된 일인지 좀 알려주세요.”
“들어오세요.”
엘리스 크리민스의 안내로 그들은 거실로 들어갔다. 엘리스 크리민스는 그들에게 커피를 대접하면서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이들이 없어져 있었고, 그래서 아이들의 아빠인 에디 크리민스가 데리고 간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디 크리민스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았다고 하여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행방불명이 되었는데도 엘리스 크리민스는 기이할 정도로 슬퍼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의 침실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조 해리슨이 엘리스 크리민스에게 말했다.
“좋아요.”
엘리스는 아이들의 침실을 조 해리슨과 샘에게 보여주었다. 그들은 아이들의 침실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확실히 침대에는 아이들이 잔 흔적이 있었다.
이수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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