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어리석은 신랑의 옥문(玉門) 찾기
제44화 어리석은 신랑의 옥문(玉門) 찾기
  • 주정훈  
  • 입력 2007-12-16 20:07
  • 승인 2007.12.16 20:07
  • 호수 711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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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 어느 마을에 어리석기 그지없는 새신랑이 처갓집에 얹혀살고 있었다.
그는 사내가 장가들면 누구나 즐겨하게 되는 방사(房事)의 즐거움도 몰랐고, 하물며 여자의 옥문이 어디 있고 무엇에 쓰는 것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 어리석은 신부는 밤마다 이부자리 펴기 무섭게 드르렁 코골며 잠들어 버리는 신랑의 머리맡에 앉아 구들장이 꺼지도록 한숨 쉬며 애달픈 청상과부의 넋두리만 늘어놓았다.
여러 달이 지난 어느 날, 신랑을 찾아온 죽마고우들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는데 밤이면 되풀이되는 신부의 넋두리에 대해 조언을 구하게 되었다.

“옥문은 촉촉이 젖어드는데, 옥경(玉莖)은 무용지물이거늘 이 어찌 청상과부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보게들 옥경은 뭐고, 또 옥문이란 어떤 것이며 무엇에 쓰는 것인지 알면 좀 가르쳐 주겠는가?”
신랑이 진지하게 물어오자 오랜 친구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어리석은 놈아! 그래 옥문도 모르면서 장가는 왜 갔고 그런 재미도 모르며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간단 말이야. 쯧쯧.”
한 친구가 탄식을 자아냈다.
“이보게 알면 좀 가르쳐 주게.”
신랑이 애원했다.
“내 자세히 가르쳐 줄 터이니 자넨 우리들에게 한턱 거하게 내게.”
“내다 뿐인가, 가르쳐만 준다면 내 자네들 모두가 풍성하게 먹고 남을 만큼 내지.”
“내 자네의 약조를 믿지. 이리 가까이 옴세.”
신랑이 귀를 쫑긋 세우고 친구의 곁으로 다가앉았고 친구는 술상에 차려진 송편을 주워들고 말문을 이었다.
“여자의 옥문이란 이렇게 빚어 놓은 송편같이 생겼는데, 그 주위와 아랫배로 이어지는 언덕에는 무수히 많은 검은 털이 나있고, 가장자리는 붉고 두터우며 입술처럼 가운데 속살은 연분홍빛으로 그 속에 작은 구멍이 숨어 있다네. 그 구멍으로 자네의 사타구니 사이에 달고 있는 옥경이란 연장을 살며시 밀어 넣어 보게. 그러면 방사의 참된 맛을 알걸세. 우리에게 베푸는 이 술 몇 되, 몇 말이 아깝지 않을 것이며 신선이 되어 학을 타고 저 푸른 하늘을 맘대로 날아다닌다 해도 그 방사의 진 맛만 못하다는 것을 진정으로 느끼게 될 것일세.”
“정말 고맙네, 자네들이 아니었으면 내 어찌 그런 것을 알 수 있겠는가. 이 은혜 죽어서도 있지 않겠네.”
신랑은 친구의 자세한 설명에 도취되어 한잔 두잔 권하는 술에 취하면서도 부인의 옥문을 탐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연신 싱글거렸다.
수줍은 초승달빛이 미미(微微)하게 미치는 길을 재촉하며 집으로 달려갔다.
신랑의 심장은 다듬이질하듯 쉴 새 없이 두근거렸고 옥경은 바지를 뚫고 나올 듯 절굿공이 마냥 단단하게 솟아있었다.
“오늘 밤은 기필코 고놈의 옥문을 찾아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진 맛을 봐야지.”
신랑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달빛마저 구름사이로 숨어들어 더없이 캄캄한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과연 친구들의 가르침처럼 언덕에 검은 털이 나고 송편같이 생긴 것이 가장자리는 붉고 털이 덥수룩한 옥문이 있었다.
“이것이 정녕 옥문이로구나!”
신랑은 들뜬 마음에 서둘러 바지를 내리고 친구들이 가르쳐준 그 옥문으로 자신의 옥경을 밀어 넣었다. 순간 뭔가 자신의 옥경을 무는 힘에 의해 단발마의 비명을 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랑이 자신의 옥경을 찔러 넣은 곳은 신부의 옥문이 아닌 장인의 입이었던 것이었다.
당황한 신랑이 옥경을 거두자 장인은 잠결에 퉤퉤하며 침을 뱉어냈다. 행여나 들킬세라 신랑은 바지 올릴 겨를도 없이 도망쳐 나와 부엌으로 가서 숨을 곳을 찾다가 마침 큼직한 궤짝이 있어 그 밑으로 들어가 숨었다.
장인은 입안의 찝찝함과 문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깨어나 방문을 열고 큰 소리로 계집종을 불렀다.
“이년들아 간 고기를 어디다 두었기에 잡고양이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어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짭조름한 고기를 물고 내 입 위에까지 지나가게 한 것이냐. 빨리 고양이를 쫓아버리지 못할까.”
장인의 불호령에 계집종들이 막대기를 들고 고양이를 쫓았고 장인도 계집종이 못미더워 자신이 직접 큼직한 막대기를 찾아 쥐고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마침 부엌에 이르러 손을 궤짝 아래 넣었다가 우연히 아직 침이 제대로 마르지 않은 신랑의 귀두를 만지게 되었다.
“아랫것들이 젓동이의 마개를 제대로 막지 않아선지 젓국이 흘러내리고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구나.”
장인이 미끌미끌한 액체가 묻은 손의 냄새를 맡고 미간을 찌푸리며 밖으로 나갔다.
신랑은 위기를 겨우 면하여 자리에 돌아와 자고, 이튿날 다시 그 친구들을 찾아갔다.
“애끼 이 사람들아! 사람을 속여도 유분수지… 내가 간밤에 실험하니 자네들의 말이 전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아닌가!”
신랑이 항의하니 친구들은 어처구니가 없어 웃을 뿐이었다.
“자네 오해 말고 들어주게. 다소 사람마다 빛깔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오늘밤엔 더 붉은 것을 찾아보게. 그러면 틀림없을 걸세. 알았는가?”
“더 붉은 것?” 신랑이 갸우뚱했다.
“그래 더 붉은 것, 어젯밤보다 더 붉은 것을 찾아 해보게.”
그날 밤 신랑이 마루를 보니 붉은 것이 은은하게 보이는데 어젯밤의 그것보다는 분명히 더 붉었다.
“그래 저것이야, 저것이 분명 옥문 일게야!”
신랑이 마당에서 옷을 벗어 던지고 슬금슬금 기어가 붉은 한 가운데에 옥경을 밀어 넣었다.
“앗! 뜨거.” 신랑은 옥경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도망쳤다.
신랑이 자신의 옥경을 밀어 넣은 곳은 옥문이 아니라 계집종들이 다리미질하다 남은 숯불이었다. 신랑의 옥경도 완전할리 없었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옥경의 쓰라림을 몇 달에 걸쳐 고생하고서야 완전하게 아픔이 치유될 수 있었다.
그 경험 이후 신랑은 옥문 찾기를 포기했고 신부는 영면(永眠)하는 그날까지 숫처녀로 남았다고 전한다.

주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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